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스카 유 투

2018-01-24 (수) 하은선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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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회를 맞은 오스카의 최종 후보가 발표됐다.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의 로맨틱 판타지 ‘물의 모양’(The Shape of Water)이 최다 후보로 13개 부문에 지명됐다.

오스카를 주관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2년 전부터 24개 부문 최종후보 발표를 라이브 프리젠테이션으로 변경했다. 최종후보 명단을 발표하면서 미리 녹화해둔 후보작 소개 영상을 편집해 전 세계로 스트리밍 생중계하는 형식이다. 아카데미 시상식보다 5주쯤 앞서 발표되는 오스카 노미네이션에서 영화계 종사자들과 언론·방송인들은 더 이상 새벽 4시부터 새무엘 골드윈 극장에 모이지 않는다. 마음을 졸이며 최종 후보작 발표에 희비가 엇갈리는 표정들도 더 이상 볼 수 없다.

그 대신 모바일폰에 알람을 맞춰놓고 오전 5시22분(동부시간 8시22분) 오스카닷컴과 오스카 웹사이트(Oscars.org) 오스카 유투브 채널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라이브 스트림(Live Stream) 발표되는 오스카 노미네이션을 지켜보며 부리나케 트위터나 메신저로 이를 공유한다.


341편의 영화들이 출품된 2018 오스카에서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쇼트 리스트에 올라 기대를 모으며 시각효과 부문 후보지명에는 탈락했다. 외국어영화 부문 한국영화 출품작은 올해도 1차 후보 10개 작품 명단(쇼트 리스트)에 오르지 못했다.

이번 오스카 노미네이션의 논란은 남우주연상 부문이다. 탐 행스(The Post)가 명단에 없었고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던 제임스 프랑코(The Disaster Artist)는 결국 탈락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 이후 제임스 프랑코에게 피해를 당했다는 여성들의 트위터 맹공격과 함께 그가 성희롱 논란에 휩싸이며 후보에 오르지 못할 거라는 예측은 가능했다.

그러나 지난해 아카데미가 성희롱 고소를 당했던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케이시 애플렉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겼기에 혹시나 했지만 제임스 프랑코는 할리웃 내 성희롱 문제 퇴치를 위한 캠페인 상징인 ‘타임즈 업’(Time’s Up) 배지를 달지 말아야 했다. 성폭력 고발 캠페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변화시킨 세상을 아카데미가 어찌 거스를 수 있겠나.

할리웃 영화계에 미 투 가이드라인이 도입됐다. 미 영화제작자협회(PGA)가 하비 와인스틴 스캔들과 미투 캠페인으로 달라진 제작 환경을 반영하기 위해 만든 반 성희롱 지침이다. 모든 제작자와 배우, 스탭들이 ‘자발’적으로 이 지침을 준수하길 바랄 뿐이다.

화이트 워싱 논란을 지나 지난해 작품상 발표에서 역사상 최악의 사고를 냈던 아카데미 시상식이 올해는 예년에 비해 다소 늦은 3월4일 오후 8시 돌비 극장에서 ABC방송을 통해 생중계된다. 올해 레드카펫 트렌드가 된 블랙 드레스코드가 아카데미 시상식으로도 이어지리라.

<하은선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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