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수직 절벽의 정상에 서면 태평양의 푸르름이 와락~

2017-12-29 (금) 정진옥
작게 크게

▶ Sandstone Peak (3,111’)

수직 절벽의 정상에 서면 태평양의 푸르름이 와락~

정상에서 바라 보이는 발 아래의 전망과 태평양.

수직 절벽의 정상에 서면 태평양의 푸르름이 와락~

등산 중에 지나는 Carlisle Canyon과 Echo Cliffs.


California와 미 본토의 산맥들은 대개 남북으로 즉, 종으로 뻗어 있다고 한다. 이에 비해 유독 LA 주변의 산맥 몇군데는 동서로 즉, 횡으로 뻗어 있는 형세를 이루고 있는데, 이는 2000만년 전 쯤의 아득한 옛날에 일어난 지각의 변동 때문이라고 한다. 즉 북미판 지각과 태평양판 지각이, 지금도 그렇듯이, 서로 부딪치며 태평양판이 비껴 올라가는 과정에서 북미판의 작은 조각이 부스러져 떨어졌고 이 분리된 조각이 태평양판이 북상하는 힘에 이끌려 90도 정도 시계방향으로 회전하게 되었단다.

그래서 지각의 관점에서 볼때는 ‘달팽이의 뿔’같이 지극히 작은 그 조각 안에 있는 산줄기들 즉, Santa Susana, Simi Hills, Santa Monica, Verdugo, San Gabriel, San Bernardino 등 산맥들의 방향이 지금처럼 동서로 뻗어 나가는 형국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주말이면 차를 타고 수십마일씩을 운전하고 다니며 열심히 등산을 하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거의가 다 이 달팽이의 뿔 위에서 놀고있는 격이니, 역사 이래로 우리네 인간들이 벌이는 온갖 국가간의 전쟁행위를 일러 “와각지쟁”이라고 설파한 우리 옛 선인들의 웅대한 시야에 새삼 경외감을 느끼게 된다.


생성과정이야 어쨌거나 이들 산맥의 위치나 크기를 살펴보자. LA를 중심에 놓고 보면, 북으로는 Santa Monica산맥(서쪽으로는 Mugu Peak, 동쪽으로는 Griffith Park에 이은 Elysian Park까지 동서로 40마일)이 있고, San Fernando Valley를 사이에 두고 그 북으로는 Santa Susana 산맥이 있으며, 이의 서편에 Simi Hills(동서로 26마일)가 있다. LA 북동쪽으로는 Verdugo 산맥(동서로 8마일)이 있고, Crescenta Valley를 격하여 북동쪽에는 San Gabriel산맥(대략, 동으로는 Fwy15 에서 서쪽으로는 Fwy14까지 동서로 68마일)이 있으며, 그 동쪽으로 San Bernardino산맥(동서로 60마일)이 있다.

이들과는 달리 LA지역의 더 남쪽에 있는 San Jacinto산맥(남북으로 30마일)과 Santa Rosa산맥(남북으로 30마일)은 종으로 뻗어 가는데, 아마도 이 지역은 그 옛날의 그 ‘작은 조각’이 아니었나보다. 아무튼 우리 LA지역을 둘러싸고 있는, 가까운 외곽의 산맥들만 해도 그 총연장길이가 300마일을 상회할 만큼 우리는 대단히 넓고도 험준한 산악지대를 이웃하며 살고 있어, 우리 LA지역 또는 남가주는 등산애호가들에겐 정녕 파라다이스인 셈이다.

그런데 이들 산들의 형세나 높이는 어떠한가? 가장 서쪽인 Santa Monica 산맥내의 Mugu Peak의 높이는 1,266’인데, 가장 동쪽인 San Bernardino 산맥내의 Mt. San Gorgonio는 11,503’에 이르고 있어, 전체적으로는 점진적인 ‘동고서저’의 형국을 이루고 있다. 그런 가운데 LA의 바로 북쪽에 가장 가깝게 있는 San Gabriel 산맥은 동과 서의 중간위치라고 볼 수 있을 법하고, 따라서 San Gabriel 산맥의 중간지점을 기준으로 겨울철의 동쪽은 거칠고 추운 세계이고, 서쪽은 안전하고 온화한 세계라고 할 수 도 있겠다.

