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 돌아가 노후 보낼까’

2018-03-14 (수) 이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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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70대 미국서 역이민 연 2,000명… 젊은층도 늘어

한국으로 역이민을 가는 한인들이 매년 2,000여명에 달하고 있으며 이 같은 추세는 201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미 역이민을 실행했거나 심각하게 고려중인 한인들 대부분은 60대 후반에서 70대들이다.

이들은 “자식들이 다 커서 부모 곁을 떠나고 나이 들어 부부가 외롭게 살기보다는 친구들을 만나고, 오히려 미국보다 나을 것 같은 다양한 복지시설에서 즐겁게 지내고 싶다. 한국에서 살다 미국에는 자식들을 만나러 올 생각”이라고 말한다.


2014년 한국 외교부 통계에 따르면 미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영구 귀국한 역이민자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2000년 2,612명 ▷2007년 1,576명 ▷2009년 2,058명 ▷2011년 2,128명으로 집계됐다. 해마다 2,000명 안팎의 한인들이 역이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역이민 현상은 70년대 이민 온 한인들의 노령화와 이에 따른 귀소본능, 한국 경제발전과 재외동포들에 대한 각종 혜택 증가와 더불어 한국에서도 미국에서 지급하는 소셜 연금 수령 가능 등이 주 사유로 꼽힌다.

샌디에고에 거주하고 있는 올드 타이머들 가운데 이미 역이민을 했거나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한인들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40년 동안 샌디에고에서 자영업을 하다 얼마 전 은퇴를 한 한인 이성일(가명)씨는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미국에 40년 살았다고 하면 영어를 무척 잘한다고 생각하는 데 실상을 그렇지 않다”고 운을 뗀 후 “지난 해 정말 14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고 깜짝 놀랐다”며 “고향에 가서 의사소통에 불편을 겪지 않고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고 싶어 최근 아내와 진지하게 역이민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이민은 비단 고령층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샌디에고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 주류 직장에 취업을 했거나,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하고 있는 젊은 층들도 역이민을 행렬에 뛰어들고 있다.

자영업자 김경탁씨는 지난 달 28일 한국으로 역이민을 갔다. 김 씨는 “샌디에고에서 유학과 디저트 사업을 하면서 나름 매일매일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너무나 빡빡하게 돌아가고 있는 하루하루를 돌아보면서 문득 회의가 들었다”며 “2~3년 전부터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비행조종술을 배우고 얼마 전 자격증을 취득해,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역이민을 가는 한인들이 늘어나면서 인터넷에는 역이민에 대한 다양한 내용들이 올라와 있다.

그 중 역이민자들의 모임인 ‘역이민 카페’도 운영되고 있다.

한국 인터넷 컨텐츠인 다음에는 ‘역이민’이라는 카페가 개설돼 운영되고 있다. 이 사이트에는 한국에서 스마트폰 요금 절약법, 한국으로 면허증 교체하기 등 다양한 정보들이 올라와 있다.

한편 한국으로 역이민 가는 것에 대해 인식차가 극명하게 갈린다.

한 쪽에서는 역이민은 미국에서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사람들의 도피라는 부정적 인식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한 쪽에서는 개인 상황이 허락된다면 한국으로 역이민이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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