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쌍중단 쌍궤병행’, 그 노림수는…

2018-04-02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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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중국을 알기나 해!’-. 외국인들이 중국에서 본토인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라고 한다.

“중국을 모른다. 외국인뿐이 아니다. 중국인들도 중국을 모른다. 심지어는 중국정부 조차 중국을 모르는 것 아닐까.” 포린 폴리시지의 지적이다.

매년 발표되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얼마인지 아무도 모른다. 데이터 자체가 왜곡돼 있으니까. 인구통계도 그렇다. 관료들이 자신의 이해에 따라 다른 수치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을 모른다. 무슨 말인가. 다름이 아니다. 온통 거짓투성이다. 그 중국은 도무지 믿을 수 없는 나라라는 이야기다.


‘Win-win Cooperation’-. 중국이 새로운 국제관계를 표방하면서 내건 표어다. 꽤나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사실에 있어서는 win-win이 아니다. 중국의 이해는 거의 100% 충족된다. 상대방이 얻는 이익은 사소하다. 이것이 베이징이 내건 ‘Win-win Cooperation’이다.

핵 위기의 한반도와 관련해 중국이 ‘Win-win Cooperation’으로 내건 정책은 ‘쌍중단’(freeze for freeze) 쌍궤병행(dual-track approach)안이다. 북한의 핵 도발과 한미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시키는 것이 쌍중단이다.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한과 미국의 평화협정을 병행하는 것이 쌍궤병행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한미동맹, 혹은 주한미군은 별개의 사안이다. 그런데 북핵 문제해결에 가장 공평하고 합리적인 방안이 바로 쌍중단 쌍궤병행이라는 것이 중국정부의 주장이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러나 한 꺼풀 뒤집고 보면 중국의 이해만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갈등은 중국으로서는 악몽이다. 군사적 갈등은 김정은 체제붕괴로 이어진다. 이는 중국으로서는 완충지대를 잃는 것을 의미한다. 동북아의 안보지형은 중국에게 상당히 불리한 방향으로 재편될 수 있다.

쌍중단 쌍궤병행안을 통해 중국이 노리는 것은 평화체제 안착이 아니다. 한반도에서의 미국세력 축출이다.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패권세력을 지향한다는 것은 비밀도 아니다. 그 야망에 최대 걸림돌이 바로 한미동맹이기 때문이다.

사드 한국배치에 중국이 그토록 집요하게 반대하고 비열한 보복조치를 취했던 것도 바로 그 이유에서다. 사드배치는 한미동맹 강화, 한미일 3각 동맹 강화를 의미해 중국의 패권정책에 방해가 된다. 이런 이유 등으로 중국이 강조해온 것이 쌍중단 쌍궤병행 안이었던 것이다.

그 중국의 숙원이 마침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까. 김정은의 전격적 중국방문과 함께 새삼 제기되는 질문이다.


비밀리에 이루어진 비공식방문이다. 그런데도 아주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김정은은 그러나 사실에 있어 시진핑에게 ‘고두(叩頭)의 예’를 올렸다. 마치 황제나 배알하듯이. 그리고는 ‘시황제 면전’에서 이렇게 복명했다.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고 거듭 반복하면서 “한국과 미국이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와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취하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그 발언이 그렇다. 중국이 그동안 주장해온 쌍중단 쌍궤병행 안의 복창에, 또 지난 25년 간 서방을 속여 왔던 시간벌기용 살라미전술의 반복에 다름이 아니다.

그리고 또 하나.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라고 했나.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그 점을 재확인시켜주었다. 그리고 한반도에서 미국 세력 축출이라는 동일한 장기적인 전략목표를 북한과 중국은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은연 중 드러낸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 뒤이은 미북 정상회담에 초연한 듯했다. 그러던 중국이 그 외교게임에 갑자기 끼어들어 프레임을 바꾼 것이다. 뭐랄까. 북한 핵문제를 ‘북한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 대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의 진영대결의 틀로 전환시킨 것이다.

문제는 중국의 이 판세 흔들기 전술에 벌써부터 문재인 정부는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주장하는 일괄적 해결방식인)‘리비아식 해법은 북한에 적용하기가 불가능하다’-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이다. 사실상 쌍중단 쌍궤병행 안인 북한의 단계적 해법에 동조한다는 뉘앙스가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미국이 합의한 양국 자유무역협정(FTA) 서명을 북한과의 핵협상타결 이후로 미룰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괜한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인가. 워싱턴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미국과 북한 회담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문재인 정부는 중국과 한 배를 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회담은 실패로 돌아간다. 그런데도 북한의 대남 평화공세는 계속 강화된다. 남남갈등 확산에다가 한미동맹 이완을 노리고. 그 때에 가면 좌파정부인 문재인 정부는 노골적인 반미노선 추구와 함께 제재진영을 이탈 할 수도 있다….”

맞는 진단일까. 글쎄…. 기다려지는 것은 4월27일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이다. 그 과정과 결과를 보면 문재인 정부의 방향성은 보다 뚜렷이 드러나지 않을까.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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