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5살 된 한국 택배산업 ‘불타는 청춘’

2018-03-14 (수)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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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0만 상자였던 물동량 23억개로 증가, 산업규모 늘며 기사 월 평균 551만원 벌어

▶ 온라인 쇼핑 커져 CJ대한통운 등 잇단 투자, 유통업 성장 ‘선순환 고리’형성 앞날도 ‘창창’

25살 된 한국 택배산업 ‘불타는 청춘’

택배기사들이 허브터미널에서 화물 자동분류기인‘휠소터’를 타고 오는 화물들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내에 택배 서비스가 처음 선보인 것은 지난 1992년이다. 지금은 택배 없는 생활을 상상하지 못한다. 하지만 당시 택배는 ‘신문물’ 이었다.

한진이 ‘파발마’라는 브랜드로 택배를 시작한 당시만 해도 한해 물동량이 1,000만 상자에 불과했다. 당시 서울의 인구보다도 적었다. 그로부터 25년이 흐른 지금 지난해 택배 물동량은 23억 상자까지 증가했다.

1992년에 비해 230배 늘어난 규모다. 재활용 분리수거 날마다 쌓이는 택배 상자는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됐을 정도다. 택배는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을 뿐 아니라 홈쇼핑 등 다른 산업 발전도 견인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택배 산업의 발전에서 택배 기사의 역할은 빼놓을 수 없다. 폭증하는 택배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퇴직자들이 대거 택배기사로 유입됐다. 현재는 월 수입 700만 원 이상 고 수입자도 생겨나고 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택배 산업은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성장했다”며 “앞으로 성장 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말했다.

◇홈샤핑·온라인샤핑, 택배 산업 키우다

택배산업의 발전은 2000년대 홈샤핑과 온라인샤핑 시장의 급속한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온라인 주문이 활성화되면서 1999년 7,900만 상자 수준이던 국내 택배 물량은 2000년 1억 1,000만 상자, 2001년 2억 상자, 2003년 3억 상자 등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택배업체들도 물류체계에 적극 투자했다. 전국의 물량을 1차로 분류하는 허브 터미널, 고객 배송지별로 분류하는 지역 단위 서브 터미널을 확장했다. 덕분에 물량을 처리하는 능력과 배송 서비스의 질도 올라갔다. 유통업체와 고객들의 택배 수요가 다시 증가한 건 물론이다.

택배 산업이 발전하니 자연히 일자리 수요도 늘었다.

때마침 IMF 외환위기 여파로 실직자가 늘면서 이들이 택배산업으로 유입됐다. 택배 기사는 근로자와 사업주의 중간 성격의 ‘특수고용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1,000만 원 상당의 1톤 트럭 한 대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메리트로 작용했다”며 “안정적 월 소득, 일한 만큼 나오는 수입, 개인사업자로서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는 점 등도 인기의 이유였다”고 말했다.

당시 정부도 택배 기사가 늘어나는 것을 권장하다시피 했다. 1997년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령을 개정해 영업용 번호판 발급을 면허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한 것이 한 예다.

이로 인해 택배 차량이 급증했다. 2004년 화물운송업이 허가제로 바뀌어 택배 차량의 증가에 제동이 걸렸지만 늘어난 택배 물량을 처리할 차량이 모자라 자가용 차량으로 운송하는 일이 늘어나기도 했다.

◇커진 택배시장, 택배 기사의 위상

택배산업이 매년 두 자리 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택배 기사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우선 1인당 취급하는 물량이 증가함에 따라 수입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의 경우 택배 기사 1만7,000명의 지난해 월수입은 평균 551만원.

4년 전인 지난 2013년보다 약 29.9% 늘었다. 하루 평균 250~300개를 배송한다고 가정하면 나오는 수준이다. 순 수입은 세금·통신비·유류비 등을 제외하면 월 440만 원대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측은 월수입 500만원 이상인 택배 기사가 전체의 3분의 2를 넘어섰으며 700만 원 이상인 고소득자도 16%라고 전했다. 택배 물량이 늘면서 이를 소화하기 위해 가족단위 형태도 자연스레 발생했고, 이들 가족 수입은 월 1,000만 원을 웃돈다.

물론 한 달에 버는 돈이 300만 원에 못 미치는 택배 기사도 있다. 이들은 근무 경력이 짧은 사람들이 대부분으로 6개월~1년이 지나면 수입이 400만 원을 넘어서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전국 곳곳의 택배기사들의 여러 가지 미담도 쌓인다. 회사 관계자는 “배송 도중 목격한 도로 갈라짐, 공공기물 파손 등의 신고가 많다”며 “장마철 불어난 하천에서 아이를 구하고, 화재가 발생한 집에 들어가 불을 진압하는 등의 사례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청년기 택배산업, 택배산업 전망 긍정적

택배산업은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성장의 기반으로 작용했던 온라인·모바일 쇼핑 시장이 여전히 커지고 있는 덕분이다.

택배업체들도 성장 전망에 따라 계속해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투자가 이뤄져 택배산업이 발전하고 다시 유통업도 커지는 선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CJ대한통운의 경우 택배 기사들의 작업 강도를 완화하고자 서브 터미널마다 화물 자동 분류기인 ‘휠소터’를 설치하고 있다. 덕분에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물량이 늘어나면서도 노동강도는 줄어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올 상반기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소재 메가허브터미널이 가동을 시작하면서 처리할 수 있는 택배 물량도 더 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덕분에 택배기사에 대한 인식도 더 좋아질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전망이다. 회사 측은 “높은 수입, 직업 안정성, 실질적인 상생협력제도 등으로 작년 기준 택배기사 이직률이 약 0.6% 수준”이라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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