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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지원자 ‘복수국적’ 여부 일일이 확인한다

2018-03-14 (수)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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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방 공무원 뿐 아니라 하청 업무 담당자까지도

▶ 선천적 복수국적 신분 2세들 불이익 확대 우려

미국 내 선천적 복수국적자를 대리해 한국 헌법재판소에 국적법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던 이민법 전문 전종준 변호사는 최근 자신의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연방직에 지원한 뒤 채용담당자로부터 예상 밖의 질문을 받았다. 정부기관 채용담당자는 지원자에 대한 신원조회의 일환으로 직전 고용주인 전 변호사와 인터뷰를 하면서 이 직원이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 것이다.

전 변호사는 “해당 직원이 한국에서 출생한 뒤 미국으로 이민을 왔기 때문에 한국 국적법에 따라 한국 국적이 상실돼 미국 국적만 보유하고 있다”고 답을 했다며 “보안직 뿐만 아니라 공직 인터뷰시 정부기관에서 지원자의 이중국적에 대해 철저하게 확인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출생 당시 부모의 국적으로 인해 선천적 복수국적자로 분류된 한인 2세들 가운데 국적이탈 기한 내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지 못해 피해가 발생해 온 가운데, 이처럼 연방정부 등 공직 신원조회 때 지원자의 ‘이중국적’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이 공직 진출 기회를 박탈당하는 상황이 늘어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한인 변호사도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법률회사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이 정부 기관으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인사 담당자로부터 지원자의 이중국적 여부를 묻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이중국적을 확인하는 절차가 연방 고위직이나 보안직에 국한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요즘 연방 공무원으로 이직하는 직원들의 경우 이중국적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반드시 하는 것 같다”라며 “선천적 이중국적자들의 연방직 진출이 갈수록 험난해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전종준 변호사는 연방 기관들이 신원조회서 작성 때 뿐 아니라 인터뷰 등을 통해 이중국적에 대한 철저한 확인을 하고 있고, 또 연방 공무원이 아닌 연방 정부 하청 업무 담당자를 뽑을 때까지도 이를 확인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전 변호사는 “이전에는 연방 공무원에 지원한 직원들에 대해 마약이나 음주와 관련된 질문만 했는데 언제부터인지 지원자들의 이중국적 여부를 묻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보안직이나 기밀문서를 다루는 경우에 한해 이중국적 여부가 문제가 됐는데 이젠 채용 이전부터 이중국적자를 사전에 거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주미 대사관도 선천적 복수국적자 자녀를 둔 한인들이 한국내 장기체류 계획이 없다는 이유로 자녀들의 한국내 출생신고를 미루거나 만 18세가 되는 해 이전에 국적이탈을 해야 하는 사실을 잘 몰라 연방 공직에 진출하는 한인 피해사례 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선천적 복수국적 남성의 경우 만 18세가 되는 해 3월31일까지 국적이탈을 하지 않을 경우 병역 이행 및 면제를 받지 않는 한 37세까지 국적이탈이 불가능해 미국에서 연방 공무원 진출이나 사관학교 입학 및 군 보직 등에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LA 총영사관 관계자는 “선천적 복수국적의 가장 큰 문제는 국적이탈 기간을 놓친 자녀가 미군이나 공직 진출 등에 있어서 복수국적 신분이 걸림돌이 되는 경우”라며 “선천적 복수국적 자녀의 경우 국적이탈 신고의 선결 요건인 출생신고는 미리 해두는 것이 차후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전종준 변호사는 원정출산과 병역기피와 무관한 선천적 복수국적자 한인 2세들이 후천적 복수국적자보다 더 과도한 국적이탈 절차를 요구받고 있는데 이는 명백히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며, 선천적 복수국적자도 스스로 한국 국적을 선택하지 않는 한 자동 말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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