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inted Canyon의 어느 지점.
Ladder Canyon의 어느 지점.
Mecca Hills에서 본 주변의 기묘하게 굴곡진 산줄기.
다소 멀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를 기꺼이 감수하면서 찾아가 볼 만하다고 여겨지는 아주 특이한 곳으로, ‘사막의 미궁(Badlands Labyrinth)’으로도 불리는 Mecca Hills Wilderness를 찾아간다. 등산이라기 보다는 탐방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릴만큼 낮고 완만한 지세를 지닌 곳이나, 15~20’의 높이에 달하는 알루미늄 사다리들을 오르고 내리는 구간들이 있어, 동작이 불편한 분들에게는 함부로 추천할 수 없는 곳이다.
이 Mecca Hills Wilderness는 2개의 서로 다른 지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흔히 Ladder Canyon으로 불리는 곳은 사람이 겨우 통과할 수 있을 만큼 비좁게 형성된 협곡을 사다리를 오르 내리며 탐방하는 구간이다. Painted Canyon으로 불리는 곳은 수직으로 높이 솟은 암벽 사이로 나있는 꽤 넓은 모랫길을 따라 걸으며, 오랜 세월을 거치며 San Andrea 지진대의 영향으로 형성된 아주 특이한 지형을 탐방하는 구간이다.
Mecca Hills라는 명칭은, 아마도 이 Canyon들 사이가 그리 높지 않은 사막의 구릉지대를 이루고 있어서 비롯된 것으로 짐작된다. 등산시작점의 고도가 680’이고, Hill 최고점의 고도가 1239’ 이다. ‘Mecca’라는 말은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마호멧의 출생지로 널리 알려진 도시명이지만, 여기서는 아마도 이 지역과 관련이 있는 어느 인사의 이름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싶다. 뚜렷한 전거를 찾지는 못했으나, 19세기에 San Bernardino산맥 일원에 ‘Mecca Mine’이라는 광산이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 볼 수 있겠다. 가주 최대의 염수호수인 Salton Sea의 북쪽이면서, Joshua Tree National Park의 남쪽에 있고, 지진대인 San Andrea 단층 남단의 북쪽면에 인접되어 있다. LA 한인타운과는 약 157마일을 격하고 있고, Palm Springs에서는 남동쪽으로 약 40마일 떨어진 Colorado 사막에 있다.
Colorado 사막이란 남가주에 있는 사막이지만 우리에겐 다소 생소하다. 차제에 우리 주변에 있는 사막을 일별한다. 우리 남가주와 직접 관련되어 있는 사막은 크게는 Mojave 사막과 Sonoran 사막이다. Mojave 사막은 가주의 Sierra 산맥의 동쪽, Great Basin의 남쪽, 네바다주의 남부, 유타와 아리조나주의 일부에 걸쳐있으며, 샌게브리얼과 샌버나디노산맥의 북쪽에 면하고 있다. 약 124,000 평방km의 넓이로 남한의 1.4배 면적이다. Sonoran 사막은 가주와 아리조나주의 남서부와 멕시코의 서북부에 걸친 260,000평방km의 넓이로 남한면적의 2.7배에 상당한다. Colorado 사막은 Sonoran 사막의 일부이며, 약 28,000평방km의 면적이 된다. Colorado강의 하류에 접해있는 지역이라서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이겠다. 가주의 임페리얼, 리버사이드, 샌디에고, 샌버나디노 카운티에 걸쳐있으며 주로 지진과 지각의 침강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본다고 한다. 또 등산인들이 자주 찾는 Joshua Tree National Park은 그 북쪽 일부는 Mojave 사막에 속하나 대부분의 지역은 Colorado 사막에 속한다. 행정구역상 샌디에고 카운티에 속하면서, 결코 쉽지 않은 등산루트들이 있는 가주 최대의 주립공원인 Anza-Borrego Desert State Park도 이 Colorado 사막의 일부이다.
이 Mecca Hills Wilderness를 둥글게 한 바퀴를 도는 산행은 대략 5.6마일에 4시간 내외가 걸린다. 건조한 사막이면서 그늘이 없으므로, 더운 계절에는 가지 않는게 옳겠고, 공휴일이나 주말에는 인파가 밀려 행보가 지연될 소지가 크므로 소요시간을 더 여유롭게 잡아야 한다.
