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방침과 정면충돌 ‘자유무역 옹호’
▶ 백악관 국수주의 강화 등 정책혼란 가중

사임 의사를 밝힌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지난 1월23일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AP]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폭탄’ 조치를 둘러싸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충돌했던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6일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경제계는 물론이고 정치권도 술렁이고 있다.
콘 위원장은 6일 발표한 성명에서 “조국을 위해 봉사하고 역사적인 세제 개혁안 통과를 포함해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친 성장 경제정책을 제정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콘 위원장은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두고 마찰을 빚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도 “이런 기회를 주신 대통령에게 감사하며 대통령과 현 행정부가 미래에도 크게 성공하길 바란다”고 인사를 전했다.
콘 위원장의 사임은 수주일 내 확정될 전망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NYT에 보낸 성명에서 “게리는 나의 수석 경제 자문으로 미국의 경제 부흥과 역사적인 감세와 개혁 실행 등 우리의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훌륭한 일을 했다. 그는 재능있는 드문 인재이며 국민에 대한 그의 헌신적인 봉사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콘 위원장이 물러난 주요 원인으로는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놓고 벌어진 백악관 내부 갈등이 꼽힌다. 콘 위원장이 관세 부과에 강력히 반대하며 트럼프 대통령 및 이를 찬성하는 진영과 마찰을 빚었다는 점에서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 출신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월가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 콘 위원장은 관세 폭탄이 경제 성장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막판까지 반대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기 전날인 지난달 28일에는 만약 관세 조치를 고수한다면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평소 자유무역을 옹호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국수주의적 정책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던 콘 위원장의 사임은 미국의 경제·금융 분야에 파급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더 호전적으로 국수주의적 정책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실제로 콘 위원장의 사임 소식에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선물이 1% 내리는 등 금융시장 전반이 출렁였다.
콘 위원장이 떠난 자리를 메울 후보로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비공식 경제 참모로 불리는 보수 성향의 경제해설가 래리 쿠드로가 거론된다.
쿠드로의 경우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계획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는 점에서 지명 가능성이 작다는 견해도 있다.
한편 백악관 내 정책적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7일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복수의 백악관 관계자들을 인용, 정책이 실제로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실행 불가능한 의견을 고집할 때 어떻게 제동을 걸어야 할지를 아는 ‘브레인’은 이제 대통령 주변에 거의 남아있지 않게 됐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