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중 처벌 필요한 ‘묻지마 폭행’

2018-02-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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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한인 할머니가 지난 10일 LA 한인타운 한복판에서 느닷없이 폭행을 당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이유도 없이 구타하는 이른바 ‘묻지마 폭행’이다. 얼굴을 정면으로 가격당해 두 눈을 중심으로 얼굴 상반부가 진보라 빛으로 멍들고 머리에 붕대를 감은 할머니의 모습은 남이 보기에도 가슴이 찢어질 듯 참혹하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겪고 있을 정신적 고통은 말로 하기 어려울 것이다.

근년 ‘묻지마 범죄’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미국은 물론 한국, 일본, 영국, 캐나다 등 세계 도처에서 묻지마 폭행, 묻지마 살인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 LA 한인타운에서도 이번 송미름(86) 할머니가 첫 피해자가 아니다. 1년 전인 2017년 2월에는 80대 초반 한인 할머니가 대낮에 대로변을 걷다가 20대 백인여성의 공격을 받았다. 가해자는 갑자기 있는 힘껏 할머니를 밀쳐 넘어트리고 도망갔고 할머니는 넘어지면서 머리를 바닥에 부딪쳐 피를 흘리고 쓰러졌다.

2017년 3월에는 20대 초반 한인남성이 생면부지의 20대 한인여성을 망치로 20여 차례나 구타했다. 범인은 여성에게 ‘코리안이냐?’고 묻고 여성이 그렇다고 대답하자 잠시 후 망치를 들고 와서 마구 폭행했다. 그 전 해인 2016년에는 LA 다운타운에서 한인노인이 노숙자의 폭행으로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이번 사건은 할머니의 피멍든 모습에 분노한 손녀가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용의자인 히스패닉 남성은 지난 13일 중폭행 혐의로 체포 수감되었다.

한국의 관련 연구에 의하면 묻지마 범죄자는 현실불만형(16.7%), 정신장애형(37.5%), 만성분노형(45.8%) 등의 3가지 유형으로 정리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분노이다. “그냥 화가 나서, 화를 풀고 싶어서”가 종종 범행동기이다. 양극화가 초래하는 사회구조적 문제, 정신건강 등 개인적 문제로 인한 분노와 절망감이 어느 순간 폭발하면서 묻지마 범죄로 이어진다.

묻지마 폭행은 예방책이 없고,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어서 문제이다. 한인타운은 한인노인들이 많이 걸어 다니는 공간인 만큼 묻지마 범죄에 대한 각별한 대책이 필요하다. 범죄의 특성상 예방이 어렵다면 사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묻지마 범죄에는 엄중한 처벌이 뒤따른다는 인식이 생겨야 하겠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목격자들의 협조다. 사건 목격자들은 피해자 구조, 가해자 제보에 적극 나서야 하겠다. 묻지마 범죄는 커뮤니티가 함께 대처해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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