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習)황제 등극’그 어두운 그림자는…

2018-03-05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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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5일, 이날은 훗날 어떻게 불려 지게 될까. 한 시대가 종언을 맞는 날이 아닐까.

“국가주석과 부주석의 임기를 2연임 이상 초과할 수 없도록 한 헌법의 임기 규정을 삭제하는 방안을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제안했다.” 신화통신의 이 같은 짤막한 보도가 나온 것이 지난 2월25일이다. 그리고 시진핑의 평생집권을 추인하는 이른바 전국인민대표회의란 것이 열린 날이 이날이다. 이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포린 폴리시(FP)지가 보인 반응이다.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를 거치며 제도화된 권력계파 간 안배와 집단지도체제가 폐지됐다. 그러니까 중국이 이 제도적 장치를 통해 정치적 안정과 경제발전을 누려온 한 시대는 끝난 것이다.


‘한 시대의 종언’은 중국만이 아니다. 서방세계에게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FP의 진단이다.

냉전이후 시대에 중국과 관련해 서방세계를 지배하다 시피 해 온 담론은 중국의 경제발전은 정치개혁을 불러와 결국 민주화로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게 허망한 소리였음이 결국 드러났다. 이에 따른 일종의 자아비판성의 외침이 미 언론에서 잇달아 나오고 있다.

중국에 대한 낙관론이 팽배했었다. 그 결과 중국으로 서방의 자본이 몰려들었다. 그러기를 30여년, 그러나 오늘 날 목도하게 된 것은 ‘사이버 전체주의 체제’라는 괴물의 출현이다.

수억 명이 빈곤에서 벗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상을 토대로 매긴 개개인의 신용점수에 따라 13억 중국인민은 사회, 경제 활동까지 간섭을 받는 현실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그 철저한 감시체제의 정점에 있는 것이 공산당이고 시진핑이다. 그 ‘사이버독재의 현실’을 시진핑의 1인 독재체제구축과 함께 서방세계는 새삼 직시하면서 경악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의 황제등극’- 이는 그러면 중국이 강력하다는 증좌인가, 아니면 허약해서인가. “중국사회에서 불안정의 위협이 날로 높아가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스트롱 맨’에게 장기적으로 권력을 집중시킴으로써 그 위협에 대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문제 전문가 로버트 데일리의 말이다.

고든 챙도 비슷한 진단을 하고 있다.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은 한 마디로 붕괴과정에 있는 권위주의체제가 보이는 모습의 전형이다. 그런 면에서 ‘시 황제 등극’은 공산체제 중국이 더 허약해지고, 그래서 더 호전적이고, 위험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는 것.


마오쩌둥 사후 중국 공산당은 한 때 절대 절명의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당시 국제여론은 중국에 호의적이었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 주창이 불러온 결과다. 결국 투자가 몰리면서 중국공산당은 기적적으로 소생했다.

시진핑의 마오쩌둥시대 회귀와 함께 서방세계의 여론은 극도로 악화됐다. 이와 함께 중국관련 담론도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중국 시대 도래론’은 사라지고 대신 ‘대파국을 맞는 중국’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서 앞으로 더 강조되는 것은 이데올로기적 요소가 될 것이다.” 계속되는 데일리의 지적이다. 중국에 대한 환상이 환멸로 바뀌었다. 이와 함께 국제기상도도 민주가치를 수호하는 미국 등 서방과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전체주의 체제의 대결양상으로 더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을 말하나. 시진핑의 1인 독재체재 구축은 중국내에서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엄청난 ‘백래시’(backlash)를 불러와 이는 자칫 공산주의 통치의 종식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거다. 그 같은 관점은 평소 ‘친(親)베이징’논조로 일관하고 있는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지 논조에서도 묻어나고 있다.

‘21세기는 중국시대가 될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제사회의 상식이었다. 그러니 그 중국을 거스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정서였다. 그게 달라지고 있다는 것. 이와 동시에 중국이 맞을 리스크는 분명해지고 더 커져가고 있다는 진단이 계속 따르고 있다.

“정치의 제도화에 실패한 중국의 권력투쟁은 선혈이 낭자한 ‘왕좌의 게임’식으로 전개될 것이다….” 우선 나오고 있는 전망이다. 극히 잔인한 권력투쟁은 때로 수년에 걸친 내란으로 이어졌다. 이것이 수 천 년 중국의 역사다. 그 가능성을 이제는 결코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다수 관측통들의 지적이다.

황제가 되고자 하는 시진핑의 야심은 극히 나쁜 전례를 남겼다. 그리고 중국인민들에게 엄청난 재앙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경고인 것이다.

내려지는 결론은 이렇다. 시진핑의 권력독점은 중국사회에 안정을 가져오기 보다는 위험을 몰아오고 있다. 비단 중국만이 아니다. 전 세계에 엄청난 부정적 파장을 몰고 올 수도 있다. 13억이라는 인구, 세계 2위 경제 대국이라는 그 규모 때문에 더 그렇다.

“중국은 이제 ‘서한’(西韓-수령 독재체제의 북한에 비유해 한 말)으로 불러야 하는 것인가…” 제정(帝政)을 타파하는 데 100년이 걸렸다. 개혁개방을 하는 데 40년이 걸렸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마오쩌둥 시대로 되돌아가는 현실에서 중국의 한 지식인이 내뱉은 탄식이다.

그 전체주의의 망령은 혹시 대한민국에도 재앙으로 덮치지 않을지…. 어딘가 걱정이 앞선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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