가는 길
LA 한인타운에서 I-10 East를 타고 133마일쯤을 가면 CA-86이 나온다. 이를 타고 2.2마일을 가면 62nd Ave가 나온다. 좌회전하여 이를 따라 2마일을 가서 Johnson St에서 우회전하여 다시 2마일을 가면 66th Ave에 이른다. 좌회전하여 3마일을 가면 길의 명칭이 Box Canyon Road로 변하며 왼쪽으로 굽어진다. 이 길을 따라 1마일을 가면 왼쪽으로 바짝 꺾이는 비포장도로 Painted Canyon Road가 나온다. 4.7마일의 비포장도로를 나아가면 넓은 주차장이 나온다. 이제 등산시작점에 도착한 것으로 Mecca Hills Wilderness에 대한 안내판이 있다. 비포장도로는 상태가 나쁘지 않아 일반 승용차로도 진입이 가능하지만, High Clearance 차량을 이용하면 더욱 안전하겠다. 주차장에는 화장실이 없으니, 이곳에 이르기 전에 미리 대비를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등산코스
초목이 전혀 없이 벌거벗은 주차장 주변의 계곡 경관이 범상치 않다. 안내판을 지나 북동쪽으로 뻗어 나가는 계곡을 따라 하이킹을 시작한다. 너비가 20~30m쯤은 될 듯한 모래사장인 하상을 밟으면서, 양 옆으로 높이가 역시 20~30m는 될 듯한 수직의 암벽이 병풍처럼 펼쳐지는 계곡을 따라 들어간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하상은 차츰 좁아지고 암벽은 차츰 높아지는 느낌이 든다. 높이 솟은 암벽 아래를 걷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키가 아주 작게 보인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암벽들에 일체의 초목이 없는 가운데, 모래로 이루어진 하상에는 Smoke Tree, Palo Verde, Cat’s Claw 등의 식물들이 드문 드문 자라나 있다.
대략 0.4마일 지점에 이르면 크고 작은 돌들을 모아, 계곡 바닥에 크게 화살표를 조성하여 진행방향을 표시한 것을 볼 수 있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왼쪽은 엄청 큰 바위들이 뒤엉켜 있어 얼핏보면 전혀 오를 수 없을 것 같은데, 차분히 살피면 사람들이 지나다닌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이 큰 바위무더기를 지나가면 바짝 좁혀진 양안의 암벽사이로 아주 좁은 통로가 나타난다. 이른바 Ladder Canyon이 시작되는 것이다.
군데 군데 알루미늄 사다리를 비치하여 굴곡과 낙차가 큰 이 좁은 계곡을 사람들이 잘 통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몸이 겨우 빠져 나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협곡구간도 있다. 미노타우로스라는 괴물을 제거하러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를 풀어 가면서 테세우스가 들어간 미노스의 미궁이 바로 여기이다. 등산시작점에서 대략 1마일이 되는 곳에 이르면 미로를 벗어난다. 비로소 이제 공간과 시야가 넓다.
저쪽 정면으로 그리 높지 않은 산 등성이가 보인다. Painted Canyon으로 가는 중간의 Hill 구간으로 완만한 오름길이다. 1.5마일 지점부터는 사방의 전망이 대단하다. 독특하고도 묘한 형태의 나무가 여기 저기 자라고 있다. 유독 Anza Borrego 사막에서 주로 만나는 식물인데 ‘Ocotillo’가 그 이름이다. 1.7마일 지점부터는 Hill의 오른쪽 발 아래로 깊고도 수려한 계곡이 펼쳐져 있다. 2.5마일 지점에 이른다. 해발고도가 1239’인 Mecca Hills의 최고점이다.
이곳을 지나면서 길이 오른쪽으로 굽으며 이제 Painted Canyon 계곡의 밑바닥을 향하여 내려간다. 2.7마일이면 Painted Canyon의 바닥에 내려와 있게 된다. 이제 진행방향이 우측, 즉 남서쪽이 된다. 루트는 다르지만 등산시작점을 향하여 돌아가는 형국이다. 역시 군데 군데 Cat’s Claw, Smoke Tree, Palo Verde가 있다. 아까와 다르다면 꽤 장대하다는 점이다. 계곡의 높다란 양쪽 절벽면은 여러 다른 색채와 성상을 보여준다. ‘Painted’란 이름이 붙은 소이이다. 계곡 전체가 기묘하고 신비롭다. 화려하고 아름답다. 대략 6억년 전부터의 지각의 변천과 지진의 영향 등을 살필 수 있어 과학자들에게는 아주 귀한 정보의 보고가 되는 현장이라고 한다.
4.0마일 지점에 이르면 왼쪽으로 갈라져 들어가는 샛길이 있다. 0.1마일 쯤의 짧은 구간이다. 높다란 사다리를 올라서면 또다른 변화무쌍한 암벽미를 보게 된다. 막다른 길이므로 다시 돌아 나온다.
두세번 사다리 구간을 더 만나는데, 이젠 내려가는 차례이다. 5.2마일에 이르면 아까 Ladder Canyon으로 갈라져 들어갔던, 돌 화살표가 있는 그 갈림길에 이른다. 몇시간 전에 지나온 길이다. 주차장에 도착한다. 5.6마일을 걸었다. 지금 마친 이 모든 산행의 기억이, 기실은 이 광막한 사막의 헛된 신기루에 홀렸던 한바탕 꿈은 아니었을까 싶다.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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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