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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수술·해부까지… 3D·VR이 의료세상 바꾼다

2018-03-14 (수)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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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D로 구현한 ‘해부 테이블’, 커대버 없이 장기·혈관 등 연구

▶ 정상인·환자 신체 비교 실습도, VR로 질병·수술 체험

김영준 KIST 박사가 서울 성북구 KIST 본원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3차원(3D) 의료영상 자동진단·가시화 기술을 설명하는 모습.

지난 9일 서울대 의과대학의 한 강의실. 학생들이 모니터가 설치된 책상에 둘러앉아 손가락으로 화면을 확대·축소하느라 바쁘다.

모니터 화면에는 사람의 신체 내부 이미지가 떠 있다. 학생들은 모니터를 터치하고 이미지를 360도로 돌리면서 장기와 기관·혈관을 찾고 있다. 3차원(3D) 이미지 기술로 신체 이미지 데이터를 터치스크린으로 구현한 ‘가상 해부 테이블’을 활용한 해부학 교육이다.

수업 도중 혈관을 잘못 찾은 학생들은 다시 처음 상태로 돌아가 장기와 기관을 제거하면서 혈관을 찾을 수 있다. 커대버(cadaver·의학 교육을 목적으로 기증된 해부용 시신)를 사용했다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인공지능(AI) 의사 ‘왓슨’이 한국에 도입된 지 1년이 넘었다. 그 사이 의료현장에 접목하는 정보기술(IT)의 면면이 다양해지고 활용분야도 진단을 넘어 교육 및 안내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도 가상·증강현실(VR·AR), 3D 이미지 기술 등을 활용해 관련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아나토마지 코리아는 15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34회 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에 ‘아나토마지 테이블 5.0’을 공개한다.

아나토마지 테이블은 터치로 몸통을 절개하고 기관을 적출하는 것 등을 체험하고 훈련할 수 있는 가상 해부 테이블이다. 이번에 공개하는 모델은 미국인 여성, 한국인 남성의 신체 데이터를 갖춘 이전 버전에서 미국인 남성의 신체 데이터와 임상 사례들을 추가한 게 특징이다.

사람의 신체를 3D로 구현하는 것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1,500개 이상 되는 신체 내 기관과 장기·혈관 등을 구분하기 위해 사진만 8,000여장을 찍어야 한다. 회사는 이 사진을 등고선처럼 여러 겹으로 쌓아 올려 3D로 구현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아이디어와 기술력은 미국에서 먼저 알아봤다. 창업자인 최원철 박사는 지난 2012년 미국 테드(TED) 콘퍼런스에 한국인 최초 메인 연사 자격으로 초청받아 강연할 정도다. 김기현 아나토마지 코리아 이사는 “미국에서만 대학 500여곳에서 사용하고 있다”면서 “3D 이미지 기술로 정상인 신체와 병에 걸린 신체를 비교해가며 실습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제품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아예 VR·AR 기기를 접목해 질병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콘텐츠 제작에 나선 경우도 있다. 대한조현병학회에서는 의사·간호사·약사 등 의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VR 기반 조현병 환자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앞서 조현병은 조현병 환자의 ‘묻지마 살인’ 사건이 보도된 후 강력 범죄의 원인으로 급부상하는 등 오해가 많은 질환 중 하나다.

이 같은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다국적 제약사의 지원을 받아 VR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조현병 환자들이 겪는 환각과 환청,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 심리적 위축 등을 VR 기기를 착용해 체험 가능하도록 구현했다.

업계에서는 의료현장 곳곳에 더 많은 기술이 접목돼 새로운 방식의 서비스들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I 외에 다양한 기술들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분위기와 인프라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특히 VR·AR의 경우 기기가 저렴해질수록 관련 콘텐츠 개발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오는 2023년 의료 분야의 글로벌 VR·AR 시장만 약 30억3,800만달러로 예상된다.

올해 2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혼합현실(MR)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연구개발(R&D)하는 랩을 별도로 마련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병원 측은 “앞으로 저비용·고효율의 의료인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언급했다. 병원은 일찍이 유아용 캐릭터 ‘뽀로로’를 이용해 수술을 앞둔 소아환자의 수술 불안도를 40%가량 감소시키는 등 VR·AR를 접목한 서비스 개발에 적극적이다.

스탠포드대와 공동으로 내시경 부비동(콧구멍이 인접해 있는 뼛속 공간) 수술에 적합한 가상수술환경 시뮬레이터를 개발한 원태빈 서울대병원 교수 역시 “(가상 시뮬레이터 개발로) 복잡한 수술의 리허설이 가능해지면서 의료진을 훈련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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