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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토도 좋지만 그냥 보너스 받고 싶어요”

2018-03-15 (목) 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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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나이티드 직원들 ‘보너스 대신 로토’ 제안에 반발

▶ “직원 동기부여” 게임 인센티브 도입, 경쟁심 자극 성과 높이기 기업전략

“로토도 좋지만 그냥 보너스 받고 싶어요”

유나이티드 항공은 최근 기존의 보너스 대신 로토 티켓을 주는 안을 발표했다가 직원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쳐 일단 철회했다. 로토 안이 실시되면 몇몇 행운의 직원들은 현금 10만 달러나 벤츠 승용차 같은 푸짐한 상품을 받을 수가 있다. 하지만 9만명 직원들 대부분은 빈손이 되고 만다는 사실에 직원들은 반발했다.

유나이티드 항공사가 최근 획기적인 시도를 했다가 머쓱해지고 말았다. 직원들에게 주는 보너스를 없애고 대신 로토 티켓을 나눠주겠다는 ‘묘안’을 발표한 것이었다. 로토에 당첨되면 현금 10만 달러 혹은 머세데스 벤츠 승용차 같은 호화로운 상품을 받게 되니 직원들이 흥분하며 좋아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직원들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로토는 절대 안된다는 반대 여론이 쇄도했다.

직원들은 현실적이었다. 로토 당첨자 몇 명은 신나겠지만 대략 9만명의 직원 대부분은 아무것도 받지 못하니 정해진 수입이 줄어드는 것이다.


직원들의 거센 반발에 유나이티드는 지난주 보너스를 로토로 바꾸는 안을 당분간 유예 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나이티드의 로토 제안은 실패로 끝났지만, 직원들에게 열심히 일할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게임 같은 테크닉을 쓰는 방식은 사실 새로운 게 아니다. 널리 확산되어 있다. 고용주들이 게임 같은 방식으로 직원들 사이의 경쟁을 유도한 지는 오래 되었다.

그런데 하이텍 시대가 되면서 경쟁유도 게임 방식은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 직원들 행동에 대해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고, 비디오 게임 테크놀로지가 급격히 확산된 덕분이다.

최근 연구결과들을 보면 소위 게임화 소프트웨어 시장은 급속히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직원들이 어떤 업무를 끝내거나 업무 성적이 좋으면 포인트나 배지를 얻게 만드는 프로그램 등이다.

게임 식 직원 동기부여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런 방식이 유용하다고 말한다. 단, 회사가 경비 절감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자기 업무에 보다 흥미를 느끼고 열심히 참여하게 하도록 디자인 된 경우에 한한다.

“주주들과 경영진은 돈으로 포상을 받으면서, 직원들에게는 ‘의미’나 ‘흥미’ 따위를 내세워 위로용 상을 주는 것”이라고 럿거스 대학의 케이트린 피트르 교수는 말한다. 미디어학 전공인 그는 미디어 기업들에서 시행했던 비슷한 포상방식을 조사했었다.

직장에서 게임식으로 직원들의 경쟁을 유발해 상을 주는 방식이 윤리적인지에 대해서는 이견들이 있다. 한편 그것이 근로자들의 작업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직원들이 게임을 하듯 경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게 하면 그냥 현금 보너스를 주는 것보다 싼 값에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은 많은 심리학 연구 결과 드러났다.


지난 2012년 미국 건강증진 저널에 실린 한 실험에 의하면 직원들을 대상으로 건강위험 관련 조사를 할 때 25달러 선물권을 줄 때보다 로토로 최고 125달러를 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훨씬 많은 직원들이 참여했다.

일반적으로 로토가 고정된 보너스보다 더 효과적인데, 그 이유는 사람들이 적은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거기에 크게 쏠려서 마음을 정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저널은 지적했다.

또 다른 연구보고서들을 보면 직원들에게 자극을 주는 데는 현금보다 칭찬이나 인정이 더 효과적이다. 게임식 소프트웨어가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다. 지난 2014년 발표된 반도체 공장 실험을 보면 근로자들은 “어제 근무 중 열심히 일하고 좋은 성과를 낸 것”에 감사한다는 쪽지를 주는 것이 25달러 정도의 현금을 보너스로 주는 것보다 더 생산성을 높였다.

회사가 직원들 동기부여를 위해 보다 값싼 방식을 찾는 것이 도덕적 문제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보상과 동기부여는 두 개의 별도의 개념이다. 기업은 직원들에게 정당한 보수를 주면서, 혹은 넉넉하게 보수를 주면서, 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하도록 고무하기 위해 로토를 이용하고 칭찬을 할 수가 있다.

행동 컨설팅 비영리기관에서 일하는 크리스틴 버먼은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는 보수이다. 사람들이 얼마나 받나, 그들이 얼마나 받아야 하나, 얼마나 받기를 기대하는 가이다. 두 번째는 동기부여이다. 직장에서 근로자들이 기꺼이 기업이 원하는 대로 일을 하도록 자극을 주는 것이다.

직원 동기부여 및 인센티브 프로그램 전문가에 의하면 신상품이 나왔을 때 세일즈 직원들 사이에 흥미를 자극하는데 로토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로토가 보수의 중요한 부분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유나이티드가 그랬듯이 많은 기업들은 임금과 동기부여 사이의 선을 불분명하게 하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말하자면 직원들에게 주던 현금을 줄이고 대신 심적인 소득을 올려주는 식이다.

코넬 대학 정보학과의 캐런 레비 교수는 “기업들이 왜 안 그러겠느냐?”고 반문한다. 게임 방식 인센티브를 연구한 그는 인건비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싶은 것이 기업의 구조라고 말한다.

이런 방식을 가장 잘 쓰는 기업이 우버와 같은 계약제 회사들이다. 우버는 전통적 보너스에 비해 저렴한 대안으로 게임 같은 인센티브를 자주 이용한다.

예를 들면 이따금 현금 보너스와 시간당 보장하던 수입을 깎는 대신 경품이나 다른 콘테스트를 내놓는 것이다. 이때 상품은 몇 백 달러일 수고 있고 운동경기 티켓일 수도 있다. 목적은 경비를 덜 들이면서 수요가 높은 시간대에 운전기사들이 되도록 많이 운전대를 잡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전통적 기업들도 비슷한 전략이 쓰곤 한다. 예를 들어 T-모빌은 기존의 보너스에 더해 이따금 단기적으로 게임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지난달 캔사스, 위치타의 콜 센터는 목표량을 달성한 에이전트들에게 스크래치 복권을 주었다. 앞서 이 회사는 성과가 좋은 에이전트에 대한 포상으로 ‘돈 기계’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을 상으로 주었다. 기계가 상품 교환증을 뿜어내서 그걸 주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봉급을 올려주는 것보다 기업으로서는 확실히 돈을 절약하는 방식”이라고 T- 모빌의 고객담당 에이전트인 저스틴 스미스는 말한다.

기업들은 종종 임금을 깎지는 않지만 게임이나 게임 같은 인센티브를 이용해 직원들이 같은 임금에 더 많은 일을 하도록 몰아가곤 한다. 월트디즈니나 고커 같은 기업들은 직원들의 성과 게시판을 내걸고 업무성취 성적을 수시로 고시함으로써 직원들이 서로 서로 비교하며 끊임없이 경쟁하게 만든다.

“사실상 이것은 보수를 낮추는 것”이라고 피트르는 말한다. 사람들의 경쟁심리를 유도해 점점 더 많은 성과를 내게 만드는 효과가 있으니 보수는 그대로인데 일은 훨씬 더 많이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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