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약에 자녀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2018-03-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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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의 부촌 중 하나인 라카냐다의 공립 고교에서 지난주 학생 2명이 체포되고, 3명이 병원으로 실려 갔다. 마약성 약물 소지, 판매, 사용이 원인이었다. 고등학교 교내에서 마약거래가 이뤄지는 것은 이제 비밀도 아니다. 미성년의 학생들이 담배 사는 것보다 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는 것이 미국의 현실이다. 특히 캘리포니아에서는 올해부터 기호용 마리화나가 합법적으로 판매되면서 마리화나가 청소년들에게 흘러들어갈 위험이 한층 높아졌다. 학교와 학부모가 손을 잡고 마약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는 일이 시급하다.

청소년기는 마약의 유혹에 약한 나이이다. 호르몬 변화로 스스로도 어디로 튈지 모를 만큼 충동적이 되는데다 학업, 교우관계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하다. 반면 뇌의 전두엽은 덜 발달되어서 충동을 자제하고 감정을 다스리며 바른 판단을 내리는 능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또래 압박감이 심해서 친구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라면 위험한 행동들도 불사한다. 술이나 마약이 대표적이다.

전국마약남용 연구소(NIDA)에 의하면 고교 12학년 기준, 음주 경험이 있는 학생은 전체의 70%, 마약 50%, 흡연 40% 그리고 마약성 처방약 사용 경험은 20%에 달한다.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마약은 마리화나인데, 마리화나가 종종 보다 강력한 마약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가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청소년들을 지키기 위해서 우선 필요한 것은 예방교육이다. 현재 미국학교들은 마약방지 교육(DARE)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지만 주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에 더해 마약의 유혹에 실제로 노출되는 나이인 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강화되어야 하겠다. 교사, 마약단속 담당관, 의료진, 마약중독 경험자 등을 동원해 마약의 위험을 구체적으로 알리는 교육이 교과과정에 포함되어야 한다.

아울러 반드시 필요한 것은 부모의 교육이다. 자녀가 어릴 때부터 ‘마약은 안 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리고, 왜 나쁜지를 수시로 가르치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다. 부모의 교육의 기본은 소통이다. 10대 자녀가 또래 압박이나 유혹 등 문제가 있을 때 스스럼없이 털어놓을 수 있도록 대화의 채널이 열려 있어야 한다. 손만 뻗으면 마약이 있는 환경에서 자녀를 마약에 빼앗기지 않는 길은 관심과 사랑이다. 잠깐 방심한 사이 아이는 마약의 마수에 걸려들 수 있다는 사실을 부모들은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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