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연방통신위 ‘망중립성’ 정책 결국 폐기

2017-12-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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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데이터 ‘공공서비스’에서 제외…페북·넷플릭스 등 비용 증가 불가피

▶ 버라이즌 등 통신업자 막강 권한 생겨 트래픽 우선순위 부여·앱 차단 가능

연방통신위 ‘망중립성’ 정책 결국 폐기

다이앤 테퍼가 14일 워싱턴 연방통신위원회 건물 앞에서 망중립성을 철회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면서 아칫 파이 위원장을 그린치에 빗댄 사인을 들고 있다.

연방통신위원회(FCC)가 14일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망중립성(Net Neutrality) 정책을 결국 폐기했다.

지난달 말 망중립성 정책 폐기 최종안이 나온 이후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콘텐츠 및 플랫폼 사업자들은 물론 미 전역에서 수 백건의 반대 시위가 벌어졌지만 이날 표결에서 5명의 FCC 위원 가운데 공화당 추천 인사 3명이 찬성하면서 3대2로 폐기안이 통과된 것이다.

이로써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가 웹 콘텐츠를 차단하거나 감속할 수 없도록 한 망중립성 정책은 2015년 제정된 후 2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이날 표결에 부쳐진 망중립성 폐기안은 광대역 인터넷 액세스를 통신법상의 ‘타이틀 2’ 대신에 ‘타이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매우 사소한 변경 같지만, 이는 ISP를 ‘공공서비스’가 아닌 ‘정보서비스’로 변경해 시장의 원칙에 따라 작동되도록 함을 의미한다.

기존 망중립성 정책은 광대역 인터넷 액세스를 전기나 수도와 같은 공공서비스로 분류해 인터넷에서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데이터의 내용이나 양에 따라 데이터 속도나 망 이용료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정보서비스로 변경된 새 법안에서는 컴캐스트나 버라이즌과 같은 통신 사업자가 합법적으로 인터넷 트래픽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거나 특정 앱이나 서비스를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버라이즌 출신인 파이 위원장은 “통신 사업자는 자본주의 시장 원칙에 따라 유무선 통신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망중립성 폐지로 인터넷 업계엔 지각변동이 불가피하게 됐다.

넷플릭스나 페이스북처럼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 사업자들은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버라이즌, 컴캐스트 등 통신사업자들은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제 통신사업자들은 미국인들의 온라인 경험을 재편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말했다.


망중립성 폐기로 통신사들이 얻게 될 부가가치가 5G 등 차세대 통신 인프라 구축 투자로 연결되도록 한다는 것이 파이 위원장의 입장이지만, 콘텐츠 플랫폼을 자회사로 가진 통신사들이 기존 업체들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서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게 사실이다.

망중립성 폐기로 가장 큰 손해를 입게 될 기업 가운데 하나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가 “특정 기업을 위한 망중립성의 폐기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동통신 회사인 버라이즌 등이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나 슬링 TV의 속도를 저하함으로써 버라이즌의 동영상 스트리밍 자회사인 파이오스 등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NYT는 “아짓 파이 위원장 취임 후 9개월 동안 내린 FCC 결정 가운데 가장 중대하고 논쟁적인 이번 조치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콘텐츠를 찾는데 더 많은 어려움을 겪게 만들었고, 스타트업들은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데 더 큰 비용을 내도록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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