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북단일팀, 오늘 밤 일본과 자존심 대결

2018-02-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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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속 0-8 참패 충격 딛고 역사적인 올림픽 첫 승 도전

▶ 일본전 역대전적 7전 전패…뚜렷한 객관적 열세 넘을까

남북단일팀, 오늘 밤 일본과 자존심 대결

스위스, 스웨덴과 첫 2연전에서 실력차를 실감한 한국은 일본과의 자존심 매치에서 첫 승에 도전한다. <연합>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2연속 0-8 참패의 충격을 딛고 숙적 일본과 자존심 대결에 나선다.

‘팀 코리아’는 14일 오후 4시40분(LA시간 13일 오후 11시40분) 강원도 강릉의 관동하키센터에서 일본과 2018 평창동계올림픽 B조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른다. 이 경기는 케이블채널 USA로 중계된다.

단일팀과 일본의 맞대결은 일찌감치 평창올림픽 빅매치로 꼽혀왔다. 한국과 북한, 일본은 스포츠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얽혀 있어 이 경기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한다. 단일팀과 일본은 2차전까지 나란히 승점 없이 2패만을 기록해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고 이날 경기는 오직 자존심을 건 일전이 됐다.


일본은 이번이 3번째 올림픽 출전이다. 일본은 1998년 나가노에서 5전 전패, 이어 16년 만의 올림픽 무대인 2014년 소치에서도 3전 전패를 당했으나 패배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 모았다. 외신들은 “올림픽의 사랑스러운 패자들”이라고 평가했고, 일본 국민은 대표팀에 ‘스마일 재팬’이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일본은 이번 평창 대회에서도 아직 올림픽 첫 승을 거두지 못했으나 약자라고 생각해서는 오산이다. 일본은 스웨덴전에서 유효 슈팅에서 24-30으로 팽팽히 맞선 끝에 1-2로 패했다. 스위스전에서는 유효 슈팅 38-18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도 골 결정력 부재로 1-3으로 졌다.

반면 단일팀 ‘팀 코리아’는 스위스와 스웨덴에 모두 0-8로 참패했고 내용면에서도 유효슈팅에서 스위스에 8-44, 스웨덴에 19-50으로 뒤졌다. 객관적 전력에서 단일팀 보다는 한 수 위로 평가된다. 단일팀의 미국 출신 귀화 선수인 랜디 희수 그리핀은 “한국이 5년 또는 10년 후가 되면 지금의 일본팀 전력에 근접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전력상으로는 일본이 크게 앞선다.

세계랭킹에서도 일본은 9위에 올라 22위인 한국, 25위인 북한보다 크게 앞서 있다. 역대 전적에서도 한국은 일본에 7전 전패로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가장 최근 대결인 지난해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0-3으로 패했다.

하지만 결과를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단일팀 선수들이 안방에서 일본전만큼은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근성과 투지로 맞선다면 어떤 결과도 나올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 극적인 남북 단일팀 결성으로 화제의 중심이 됐던 단일팀은 막상 대회가 시작되자 현격한 실력의 차이를 절감하고 있는 중이다. 단일팀은 지난 10일 스위스(6위)와 1차전에 이어 12일 스웨덴(5위)과 2차전에서도 모두 0-8 참패의 고배를 마셨다. 지난 4일 스웨덴과 평가전에서 1-3으로 패하는 등 3차례 스웨덴과 겨뤄본 단일팀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대등한 경기를 기대했으나 결과는 스위스전과 대동소이했다.

단일팀의 새라 머리 감독은 경기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우리는 올림픽과 같은 큰 무대에서 뛰어본 적이 없다”며 “패배는 아쉽지만, 우리 선수들에게는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하는데 소중한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머리 감독은 또 “일본은 매우 강한 팀이다. 하지만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우리는 팀 내 최고 선수 4명이 뛰지 않았다. 그때보다는 승리할 기회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두 경기 힘든 패배를 경험한 터라 선수들의 의욕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겠지만 나는 선수들이 다시 힘을 낼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단일팀 김희원은 “아무리 한일전이라고 해도 일본이 잘하는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한국인의 한일전 마음가짐은 다르지 않나. 훨씬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골리 신소정도 “한일전이라 관심 많이 가져주신 것을 안다”며 “두 경기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보여드린 것 같다. 선수들과 얘기 많이 해서 좋은 플레이를 하는 날이 됐으면 좋겠다”고 조용히 투지를 불태웠다.

한편 신소정은 경기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정말 올림픽인 것 같다”고 말했다. 2경기에서 신소정에게 쏟아진 슈팅은 무려 102개에 달했는데 이중 86개를 막아낸 셈이다. 그는 “스위스는 예상보다 훨씬 잘해서 놀랐다”며 “스웨덴은 지난 4일 평가전과는 또 달랐다. 한번 잡은 득점 기회는 절대 안 놓치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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