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문대통령에 ‘혼밥’ 취재진엔 ‘뭇매’

2017-12-15 (금)
작게 크게

▶ 중국 국빈 초청 해놓고 ‘무례’ 극치

▶ 한국 ‘저자세’ 굴욕 외교로 화 자초

문대통령에 ‘혼밥’ 취재진엔 ‘뭇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오후(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 북대청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이 취재진 폭행 사태라는 ‘외교참사’로까지 이어지면서 중국의 외교적 무례와 한국 정부의 저자세 외교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출발 전부터 알맹이 없는 정상외교 일정이 무리하게 추진됐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중국 측의 외교적 무례가 도를 넘어 국빈방문한 외국 지도자의 면전에서 취재진 집단폭행을 저지르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초유의 대통령 취재진 폭행

14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 행사장에서 중국 측 경호원들이 취재 중이던 청와대 출입 사진기자들을 집단 폭행하는 외교상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10시50분께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에서 문 대통령을 취재하던 한국일보와 매일경제 소속 청와대 출입 사진기자 등 2명이 개막식 행사 후 문 대통령을 따라 나오며 취재하려다 중국 측 경호원들에게 별다른 이유 없이 제지당한 뒤 집단 폭행까지 당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공항 영접부터 홀대

이번 중국의 외교적 무례 논란은 문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시작됐다. 국빈 자격으로 방문한 문 대통령을 차관보급인 쿵쉬안유 외교부 아시아 담당 부장조리가 영접했다. 중국을 방문하는 정상은 차관급(부부장) 인사가 영접하는 것이 의전 관례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방문 때는 왕이 외교부장(장관급)을 공항에 보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문 때는 양제츠 국무위원(부총리급)을 공항에 보냈다.

■알맹이 없는 일정

문 대통령이 사실상 ‘혼밥’을 거듭하는 등 알맹이 없는 정상외교 일정이 된 것도 논란 거리다. 문 대통령은 국빈 방문이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방중 첫날 저녁과 이튿날 아침ㆍ점심 세 끼 모두를 사실상 비공식 일정으로 대신 했다.

통상 방문 첫날 저녁 이뤄지는 국빈만찬은 시진핑 주석 등 주요 지도자들이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식 참석을 위해 자리를 비우면서 일정이 미뤄졌다. 문 대통령은 13일 저녁을 댜오위타이에 마련된 숙소에서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아침도 숙소 인근의 한 현지 식당에서 노영민 주중한국대사 부부와 함께했고 이날 점심도 특별한 일정 없이 넘겼다. 특히 국빈 방문의 관례로 여겨지는 총리 환영오찬도 리커창 총리 측이 문 대통령과의 면담 일정을 늦은 오후로 잡으면서 무산됐다.

■CCTV 무례한 인터뷰도

중국 국영 방송사인 중국중앙TV(CCTV)는 방문을 하루 앞둔 문 대통령과 인터뷰를 하면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문제와 관련해 몰아세우듯 질문공세를 퍼부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CCTV는 특히 문 대통령의 발언을 자의적으로 편집해 방송에 내보내 사실상 문 대통령의 진의를 왜곡했다.

■무리한 추진 문제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연내 방중 성사를 목표로 무리하게 일정을 추진하면서 외교 실책을 자초한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함이 앞서다 보면 아쉬운 사람이 굽히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게 아니겠냐”며 저자세 외교를 지적했다.

이번 사태에 LA 한인들은 “사드를 핑계로 한 중국의 안하무인이 금도를 넘어선 것 같다”며 “이럴 거면 대통령이 중국 국빈방문을 왜 갔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질타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