우리는 오늘, 겨울에도 안전하고 온화한 쪽을 택하여 산행을 한다는 의미에서, 서쪽의 줄기인 Santa Monica 산맥을 찾아가되, 이 산맥에서는 최고봉이지만 그래도 3,111’에 지나지 않아 편안하고도 아기자기하고 또 아름답기 그지없는 Sandstone Peak과 그 주변의 Boney Mountain Wilderness를 향해 떠나기로 한다. 바나나 모양으로 한 바퀴를 빙 돌면 7마일의 거리에 순등반고도는 1036’가 되고, 4시간을 잡으면 충분하다.

가는 길

Fwy10 West를 타고 끝까지 가면 1번도로 즉 Pacific Coast Hwy로 이어진다. LA 한인타운에서 12마일 지점이다. Hwy1을 따라 북으로 28마일을 더 가면 오른쪽으로 Yerba Buena Road가 나온다. 한국인이 주인이라는 항상 북적이는 해산물전문 레스토랑 Neptune’s Net이 오른쪽 코너에 있는데 이를 끼고 우회전하여 구불구불한 중심길을 따라 5마일을 올라가면 길 오른편으로 Circle X Ranch라는 큰 간판이 있는 Ranger Station 겸 Campground가 나온다. 여기에서 등산에 필요한 상세지도를 구한 후 가던 방향으로 1.1마일쯤을 더 가면 왼쪽으로 Sandstone Peak Trail 주차장이 나온다. LA 한인타운에서 대략 46마일의 거리이다.

등산코스


잘 정비된 등산로가 북쪽으로 산을 완만히 오르게 나 있다. 산 위쪽으로는 Boney Mountain의 암봉들이 보이는 가운데 잘 다져진 흙길이라 발을 딛기에 편하고 길섶으로는 Mountain Mahogany와 Red Shank들이 가지런히 자라있어 산 전체가 정결한 느낌을 준다.

특히, 바늘같이 가늘고 작은 잎들과, 껍질이 얇게 가닥져 벗겨져 내리는 황갈색 밑둥이 특징인 Red Shank(=Ribbon Wood)는 부드럽고도 푸르러 산행이 더욱 산뜻하게 느껴진다.

0.3마일을 올라가면 길이 좌우로 나뉜다. 좌측은 Sandstone Peak까지 1.5마일의 거리로 갈 수 있는 첩경이고, 우측은 Mishe Mokwa Trail 을 통하여 반시계방향으로 한바퀴를 돌면서 이 지역의 여러 명소들을 두루 볼 수 있는 7마일의 풀코스이다.

우리는 우측으로 간다. 곧 왼쪽 숲으로 들어가는 작은 길이 나온다. 얼핏 일본인의 이름이 붙여진 것은 아닐까 생각되어지는 어감의 Mishe Mokwa Trail인데, 이 이름의 배경과 이 지역을 잘 이해하기위해서는 ‘Circle X Ranch’ 의 역사에 대해 알아 볼 필요가 있겠다.

‘Los Angeles Exchange Club’ 이란 봉사단체가 있었다. 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방법을 찾다가, 젊은이들이 자연을 체험하는 경험을 통하여 자신감을 키울 수 있으니 그들에게 그러한 기회를 만들어 주자는 뜻에서 이 곳의 땅을 매입한 것이 1949년의 일이다. 지금의 Circle X Ranch의 마크-동그라미안에 X-도 창안하여 등록했는데 이 때의 X는 Exchange의 약자일 것이다.

곧 이어 이 땅을 Boy Scouts에 연간 렌트를 단 1달러로 하여 99년간 리스를 해줌으로써, 이 곳은 Boy Scouts의 수련장으로 활용되어 왔다.

