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번엔 마음껏 겨뤄보자”

2018-03-15 (목)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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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 오늘 ‘황제’ 페더러와 4강 티켓 놓고 대충돌

▶ 쿠에바스 꺾고 8강 진출…두 달 만에 재대결 성사

“이번엔 마음껏 겨뤄보자”

지난 1월 호주오픈 4강전에서 로저 페더러를 상대로 발바닥 물집 부상으로 기권패했던 정현은 약 두 달 만에 다시 페더러를 만나 ‘밑져야 본전‘이라는 자세로 마음껏 싸워볼 찬스를 잡았다. [AP]

과연 이번엔 두 달 전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세계랭킹 26위)이 BNP 파리바오픈 8강에 올라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1위, 스위스)와 4강 티켓을 놓고 격돌하게 됐다. 지난 1월 호주오픈 4강전에서 만난 이후 약 두 달 만의 리매치다.

정현은 14일 남가주 인디언웰스에서 열린 대회 10일째 단식 16강전에서 파블로 쿠에바스(34위·우루과이)에 6-1, 6-3으로 완승을 거뒀다. 정현은 첫 세트를 6-1로 가볍게 따낸 뒤 2세트에서 5-0까지 달아나 가볍게 경기를 끝내는 듯 했으나 6번째 게임에서 매치포인트를 7개나 잡고도 쿠에바스의 끈질긴 저항에 끝내 브레이크를 허용하는 바람에 1시간 내에 경기를 끝낼 찬스를 놓쳤다. 거의 16분이나 걸린 이 서브게임을 놓친 뒤 그 후유증으로 두 게임을 더 내주고 잠시 흔들리던 정현은 쿠에바스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고 1시간18분만에 경기를 끝냈다. 이날 승리로 정현은 5연속 투어대회 8강에 오르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물론 그중에는 호주오픈 4강 진출도 포함돼 있다.


이어 벌어진 경기에서 페더러는 제러미 샤르디(100위·프랑스)를 7-5, 6-4로 꺾고 8강에 올라 두 달 만에 다시 정현과 마주치게 됐다. 페더러는 이날 자신의 서브게임에서 거의 완벽한 경기를 했으나 샤르디의 서브게임에선 상대의 강력한 저항에 막혀 다소 고전했고 결국 1, 2세트에 각 1게임씩만을 브레이크해 1시간22분만에 경기를 끝낸 것에 만족해야 했다.

정현은 이날 지난 2016년 세계 19위까지 올랐던 쿠에바스를 일방적으로 압도했다. 첫 세트를 6-1로 따내고 2세트에서 5-0으로 앞선 뒤 승부가 끝났다고 생각, 방심한 것이 화가 돼 내리 3게임을 잃고 막판 진땀을 흘린 것은 오히려 장차 약이 될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쿠에바스는 승부가 완전히 기운 2세트 6번째 게임에서 정현에게 7번이나 매치포인트를 허용하고도 끝내 그냥 주저앉지 않고 버텼고 결국 3연속 게임을 따내며 정현을 긴장시켰으나 이미 기운 승부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승리로 정현은 ATP투어 ‘매스터스 1000’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8강에 진출했다. ATP 투어대회 등급은 4대 메이저 대회가 가장 높고, 그 다음이 매스터스 1000 시리즈 대회로 이 시리즈는 1년에 9번 열린다. 정현은 이 대회전까지 매스터스 1000 대회에서 5승을 올렸는데 이번 대회서만 3승을 추가했다. 정현의 매스터스 시리즈 1000 최고성적은 지난해 8월 로저스컵에서 거둔 16강이었는데 그 기록도 이번 대회에서 경신했다.

한편 정현과 페더러의 8강전은 15일 오후 7시(LA시간)부터 펼쳐진다. 정현은 올해 호주오픈에서 알렉산더 즈베레프(5위·독일)와 노박 조코비치(13위·세르비아) 등을 꺾고 4강까지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으나 페더러와 만난 4강전에서 시종 일방적으로 몰리다 발바닥에 잡힌 물집 부상으로 인해 2세트 도중 승부를 포기했었다.

정현으로선 약 두 달 만에 설욕의 기회를 잡은 셈이지만 페더러는 만 36세의 나이에도 불구, 단연 현 세계 테니스 최강자로 정현이 쉽게 넘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더구나 페더러는 올해 첫 출전한 호주오픈에서 우승한 뒤 지난달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암로 월드테니스 토너먼트에서도 우승, 올해 이미 타이틀 2개를 따내며 15전 전승 행진을 이어가며 제2의 전성기를 열어가고 있다. 상승세로 따지면 정현보다 몇 단계 위에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정현 입장에선 ‘밑져야 본전’이라는 자세로 승패에 대한 부담없이 마음껏 싸워볼 수 있는 경기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번 대결에서 부상으로 인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아쉬움을 이번에 말끔히 씻어낼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기도 하다. 이번에 ‘황제’를 상대로 정현이 얼마나 향상된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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