한국일보

나의 의견-이 세상 작별할 때

2018-04-11 (수) 박혜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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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늦게 내린 3월의 하얀 눈이 온 세상을 덮던 날, 밤새 생사를 넘나들던 오빠가 조용히 눈을 감고 이 세상과 작별했다. 비보를 접하자 우리는 너무나 놀라고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마음을 가다듬으며 온 식구가 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실에 누워있는 오빠의 모습은 평화스럽고 마치 잠자는 듯했다.

그동안 병원에서 남편을 지키던 올케가 서럽게 우는 것을 보니 너무나 가여웠다. 두 아들 훌륭히 키우고 이제 손주들의 재롱을 보며 노년을 즐길 때가 되었는데 오빠가 떠났다.

어린 시절 오빠는 누이동생이 하나라고 나를 무척 예뻐하며 내가 연주를 하는 날이면 아침 일찍 일어나 내 드레스를 다리미질을 해주던 사랑하는 오빠였다. 마치 어머니처럼 나를 돌봐주던 오빠가 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큰 충격이었다.


오빠를 떠나보내며 마음이 아주 착잡했다. ‘이것이 인생인가’ 다시금 지난 일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 한동안 밤잠을 설쳤다.

우리 인간은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종착역을 향해 쉴 새 없이 달려간다. 세상에 살 때 남에게 해를 끼치지 말고 선량하게 또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살아가야겠다고 느낀다.

마지막 순간이 온 후에야 후회한들 떠나간 상대는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살아 있을 때 부부가 서로를 아끼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본다. 가족과 친구, 주변사람들을 사랑하고 소중함을 자각할 때 우리의 삶이 빛나고, 마지막 순간이 올 때 참 보람 있는 삶을 살았다고 자부하며 마음의 평안을 갖게 되리라.

<박혜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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