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총기, ‘정치’ 아닌 ‘생존’ 이슈다

2018-02-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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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자국이 선명한 교실과 복도, 계속되는 총성과 비명, 바닥에 쓰러진 아이들…흔들리는 셀폰 동영상 속, 참혹한 총기난사의 현장을 목격하며 전 미국은 다시 한 번에 충격에 빠졌다.

또 학교 총격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엔 플로리다 주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으로 꼽혀온 소도시 파크랜드의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다. 14일 오후 반자동소총과 다용량 탄창으로 중무장하고 교내에 난입한 19세 퇴학생의 광적인 총격에 17명이 사망하고 14명이 부상당했다.

꽃처럼 예쁜 겨우 14살 중학생 딸의 어이없는 죽음에 절규하는 엄마의 아픔과 분노와 공포가 TV화면을 통해 모든 부모들에게 스며들었다. “트럼프 대통령님, 제발 무언가 해주세요. 당신은 할 수 있지 않습니까. 학교에 간 아이들이 살해당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과 우리 가족에게 정당한 일이 아닙니다.”


총격 현장에서 살아남은 17세 남학생도 의원들을 향해 호소했다 : “우린 아이들이고, 당신들은 성인들입니다. 말 아닌 행동이 필요합니다. 정치를 넘어 조치를 취해 주십시오.”

학교 총격을 포함한 총기난사는 매번 아무리 참혹하고 충격적이어도 미국의 ‘일상’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20명 초등학생들이 교실에서 떼죽음을 당한 샌디훅 이후 5년 2개월 동안 미국에선 1,600여건의 총기난사사건이 발생했고 연방의회엔 수 십 건의 총기규제 법안이 발의되었다. 그러나 단 한 건도 통과하지 못했다. 모든 총기구입에 대한 신원조회 확대, 테러 의심자에 대한 총기판매 금지, 총기성능 강화시키는 범프스탁 금지 등 지극히 상식적인 법안조차 총기협회에 무릎 끓은 정치가들에 의해 좌절됐다.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기도와 위로’는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거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총기규제와 정신질환 치료를 포함한 모든 대책 강화를 위한 단호한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매년 수만명 국민의 생명을 앗아가는 ‘총기’는 더 이상 정치 이슈가 아니다. ‘생존’ 이슈다. 우리 아이들의 생명을 지켜주기 위해 정치인만이 아니라 유권자도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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