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스로 지켜야 할 세입자 권리

2018-02-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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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세입자들의 처지는 고단하다. 나날이 치솟는 렌트비 감당하기가 버겁고 아파트 시설관리에 문제가 발생해도 소유주 눈치 보느라 제대로 시정요구를 하지 못하고 경우도 많다. 특히 지난 몇 년 사이 투자목적으로 아파트를 구입하는 소유주들이 늘어나고, 신축 아파트들로 인해 기존 아파트 렌트비 또한 덩달아 오르는 추세가 나타나면서 세입자들은 더욱 취약한 입장으로 몰리고 있다. LA 아파트 시장에서 소유주와 세입자는 명백한 갑과 을의 관계이다.

아파트 세입자들의 애환과 불만은 한미연합회(KAC)가 5일 마련한 세입자 권리 관련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이 자리에 나온 한 한인노인은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는데도 수년째 고쳐주지 않아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시설불량 뿐 아니라 퇴거명령, 디파짓 반환 등을 둘러싼 아파트 세입자와 소유주 간의 분쟁은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

특히 거대자본들이 도심지역 아파트들을 집중 매수하면서 세입자들은 누가 소유주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갈등과 분쟁이 발생해도 대화를 통해 이를 풀어내기가 쉽지 않다.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한인들의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소유주 입장에서는 시설을 마구 사용하는 등 청결을 등한시하고 렌트비도 상습 체납하는 마땅치 않은 세입자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에 따른 조치는 계약에 따라 집행돼야 하며, 무엇보다도 소유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충실히 다했다는 전제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횡포와 탐욕이 된다.

이런 가운데 LA시가 세입자들 권리보호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세입자들의 민원을 접수해 조사한 후 시정을 명령하고 소유주가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시정 때까지 렌트비를 대신 관리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번에 기자회견을 가진 한미연합회도 마땅히 하소연할 곳이 없는 한인 세입자들을 돕고 있다.

마침 한미연합회가 마련한 ‘LA 세입자 권리찾기 웍샵’이 토요일인 10일 오전 10시 연합회 사무실(3727 W. 6th St. #305)에서 열린다고 한다. 소유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세입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관한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세입자 보호를 위한 법률조항들과 프로그램은 의외로 많다. 부당함을 느끼면서도 취약한 세입자라고 자신의 권리 지키기를 지레 포기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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