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랑의 쌀’ 배포 행사 예고없이 취소에 ‘분통’

2018-02-19 (월) 최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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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 100여명 수시간 기다리다‘망연자실’

▶ 새벽부터 불편한 몸 이끌고 온 노인 다수

‘사랑의 쌀’ 배포 행사 예고없이 취소에 ‘분통’

지난 17일 LA 한인회관 주차장에서 예정됐던‘사랑의 쌀 나눔’ 행사가 예고 없이 취소돼 쌀을 받으려고 기다렸던 한인 노인들이 허탈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최수희 기자>

한인 교계단체가 주최하는 ‘사랑의 쌀 나눔’ 행사가 예고 없이 돌연 취소돼 한인 100여명이 쌀을 받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지난 17일 오전 LA 한인회관 주차장에는 휴일 연휴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쌀 한 포대를 받기 위해 이른 아침 집을 나선 한인들이 줄을 지어 대기 중이었다. 이날은 ‘사랑의 쌀 나눔운동 본부’측이 쌀을 배포하기로 예정된 날이었다.

하지만, 이날 한인회관 주차장에는 주최측에서는 단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고, 배포할 쌀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쌀 배포 행사가 연기되거나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지 못한 한인들은 주최측이 나타나기를 기다렸지만 수 시간이 지난 뒤에야 행사가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을 수 있었다.


‘사랑의 쌀’ 배포를 기다렸던 한인들 중에는 버스를 타고, 불편한 몸을 지팡이에 의지하고, 가족들과의 명절 점심식사도 취소하고 나온 한인 노인들도 적지 않았다.

텅 빈 한인회관 주차장을 뒤로 한 채 발길을 돌린 한 할머니는 “설날 명절에 이게 무슨 짓이냐”며 “행사가 연기되거나 취소됐다면 미리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발길을 돌린 이들 중에는 얼마 전 주최측의 후원음악회에 참석해 기부금을 냈던 한인들도 있었다. 아픈 무릎 탓에 보행 보조기 몸을 의지한 채 버스를 갈아타고 한인회관에 왔다고 밝힌 한 할머니는 “오늘 새벽 5시부터 기다렸다, 후원음악회에 갔을 때 여기 주소가 찍힌 도장을 받았고 한인회관 행사가 17일이라고 알려줘 왔다”며 “주최측의 무성의가 너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노인은 후원음악회에서 받아온 티켓을 버린 채 집으로 돌아갔다.

한인회관 관리인은 “오늘 주차장에서 쌀 배포 행사가 있다는 통보를 받지 않았는데 100여명이 기다리고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가주 기독교협의회측은 “후원음악회에서 배포한 쿠폰은 16일 한미장로교회에서 교환하는 것었고, 17일은 구휼단체와 작은 교회에 쌀을 전달하는 날이었다”며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랑의 쌀 나눔운동본부’측이 공식발표했던 행사일정은 17일 한인회관에서 쌀을 배포한다는 일정이 명시되어 있어 주최측의 해명과는 달랐다.

앞서, 지난 16일 주최측이 각 지역 지원교회들에서 진행한 ‘사랑의 쌀 나눔’ 행사는 많은 이들이 참석해 별 문제 없이 마무리됐다.

한편, 사랑의 쌀 나눔운동 행사는 2010년 처음 시작해 올해로 9년째를 맞고 있다.

<최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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