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의 철강 관세폭탄에 대적하듯
▶ 자유무역 기치 내걸고 세 과시 주목

8일 칠레에서 열린 TPP 조인식에서 각국 장관들이 손을 맞잡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림 흥 기앙 무역산업부장관, 데이비드 파커 뉴질랜드 통상장관, 다툭 자야시리 말레이시아 국제무역통상장관, 프랑코-필리페 샴페인 캐나다 통상장관, 스티븐 시오보 호주 통상투자장관, 호랄도 무노스 칠레 외무장관, 하지 에라완빈 페핀 요소프 브루나이 외무장관, 모테기 토시미스 일본 환태평양 파트너십 장관, 아델폰소 과하르도 멕시코 경제장관 에두아르도 페레이로스 페루 통상장관, 트랜 투안 안 베트남 통상장관. [AP]
일본을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멕시코, 칠레,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11개국은 8일(현지시간)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공식 서명했다고 AP통신과 AF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이들 11개국 외교·통상 관련 장관들은 이날 칠레 산티아고에서 CPTPP 서명식을 했다.
CP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의 무역협정으로 인구 5억 명에,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전 세계의 13.5%를 차지하고 있다.
CPTPP는 이들 11개국 가운데 최소 6개국이 국내 비준절차를 완료한 시점으로부터 60일 이후에 발효되며, 회원국들은 내년 초 공식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 CPTPP 회원국들은 이날 “열린 시장을 유지하고 글로벌 무역을 증진하고, 소득이나 경제적 배경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면서 “역내 무역자유화와 투자를 가속하는 기회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CPTPP의 출범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폭탄에 공식 서명할 예정인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특히 주목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 예고로 글로벌 무역전쟁에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을 위시한 11개국이 자유무역의 기치를 내걸고 메가 협정을 공식 출범시킨 것이다.
미국은 이들 11개국과 함께 지난 2015년 10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의 무역협정인 TPP를 체결했지만 지난해 1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전격 탈퇴했다. 미국 빠진 이후 나머지 11개국은 일본 주도로 TPP를 수정한 CPTPP를 추진해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TPP 재가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향후 미국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TPP는 미국에 몹시 나쁜 거래”라면서도 “더 나은 조건을 제의한다면 우리가 다시 들어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도 나흘 후인 지난달 27일 TPP 복귀 여부와 관련해 “상당한 고위급 대화를 시작했다”며 “우리가 다자(협정)를 해야 할지 여부 또는 TPP 복귀를 고려할지 여부, 그것이 다시 (협상)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명령을 강행하면서 “미국 산업이 외국의 공격적인 무역관행들에 의해 파괴됐다”며 “그것은 정말 우리나라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아직 TPP 복귀여부는 확실치 않아 보인다.
그는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철강 업계 노동자와 노조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 이러한 내용의 철강·알루미늄 규제조치 명령에 서명하면서 “나는 내 정치 경력보다 더 오랫동안 이에 대해 말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를 나쁘게 대우한 많은 나라가 우리의 동맹이었다”며 “우리는 단지 공정함을 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