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참담한 정치상황을 미래의 밑거름으로

2018-03-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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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 온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결국 22일 구속 수감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 전 대통령까지 구속됨에 따라 1995년 전두환·노태우 이후 23년 만에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동시에 구속되는 일이 재연됐다. 한때 국가지도자로 권력의 정점에 서 있던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지고 영어의 몸이 되는 것을 지켜본 미주한인들의 심정은 참담함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말 국정농단 게이트가 터졌을 때 한인들은 “이게 나라냐”는 탄식과 함께 “화가 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온갖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구속되자 한인들은 “사필귀정이지만 부끄럽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무리 지은 죄에 따른 구속이라지만 모국의 전직 대통령이 두 명씩이나 수감된 것은 미주한인들로서도 쉬 받아들이기 힘든 사태다. 이런 정치적 상황 때문에 눈부신 경제성장과 뛰어난 대중문화를 바탕으로 미주한인들이 가져온 모국에 대한 자부심에 상처가 생긴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직 대통령들을 둘러싼 온갖 혐의들, 그리고 이들이 초라한 모습으로 수감되는 장면은 분명 수치스럽고 고통스럽다. 이에 따른 국가적 사회적 갈등비용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이런 고통과 갈등을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현재의 상황을 올바른 정치문화 조성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그 첫걸음은 준엄한 법의 판단이다. 다시는 이런 후진적 정치행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모든 지도자들이 스스로를 비춰보는 반면교사가 돼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 당시 미주한국일보는 정권인수 과정에서 나타난 일부 독선과 조급증을 지적하면서, 그가 섬김의 리더십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해 국민들의 박수 속에 퇴장하는 성공한 정부가 되어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기대를 철저히 저버렸다. 이 전 대통령은 수질 개선을 명분으로 사대강 사업을 밀어붙였지만 정작 그의 재임 중 권력의 수질은 한층 더 혼탁해졌다.

이제 전직 대통령들이 재임 중 비리로 구속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지금 대한민국은 고통과 수치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이다. 아무쪼록 미주한인들이 모국에 대해 경제와 문화 뿐 아니라 정치도 일류라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그 날이 하루속히 다가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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