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컬린의 눈길’

2017-12-07 (목) Sara Teasd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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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린의 눈길’

박다애,‘무제’

어느 봄 날 스테판이 내게 키스했지
그리고 가을엔 로빈이,
하지만 컬린은 그저 바라다 볼 뿐
키스하지 않았지

스테판의 키스는 잊혀져간 익살이고
로빈의 그것은 지나간 유희지만,
컬린의 눈 속, 그 키스는 아직도
밤낮으로 나를 사로잡는다네

Sara Teasdale ‘컬린의 눈길’ 전문


임혜신 옮김

키스는 스테판 같이 하면 안 된다. 로빈 같이 해도 안된다. 키스는 컬린처럼 눈으로 먼저 해야 한다. 계절이 바뀌면 지워지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고 익살과 장난 속으로 사라지는 입맞춤은 입맞춤이 아니다. 변하는 것이 만물의 속성이라지만, 바로 그 이유로 우리는 변화에 저항하는 것들을 더욱 사랑하는 게 아닌가. 스테판이 왔다가고 로빈이 지나가는 동안, 바라만 보고 있던 바보 같은 컬린. 그의 눈 속에는 순정이 있었다. 달콤한 입맞춤은 쉬이 사라져도 순정은 오래도록, 아주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는다.
임혜신<시인>

<Sara Teasd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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