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북예술단 평양공연의 실체는?

2018-04-07 (토) 이상조 / 목사 기자
작게 크게
몇 년 전 한국의 지성인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교수들 724명을 대상으로 사자성어를 모았는데 지록위마(指鹿爲馬)가 선정되었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부른다는 뜻으로 남을 속이려고 옳고 그름을 바꾸는 것을 비유하는 표현이다. 이 표현이 지금 남북한 화해 분위기를 고조시킨다고 믿고 있는 평양공연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지난 3월31일부터 있었던 3박4일간의 평양공연은 대한민국 전 국민을 흥분의 도가니에 밀어 넣는 것 같은 뉴스로 도배를 했었다. 그러나 금방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사건이나 이슈도 얼마 지나면 먼 이야기가 되어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남북관계 또는 미북관계도 금방 좋아질 것 같았으나 중국이 끼면서 노벨평화상까지 이야기가 돌았던 화해 분위기는 남북관계만 제외하고 미국과 북한, 미국과 남한의 관계가 안개 속으로 들어간 느낌이다.


남북예술단의 공연으로 남한은 전 국민의 대부분이 화해 분위기에 관심이 고조되어 있는 실정이다. 톱 가수들 그리고 아이돌까지 금단의 땅 평양을 방문 공연하면서 감격적으로 인터뷰를 한 것을 보면 더 실감이 난다.

그런데 이것이 어쩌면 양국에 특히 남한에 큰 어려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어느 한쪽이 득을 보면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본다는 상업 원리가 있기 때문이다.

지구촌에 여행이 통제된 나라는 북한 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평양은 북한에서 특별한 계층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어쩌면 평양 외에 모든 인민(국민)의 피와 땀으로 평양을 움직이고 있는지도 모르는 곳이다.

평양예술 공연단은 남한에 와서 강원도와 서울에서 공연을 했다. 하지만 평양에 가서 한 공연은 일종의 ‘기쁨조 공연’일 수도 있음을 생각해 봐야 한다. 그 공연에 들어가는 비용을 남한이 지불했는지 아니면 북한이 했는지, 혹은 공연출연자에 대한 사례비도 무료인지, 유료였는지 국민들은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다.

남북한의 예술 공연이 진정한 평화의 축제가 되려면 신의주나 청진, 단천 같은 곳에서도 해야 하고, 평양에서 해도 누구든 와서 공연을 볼 수 있었어야 한다.

일률적으로 치는 박수 그리고 훈련된 관객들이 모인 그 공연이 과연 평화를 상징하는 공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조금도 흐트러짐 없는 북한의 관현악단과 연주자들의 일률적인 모습에 왠지 가여운 마음이 드는 것은 나의 좀 지나친 생각일까.

<이상조 / 목사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