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제개편안 시행으로 수요 감소 확실시, 11년전 시장 침체 이후 기존주택 판매 정체 가능성
▶ 홈오너들 보유주택에 머무는 ‘스테이 풋’현상 확산
연초부터 올해 주택 시장에 대한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중 눈여겨봐야 할 전망이 하나 있다. 지난해까지 주택 시장을 뜨겁게 달군 열기가 올해를 기점으로 서서히 식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강력한 경제 성장과 낮은 실업률이 예상되지만 세제개편안 시행과 모기지 이자율 상승이 주택 시장 회복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주택 시장 열기가 조금이라도 수그러들면 주택 시장을 지배해 온 셀러들의 영향력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USA 투데이가 올해 주택 시장 위축 가능성을 살펴봤다.
■ 바이어 ‘주택 구입 포기’ 가능성 높아
셀러들이 바이어들을 쥐락펴락하는 ‘셀러스 마켓’ 상황이 해마다 반복됐다. 바이어들은 매물이 턱없이 부족해 셀러들의 입김에 속수무책으로 휘둘려야만 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이같은 전세가 역전되거나 적어도 바이어가 셀러와 동등한 위치에서 주택 구입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 구입 여건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경우 마침내 내집 장만을 포기하는 바이어들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첫번째 이유다. 세제 개편안까지 시행되면 주택 시장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가 나타나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적절한 주택 처분 시기만을 기다렸던 셀러들이 갑자기 ‘팔자’로 돌아서면 ‘셀러스 마켓’에서 ‘바이어스 마켓’으로 전세가 역전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 기존 주택판매 정체 우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일단 급격한 상황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주택 가격이 빠르게 상승한 서부 해안 및 동부 대도시 지역은 올해도 여전히 집값 상승이 예상된다. 그러나 상승 속도는 과거에 비해 한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로렌스 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경제 성장으로 일자리가 늘어도 올해 기존 주택 판매가 증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만약 이같은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약 11년전 주택 시장 침체이후 처음으로 기존 주택 판매가 정체 또는 하락하는 해로 기록된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년간 연간대비 약 6.3%, 약 3.8%, 약 2.7%씩 꾸준히 증가한 기존 주택 판매가 올해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인 약 560만채(연율 기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 중간가격 역시 2015년 이후 연평균 상승폭인 약 6%를 훨씬 밑도는 약 2%에 머물며 약 25만3,000달러대를 넘기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 주택수요 ‘아직은 살아 있네’
‘집 사기 정말 힘들네’란 바이어들의 하소연이 6년째다. 주택 가격이 회복을 시작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마다 매물 부족, 주택 구입 경쟁이란 단어가 해마다 거르지 않고 바이어들을 괴롭혀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1월 기존주택판매 실적이 11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 11월 주택 매물의 대기기간은 고작 약 3.4개월로 1999년 이후 가장 짧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매물량이 바닥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주택 판매가 기록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주택 구입 수요가 높고 구입 과정 역시 치열했음을 뜻한다. 좀처럼 늘지 않는 주택 매물로 인해 주택 중간가격은 2011년 이후 약 48%나 치솟았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트룰리아 닷컴’의 랠프 맥래플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회복과 고용 시장 개선으로 젊은층 수요자들이 급증했지만 주택 매물은 반대로 감소하는 현상이 셀러스 마켓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은퇴 단지나 소규모 주택을 구입할 것으로 예상됐던 베이비 부머 세대가 보유 주택 처분을 미루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기존주택 매물의 공급이 막히게 된 원인을 제공했다.
■ 매물 늘지 않으면 수요 꺾인다
임대 목적의 투자 주택을 대거 구입한 투자자들이 여전히 높은 임대 수익에 의존하는 추세가 매매용 주택 매물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 원인중 하나다. 주택 건설업계 역시 노동력 부족과 건축비 상승 등의 요인으로 신규주택 공급을 마음껏 늘리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맥래플린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했다.
만약 매물 부족에 따른 주택 가격 급등 현상이 지속될 경우 올해중 주택 수요가 한풀 꺾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소득 증가가 주택 가격 상승을 따라 잡지 못할 경우 주택 구입 여건이 더욱 악화돼 집을 사고싶어도 사지 못하는 수요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만약 모기지 이자율까지 오름세로 돌아설 경우 상승폭에따라 주택 구입을 미루려는 ‘관망 심리’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말 약 3.99%(30년 고정)를 기록한 모기지 이자율이 올해중 최고 약 5%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세제개편안, 회복에 찬물 끼얹을 것
세제개편안 시행에 따른 주택 가치 하락 가능성도 도사리고 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친 세제 개편안 중 일부에따르면 지방 재산세 공제액을 1만달러로 제한하는 규정이 포함됐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재산세율이 높은 뉴저지주와 같은 지역으로 이미 주택 구입 심리에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구입에 따른 혜택이 감소하기 때문에 재산세가 낮은 주로 주택 구입지를 변경하는 바이어도 늘 전망이다. 결국 주택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뉴욕 등 부동산 관계자들에따르면 이미 올해 가격 하락을 예상한 바이어들의 주택 구입 계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 바이어 심리 이미 위축 시작
트룰리아 닷컴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4년만에 처음으로 바이어들의 향후 주택 시장 전망이 동일하게 양분됐다. 그동안 향후 주택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바이어들이 많았지만 지난해 말 실시된 조사에서는 내년 주택 구입이 올해보다 불리하다는 답변 비율이 유리할 것이라는 답변 비율과 동일하게 조사됐다.
동시에 올해 집을 팔기 유리할 것이라는 셀러 비율은 약 33%로 불리할 것이라는 답변 비율(약 14%)을 앞질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집을 내놓는 셀러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세제 혜택을 받고 모기지 이자율 상승에따른 주택 구입 비용 상승으로 보유 주택에 그냥 머무는 ‘스테이 풋’ 현상이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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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