Mishe Mokwa란 Chippewa Indian의 신화에 나오는 어미곰의 이름으로 호수에서 실종된 두 아기곰을 잊지 못하고 지금도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그 애절한 모성애의 내용이 청소년들의 정서함양에 도움이 될거라는 의미로 Boy Scouts에서 이를 등산로의 이름으로 채택한 듯 하다. 1989년에 이르러 이 Circle X Ranch의 땅 전체가 국립공원관리국의 소유가 되어짐으로써, 이제는 청소년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들을 위한 장소가 되었다.

다시 걸음을 옮기면 계곡 건너편 언덕위에 종을 닮은 큰 바위덩이가 보는 이로 하여 아슬아슬한 마음이 들만큼 불안정한 형세로 서 있는 것을 보게 된다. Balanced Rock이다.

조금 걸으면 길이 왼쪽으로 바짝 꺾인다. 좌우로 각양각색의 돌출된 바위들이 즐비한데, 그 중에 가장 커 보이는 성곽같은 왼쪽의 바위산이 Skull Rock이다. 등산로의 약간 오른쪽으로 다소 멀리 보이는 바위봉 중에 윗부분이 4조각으로 갈라져 발가락을 닯은 모습으로 있는 것이 Tri-Peaks의 동봉이다. 1마일 정도를 좌우의 화산암봉들과 Chaparral 숲의 아름다운 조화를 감상하며 걸어 가면 다시 길이 갈라진다. 오른쪽은 산타모니카산맥의 제2봉인 Tri-Peaks 로 가는 길인데, 서로 0.3마일 내외의 거리를 두고 삼각점으로 위치한 3개의 암봉을 오르는 1마일 정도의 도정이다. 멀리에서 부터 눈에 들어오던 동봉(3,010’ )에 오르면 발아래의 전망이 대단하다. 위험이 따르니 바위의 최고정점에 오르려 하지는 않는 게 좋겠다.

주등산로로 다시 나온다. 왼쪽이 Sandstone Peak에 이르는 길이다. 2개의 큰 물탱크 옆에 이르면 길이 다시 갈라진다. 오른쪽으로 100m쯤 들어가면, 앞에 보이는 큰 암봉인 산타모니카산맥의 제3봉 Exchange Peak(2,950’ )을 전망하는 곳이 된다. 화산의 폭발에 따른 용암의 분출로 이루어진 바위라는데 우중충한 잿빛이 아닌 은은한 연분홍빛이라는 점이 경이롭다.

다시 주등산로로 나와 동쪽으로 나아간다. 5분 정도를 걸으면 다시 오른쪽으로 50m쯤의 짧은 길이 갈라지는데, Inspiration Point라는 표지판이 있다. 이곳에 서서 보는 경치는 너무나 선명하고 신선하여 감탄성이 절로 난다. 고도 2800’인데 이름의 의미를 알 듯 하다.

다시 걸음을 재촉하기 20분 내외에, 드디어 다소 밋밋해 보이는 Sandstone Peak의 서쪽면 아래에 이른다. 길이 다시 3거리가 된다. 오른쪽이 정상에 이르는 길이고 왼쪽은 주차장으로 가는 길이다. 표지판이 있다. “산타모니카산맥의 최고봉 3,111’” 라고 써있다. 정상까진 약 0.2마일의 거리이다.

서쪽면으로 난 완만한 오름길을 따라 어렵지 않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올라보면 동쪽과 남쪽면은 아찔한 느낌을 주는 깎아낸 듯한 단애이다. .

동쪽과 남쪽으로 산타모니카산맥의 첩첩한 산줄기들이 이내가 낀 신비스런 모습으로 눈아래로 펼쳐진다. 서쪽으로는 Boney Mountain의 수려하고 신령한 암봉들이, 북쪽으로는 낮은 암봉들 너머로 광활한 San Fernando Valley가 한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맑으면 태평양의 푸른 물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올라온 길을 다시 0.2마일을 내려가서, 3거리에서 동쪽으로 난 길을 따라 하산한다. 주차장까지 1.5마일이고 30분 정도가 걸린다.

정진옥 310-259-6022

http://blog.daum.net/yosanyosooo

<정진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