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능선 북쪽은 자연, 남쪽엔 문명도시, 극명한 대비가…

2018-03-02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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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 북쪽은 자연, 남쪽엔 문명도시, 극명한 대비가…

정상부의 모습.

능선 북쪽은 자연, 남쪽엔 문명도시, 극명한 대비가…

오르다가 돌아본 북쪽 전망.


능선 북쪽은 자연, 남쪽엔 문명도시, 극명한 대비가…

정상에서 본 남쪽의 도시 전망.


Freeway 2를 타고 북쪽, 즉 Freeway 210쪽으로 달리다 보면 정면 또는 약간 왼쪽(10 ~11시 방향)으로 우뚝 솟아있는, 정상에 여러개의 안테나 타워들이 서 있는, 웅장한 산이 보이는데, 바로 이것이 City of Los Angeles의 시 경계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인 ‘Mt. Lukens; Subtitled, Sister Elsie Peak’이다.

이 산의 1878년 이래의 공식명칭은 ‘Sister Elsie Peak’이었다고 한다. La Crescenta Valley에 있던 고아원 ‘El Rancho de Dos Hermanas’에서 전염병 Smallpox에 걸린 인디안 아이들을 돌보다가 그 자신이 그 병에 이환되어 생명을 잃은, 말 그대로 헌신적 봉사의 삶을 살았던 Elsie 라는 이름의 로마가톨릭 수녀에게 헌정되어 있었단다. 그런데 나중에 Mt. Lukens라는 이름이 이 산에 추가된 사연은 무엇일까?

Theodore Parker Lukens(1848-1918)라는 Ohio에서 태어나 1880년 Pasadena로 이주해온 자수성가형의 사업가가 있었다. 지상낙원이랄 수 있을 남가주의 자연환경이 광산업 벌목업 목축업자들의 무분별한 오용으로 급속히 황폐해 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이들로 부터 산천을 보호하는 일에 적극 관심을 가지게 된다. 또한 1870년대에 2번에 걸친 산불로 Pasadena인근의 산들이 큰 피해를 입은 것을 보게 되자, 이 산들을 되살리기 위해 인위적인 조림을 주창하고 실천한다. Angeles 국유림의 Supervisor도 역임하였고, 또 Caltech의 설립자로 사후에 Throop Peak이라는 산 이름의 주인공이 된 Amos G. Throop( 1811-1894 )에 이어, 제4대와 제6대에 걸쳐 Pasadena의 시장직도 수행한다.


1895년에는 Yosemite에 살고 있던 John Muir (1838-1914)를 방문하여 토질과 토종식물에 대한 의견도 나누며 자연보호에 관한 지평을 넓히고, 1903년에는 Wilson Mountain 서쪽 기슭 ‘Henninger Flat’의 Nursery를 확충하여, 산에 자생하는 수종의 묘목을 키워 Angeles국유림과 Griffith Park에 70,000그루의 묘목을 공급했다고 한다.

1918년에 그가 사망하게 되자, 그의 산림녹화에 대한 헌신과 공로가 고려되어, Mt. Lukens 를 본명칭으로, Sister Elsie Peak을 부명칭으로 하는 이례적인 형태로 기존의 Sister Elsie Peak의 명칭이 바뀌게 된다.

이 산은 남쪽이나 동쪽에서 소방도로 등을 통해 오르는 코스도 있으나, 등산의 운치가 적고 지루함을 느끼기 쉬운 편이어서, 필자의 안목으로는 가장 좋은 코스라고 보여지는, 이 산의 북쪽면을 오르는, Stone Canyon Trail을 통한 산행을 소개코자 한다.

왕복 8.8마일의 거리에, 순등반고도는 3254’이며, 약 7시간쯤 소요된다.

가는 길

Freeway 210의 Sunland Exit( LA 한인타운에서 약 20.3마일)에서 내려 오른쪽(산쪽)으로 0.8마일을 가면 Oro Vista Ave가 나온다. 좌회전하여 0.9마일을 가면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길 이름이 Big Tujunga Canyon Road로 바뀐다.

이 길을 따라 6.5마일을 가면 Vogel Flat Picnic Area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길 오른쪽에 서 있다 (Milemarker 4.34지점). 표지판을 따라 0.3마일의 내리막 길을 간다. 좌측은 Stonyvale 주차장이고, 우측은 Vogel Flat 주차장이다. 주차가능 여부나 주차가능 시간을 확인하여 주차하고, 주차허가증( Adventure Pass)을 차안에 잘 걸어둔다. 여기까지 LA한인타운에서 약 29마일이고 대개 1시간이 채 안 걸린다. 이곳의 해발고도는 1820’이다.


