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구의 물개’
2018-01-18 (목) 12:00:00
Amanda Hawkins

강영일,‘Overcome 1432’
그녀는
뭔가 하나에
집중하는 것 같지 않았어
강물을 유영하는 검고 점 박힌 얼굴
물 위로 떠오른 코는
상류를 향하고 있었지
그러더니 그녀는
얼굴과 목,
그리고 멋진 아름다운 배를
하늘을 향해 돌리더니
눈을 감았지--
마치,
그 무엇인가에 귀를 기울이는 듯
혹은 그 무엇을 기억해내거나
기억하려는 듯
Amanda Hawkins ‘하구의 물개’
임혜신 옮김
우리는 바다에서 왔다. 바다에서 온 우리 중에 고래, 매너티, 물개들은 다시 물갈퀴를 달고 바다로 돌아갔다. 동그란 눈과 하얀 배를 가진 물개가 하구에서 상류를 향해 홀로 유영해가고 있다. 그러더니 몸을 돌려 하늘을 향해 얼굴과 배를 드러내고 눈을 감는다. 마치, 그 무엇인가를 기억하려는 듯. 시인은 그를 ‘She’라 부른다. 백 만 년 전. 얼어붙은 강을 그물 발로 걷던 시절을 어렴풋이 기억해낸 걸까. 아니면 지금 이 순간 눈부시고 짧은 그녀의 하늘에 몰입하는 것일까. 정지한 듯 하늘이 그녀의 감은 눈에, 얼굴에, 배에 멈춘다. 고요하게 빛나는 생명의 한 순간이다. 임혜신<시인>
<
Amanda Hawk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