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거래가보다 감정가 낮으면 ‘딜’ 깨져…주택감정가 조건 살펴보니

2018-02-15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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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스펙션·대출·감정가 등이 3대 조건

▶ 계약가 적절한 시세 반영하는지 확인목적

집값이 수년째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주택 가격이 침체전 전고점을 찍는 지역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주택 가격이 빠르게 상승할 때마다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주택 감정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는 시세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셀러와 바이어가 체결한 거래가보다 감정가가 낮게 나와 어렵게 성사된 주택 구입 계약이 깨지는 일도 부지기수다. 시장에 나온 매물이 워낙 없다 보니 일부 바이어는 주택 감정가 조건을 구입 계약에서 아예 제외하기도 하는데 자칫 나중에‘화’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온라인 금융 정보 업체 뱅크레이트닷컴에 주택 감정가 조건에 대해 상세히 소개했다.

■ ‘주택 감정가 조건’ 덕분에 구사일생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제출한 오퍼를 셀러 측이 수락했다는 연락을 받게 됐다. 들뜬 마음으로 에스크로를 오픈하고 디파짓을 지불하며 주택 구입 절차에 들어갔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나 쁜 소식이 전달됐다.


주택 감정 가격이 셀러와 바이어 간에 체결된 구입 가격보다 낮게 나왔다는 것. 그 결과 대출 은행 측이 주택 구입에 필요한 만큼의 대출을 발급해줄 수 없다는 연락까지 받게 됐다.

주택 구입 계약서에 다행히 ‘주택 감정가 조건’(Appraisal Contingency)이 포함되어 있어서 바이어는 이미 지불한 디파짓 금액을 돌려받고 큰 피해 없이 주택 구입 계약을 취소할 수 있었다. 바이어는 아쉽지만 주택 감정가 조건 덕분에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했다.

■ 불확실성으로부터 바이어 보호하기 위한 조항

주택 구입 계약서에는 흔히 3가지 구입 조건이 명시된다. 홈 인스펙션, 대출, 주택 감정가 조건 등이 3대 구입 조건인데 모두 바이어를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다.

매물의 상태, 대출 승인 여부, 주택 감정가 등의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결과에 따라 바이어에게 주택 구입을 지속하거나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조항이다.

매물의 조건과 상태를 자세히 점검하는 홈 인스펙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바이어는 일정 기한 내에 구입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일정 기한내에 모기지 대출이 승인되지 않을 때에도 바이어는 계약을 취소하고 디파짓을 돌려받게 된다.

매물의 감정 가격이 계약 가격보다 높게 나와야 대출 은행 측으로부터 주택 구입에 필요한 모기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만약 감정가가 계약가보다 낮게 나오면 주택 감정가 조건에 따라 위의 사례처럼 바이어가 주택 구입 계약을 취소할 수 있게된다.


■ 계약가가 적절한 시세를 반영하고 있는지 확인 목적

주택 감정 절차는 일반적으로 대출 은행에 의해서 진행된다. 모기지 대출 심사 과정의 한 절차로 외부 감정 업체를 통해 해당 매물의 적절한 시세를 알아보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된다. 주택감정가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매물의 현재 상태는 물론, 입지 조건, 주변 매물의 최근 거래 가격 등의 자료가 사용된다.

대출이 아닌 현금으로 구입하는 경우에도 주택 감정을 실시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바이어가 시세와 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셀러가 집을 내놓기 전에 적절한 리스팅 가격을 알아보기 위한 목적으로도 주택 감정을 실시하는 경우가 있다.■ 감정가 낮으면 취소하거나 추가 자금 조달해야

한 바이어가 셀러와 30만 달러에 주택을 매매하기로 계약하면서 3만 달러에 해당하는 다운페이먼트 조건을 구입 계약서에 제시했다. 바이어가 이 매물을 구입하기 위해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아야 하는 대출금은 27만 달러인 셈이다. 그런데 주택 감정을 실시한 결과 감정가가 29만 달러로 산출돼 은행 측이 대출해줄 수 있는 대출금이 26만 달러밖에 되지 않았다.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1만 달러가 더 필요한데 셀러가 가격을 낮춰주지 않는 이상 바이어는 1만 달러를 추가로 조달해 메워야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추가 조달이 불가능할 경우 주택 감정가 조건을 활용, 아쉽지만 구입 계약을 취소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 ‘대출 조건’(Loan Contingency)과 혼동해서는 안돼

일부 바이어는 주택 구입 계약서에 포함되는 ‘대출 조건’(Loan Contingency)의 내용을 잘못 이해하고 감정가 조건을 제외했다가 낭패를 보기도 한다. 대출 조건은 은행 측으로부터 대출을 승인받지 못할 경우 바이어가 구입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 조항이다.

그러나 감정가가 낮게 나왔다고 해서 대출 은행이 대출을 반드시 거절하는 것은 아니다.

산출된 낮은 감정가를 기준으로 낮게 조정된 대출금 발급을 승인하는 은행도 있다. 이 경우 구입 가격과 낮아진 대출금 사이에서 부족분이 발생하는데 대출 은행의 대출 거절이 없었기 때문에 바이어는 ‘대출 조건’ 조항을 통한 계약 취소가 불가능 해진다.

결국 셀러 측은 바이어 측에게 구입 계약을 이행할 것으로 요구하게 되고 바이어 측은 어떻게 해서라도 부족한 구입액을 구해서 주택 구입을 마무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미 지불한 디파짓을 반환받지 못하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 요즘 같은 ‘셀러스 마켓’ 가격 재협상 거의 불가능

감정가가 낮게 나올 경우 바이어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몇 안된다. 셀러 측과 가격을 낮추기 위한 재협상을 시도할 수 있지만 요즘 같은 셀러스 마켓 상황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차액을 구하지 못할 경우 바이어가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은 2차 감정을 실시하는 것이다.

2차 감정은 1차 감정시 빠트렸을 수도 있는 매물의 장점이나 주변 시세 자료를 첨부해 감정가가 1차 때 보다 높게 나오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2차 감정에서 감정가가 높게 나올 경우 대출 승인을 받을 수 있지만 셀러 측과 계약된 기한 내에 2차 감정을 실시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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