등산코스

주차장 남쪽 바로 앞으로 우뚝 솟아 있는 산이 Mt. Lukens이다. Stone Canyon Trail 입구에 닿기 위해서는 주차장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가야한다. 좌우로 있는 몇채의 주택들을 지나다 보면 찻길이 끝난다. 이 지점을 지나 개울(Big Tujunga Canyon Creek)을 좌측에 두고 계속 서쪽으로 가면 Stone Canyon Trail이라고 쓴 큰 안내판이 있다.

여기에서 개울을 건넌다. 특별히 물이 많이 흐르는 계절엔 조심해야하나, 보통 때는 어렵지 않게 서너개의 징검다리 돌을 건너면 된다.

개울을 건너자 마자 개울가를 따라 동쪽(상류)으로 나있는 길을 찾아서 대략 100m 정도를 간다. 길이 온통 돌투성이 밭이나 그래도 Yerba Santa, Tree Tobacco, Spanish Broom이 군생하고 있는 Stone Canyon의 하상을 지나, 동편 언덕에 닿으면, 비로소 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나타난다.

Stone canyon을 오른쪽의 발아래로 두고 산을 오르다 보면, 등산로가 Stone Canyon의 동쪽 산줄기를 지그재그로 꽤 가파르게 올라간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Big Tujunga Canyon과 그 북쪽으로의 전망이 잘 드러나는데, 병풍처럼 둘러있는 험산들의 골격미가 참으로 볼 만하여 산행의 힘든 것을 다 잊게 된다. 자세히 살피면 그 잿빛 산줄기들 속에 한줄기 푸른 물을 담고있는 Big Tujunga Dam을 찾아볼 수 있는데,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온통 불에 그슬린 험준한 Big Tujunga의 산들이, 자기들의 몸이 타틀어가는 고통을 무릅쓰고, 미증유의 사나운 화마로부터 여왕을 지켜낸 충직한 기사들인양, 자랑스레 Big Tujunga Dam을 감싸고 있는 형국이다.

Mt. Lukens 정상의 바로 아래 능선에 다다를 때 쯤에는, 타다 남은 관목들의 숯빛 형해 아래에서 새롭게 자라 올라오고있는 키 낮은 식물들의 푸르름이 눈에 들어와, 애틋한 마음과 함께, 잔잔한 아름다움도 느끼게 된다.

드디어 능선에 올라선다. 펼쳐지는 광경이 놀랍다. 여지껏 올라온 등산로가 좁고도 가팔랐던 것에 비해 능선 위는 넓고도 평평한, 그야말로 “꽃 피고 새 우는” 평화롭고 푸근한 평원이다. 또 능선에 올라서자마자, 마치 깜짝쇼를 보는 듯 갑자기 펼쳐지는 남쪽 전망의 광활함이다. 가까이는 Verdugo Mountains 와 Griffith Park, Freeway 2 & 210, San Fernando Valley의 도시들이 펼쳐지고, 좀 멀리로는 LA Downtown의 고층건물들과 그 뒤로 South Bay지역의 도시들, Palos Verdes와 Catalina섬, 그리고 태평양이 한눈에 들어온다.

북쪽은 시원적 자연 그대로의 산들의 세계이고, 남쪽은 문명적 인간 도회의 세상이다. 이 능선을 사이에 두고 서로 차단되어 있는 두 세계의 극명한 대비가 놀랍다.

이러한 남과 북의 두드러진 특성의 차이는 어쩌면 이 산에 이름이 헌정된 두 사람의 행적의 차이와도 닮은 데가 있어 보인다. 그렇게 보면, 이 능선의 북쪽은, 산과 자연을 되살리고 보살피는데 헌신한 ‘산림녹화의 아버지’ Lukens님을 기려 ‘Mt. Lukens’로 명명하고, 이 능선의 남쪽은, 사람들을 보살피고 치료하는데 헌신한 ‘사랑과 자비의 천사’ Sister Elsie를 기려 ‘Sister Elsie Peak’으로 구분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실없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여기서 동쪽의 정상까진 동서남북의 전망을 즐기며 평탄한 길을 10분정도 천천히 걸으면 도달한다.

이 곳 정상엔 1923년에 화재감시대가 설치되었다가 1937년에 이웃인 Josephine peak으로 옮겼다고 하는데, 지금은 거대도시 LA의 파수꾼인양 7~8개의 송수신탑들이 ‘Antenna Farm’을 이루고 있다. 라디오, 텔레비전, 스마트 폰 등의 현대사회의 필수적인 무선통신들이 모두 이 탑들에 의존하고 있을 것이다. 해가 갈수록 안테나 타워의 숫자가 많아지는 듯 하다. 저만치 한켠에 세워져 있는 불도저가 아니더라도, 앞으로도 계속 그 숫자는 늘어날 것이 분명하겠다.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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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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