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상처’… 국정 추진동력 약화 불가피

2017-12-14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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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라배마 상원의원 25년만에 민주에 패배

▶ 일각선 “공화 지도부 뭉치는 계기” 분석도… 트럼프 ‘오른팔’ 배넌 희생양 삼을 수도

트럼프 ‘상처’… 국정 추진동력 약화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백악관 그랜드 포여에서 세제 개혁안에 관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침 트위터를 통해“무어가 질 줄 알았다”며 앨라배마 선거 패배의 책임에서 발을 빼는 듯 한 모습을 보였다. [AP]

트럼프 ‘상처’… 국정 추진동력 약화 불가피
공화당이 텃밭인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무려 25년 만에 민주당에 자리를 내주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적지 않은 상처를 입게 됐다.

‘미성년자 성추문’에 휩싸인 공화당 로이 무어 후보 지원에 막판 올인한 만큼 직접적인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 이 지역 임시 상원의원인 루서 스트레인지 의원을 지원했지만, 무어 후보가 성추문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자 선거일을 얼마 안 남기고 트위터 글과 인근 지역 지원 유세, 로보콜(자동녹음전화) 등으로 파상 지원을 했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 그래도 지지부진했던 주요 국정과제를 추진할 동력 약화에 직면한 상황이다.

현재 공화당 상원 의석이 52석에서 1석 줄면서 겨우 과반을 맞추는 수준이 됐다. 공화당에서 단 1명이라도 반대하면 법안을 통과할 수 없는 구조가 되면서 오바마케어(현행 건강보험법) 폐기와 반 이민 정책, 멕시코 장벽 건설 등의 핵심 입법과제 추진에 자칫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다만 일단 상원을 통과한 감세법안의 입법 완료에는 이번 선거 결과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의 상원 사령탑인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는 보선 직전 무어의 패배를 미리 염두에 둔 듯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올해 상원 회기가 끝날 때까지 스트레인지 의원이 계속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공화당 지도부에 대해 더글라스 존스 당선인의 의원 등록을 빨리 승인하라고 재촉하고 나섰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13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상원 다수당 지도자인 미치 매코널이 앨라배마 주민의 뜻을 경청해 더그 존스를 지체 없이 의석에 넣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리처드 버 상원의원을 비롯한 공화당 일각에서는 의석이 1석 줄어든 것이 오히려 공화당 지도부의 원내 운영을 원활하게 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입법 마지노선에 걸렸다는 위기감이 오히려 분열을 막아줄 것이란 기대인 셈이다.


의회전문지 더힐은 “무어의 패배는 이 주에서 클린턴을 거의 30%포인트 차이로 물리쳤던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깜짝 놀랄 만큼의 모욕”이라며 “이 결과는 공화당 의원들이 스스로 정치적 미래를 보호하려고 트럼프 대통령을 멀리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기류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렸던 스티븐 배넌이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패배자(loser)’로 불리는 것과도 연관돼 있다.

공화당 기득권 세력과 대별되는 ‘우파 신주류’로 분류됐던 배넌은 이번 선거로 입지를 크게 상실했다. 일부에선 현실 정치권에서의 퇴출까지 거론되고 있다.

앨라배마 상원의원 후보 경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기득권 인사들의 뜻대로 스트레인지 의원을 밀었는데도, 이를 거역하고 무어 후보를 지원하면서 결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처를 안긴 데 대한 ‘괘씸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향한 비난을 배넌에게 돌리면서 ‘희생양’을 만들려는 정치적 셈법을 쓸 가능성도 작지 않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은 스트레인지지를 밀었고 무어가 질 줄 알았다는 트윗을 남김으로써 슬쩍 발을 뺐다.

공화당의 이번 보선 패배는 내년 중간선거 전망에도 먹구름을 드리웠다.

이미 지난달 ‘미니 지방선거’로 불린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와 뉴욕시장 선거에서 완패한 데 이어 후보만 내면 된다는 ‘텃밭’에서마저 무너진 것은 공화당에 상당한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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