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이나타운 출입구 들어서면, 곳곳에 붉은 간판·홍등 눈길
▶ 백짜장·찹쌀 탕수육 등 ‘먹방’, 짜장면박물관선 이색 볼거리
인천 차이나타운으로 들어가는 메인 출입구인 ‘중화가’.
인천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짜장면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전시 모형. 당시 중국 전통식당인 ‘공화춘’에서 짜장면 등을 먹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인천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중국식당 ‘청관’의 백 짜장과 찹살 탕수육, 짬뽕밥.
■ 동·서양의 조화 ‘인천 차이나타운·개항장’
인천 차이나타운과 개항장(開港場) 일대는 동서양의 근대 문물이 신비로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관광 명소다. 쇄국정책 아래 외부 세계를 향한 문을 단단히 걸어 잠갔던 조선은 강화도 조약 체결(1876년)을 계기로 부산과 함경도 원산, 인천 등 3개 항구를 개방했다. 부산·원산과 마찬가지로 인천은 개항 이후 이전까지는 구경조차 힘들었던 국제도시의 면모를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130년이 훌쩍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인천 개항장은 청나라와 일본·서구 문물이 한꺼번에 밀려 들어왔던 당시의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그 시절의 ‘모던보이’처럼 차이나타운과 개항장을 둘러보며 근대 도시의 이국적 정취를 만끽하고 돌아왔다.
지하철 1호선 종착역인 인천역에서 내려 역사 밖으로 나오면 ‘中華街(중화가)’라는 한자어가 적힌 패루(높다란 탑 모양의 중국식 전통대문)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차이나타운의 메인 출입구라고 할 수 있는 이 대문을 지나면 붉은 간판과 홍등이 가득 메운 오르막길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중국 전통 의상인 치파오를 입은 상인들이 여기저기서 호객행위를 하고 방문객들의 허기를 채워줄 월병과 공갈빵도 곳곳에 널려 있다.
현재 인천시 중구의 선린동과 북성동 일대에 위치한 차이나타운은 지난 1883년 인천항 개항 이후 한국에 정착한 중국인들이 모여 살던 곳이다. 물건 장사와 요식업 등에 주로 종사하며 한국 땅에 확고히 뿌리를 내린 그들은 한국 전쟁을 기점으로 세력이 급속히 위축되며 뿔뿔이 흩어졌다. 이후 인천시는 이 지역을 관광특별구역으로 지정하고 옛 모습을 보존한 지역 명소로 탈바꿈시켰다.
차이나타운의 이색 볼거리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것은 짜장면 박물관. 차이나타운 정문에서 5분 남짓 걸으면 나오는 짜장면 박물관은 이름 그대로 ‘짜장면’이 국민음식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역사적 과정을 되짚어주는 장소다.
인천항 개항 이후 차이나타운에 정착한 화교가 운영했던 중국 전통요리 식당인 ‘공화춘’ 건물을 리모델링해 건립했다. 중국 현지 노동자들이 간편하게 면과 춘장을 비벼 먹던 짜장면을 사실상 한국에 처음 들여온 이 식당은 1983년 폐업했다. 차이나타운 한복판에 자리 잡고 지금도 영업을 하고 있는 식당 ‘공화춘’은 상호만 같을 뿐 당시의 원조 ‘공화춘’과는 무관하다.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짜장면 박물관의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성인 기준 관람료는 1,000원인데 700원을 더 내고 ‘통합 관람권’을 구매하면 인근의 인천개항박물관과 근대건축전시관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짜장면 박물관을 빠져나와 왼쪽 방향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면 이내 ‘청·일 조계지 경계 계단’이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 2002년 인천시 기념물로 지정된 이곳은 1883년 설정된 일본 조계(租界·외국인 전용 거주지역으로 행정권을 그들에게 위임하는 제도)와 1884년 설정된 청나라 조계의 경계 지역이다. 계단을 경계로 왼쪽은 청나라, 오른쪽은 일본의 판이한 건축 양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인천의 복잡다단한 근·현대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인 셈이다. 가파른 경사의 계단을 오르면 중국 칭다오시에서 기증한 공자상이 보인다.
일본 조계지를 지나 인천 중구청을 끼고 올라가면 제물포 구락부가 나온다. 1901년 사바틴(Sabatin)이라는 러시안이 주도해 건립한 제물포 구락부는 개항기 인천에 거주하던 외국인들의 친목을 도모하는 사교 공간이었다. 지금 봐도 결코 촌스럽지 않은 인테리어가 눈에 띄며 중국 전통의상을 입어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1914년 청나라와 일본의 조계가 철폐된 뒤에는 미군의 장교 클럽, 시립 박물관, 문화원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됐다고 한다. 관람 시간은 오전9시30분부터 오후5시30분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관람료는 따로 받지 않는다.
차이나타운에 놀러 왔다면 맛집 탐방도 빼놓을 수 없다. 점심시간이 다소 지났음에도 식당 바깥까지 긴 줄이 늘어서 있는 ‘청관(淸館)’을 선택했다. 15분 정도 기다린 끝에 종업원으로부터 자리를 안내 받았다. 이 식당의 백미는 단연 ‘백(白) 짜장’. 콩을 주재료로 만든 소스와 해산물을 면발에 얹은 백 짜장은 과거 청나라 황실에서 즐겨 먹던 메뉴라고 한다. 춘장으로 만드는 일반 짜장면과 비교해 면발은 부드럽고 맛은 담백했다. 기름기가 많지 않아 다 먹고 난 뒤에 속이 더부룩한 느낌도 거의 없었다. ‘꿔바로우(궈바오러우)’라고 불리는 찹쌀 탕수육도 쫄깃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시간이 남는다면 차이나타운에서 자동차로 5분 정도 걸리는 신포국제시장에 들러 구경해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개항과 동시에 중국 상인들이 주축이 돼 문을 연 신포국제시장은 인천 최초의 근대적 상설시장이다. 10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어느새 인천의 명물로 자리 잡은 덕분에 주말에 가면 전국 곳곳에서 온 방문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바삭바삭 제대로 튀긴 닭강정이 특히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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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인천)=나윤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