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국적법 피해자들을 위한 한인 회장들의 노력

2017-12-06 (수) 12:00:00 김철수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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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3월이 되면 언론에 단골 이슈로 등장하는 아이템이 있다. 미국에서 태어난 선천적 복수국적을 지닌 한인 자녀들의 국적이탈 신고마감이 바로 그것이다.

출생 당시 부모의 국적에 따라 시민권을 부여하는 등 속인주의를 따르는 한국 국적법과 달리 미국은 부모의 출생 신분에 상관없이 미국령에서 출생하는 아이들에게 미 시민권을 부여하는 속지주의를 택하고 있다. 결국 미국에서 태어나도 부모가 한국 국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원치 않은 복수국적을 보유하게 된 선천적 복수국적 아이들이 국적문제로 피해를 보는 경우가 해마다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9월 한국에서 열린 2017 세계 한인회장 대회에 참석한 미주 지역 한인회장들은 한국 국회를 방문해 선천적 복수국적 피해 사례를 발표하고 선의의 재외동포 한인 2세 자녀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고 제약 없이 한국과 거주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구제 방안이 포함된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보다 앞선 8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LA를 방문해 선천적 복수국적으로 인한 실제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한국 정치권에서도 관련법 개정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원정 출산을 막기 위해 홍준표 의원이 지난 2005년 개정한 국적법은 부유층 자녀들의 원정출산에 의한 복수국적은 차단했지만 미국에서 태어난 선천적 복수국적 자녀들이 국적이탈 기한이내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지 못할 경우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만 국적이탈이 가능해 관련법으로 인한 한인 2세들의 피해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정치권과 미주 한인사회에서는 부모에 의해 선천적 복수국적자로 분류됐더라도 한국내 장기 체류 의도가 없거나 한국에서 영리활동을 하지 않는 대상자들에 대해 예외적으로 국적이탈 시점을 연기 해주는 구제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일부에서 한국내 병역 이행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로 아직 법안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미주 지역내 한인회장 30여명은 지난주 시카고 지역에서 첫 번째 공식 모임을 갖고 선천적 복수국적 피해자들을 위한 구제안 마련에 240만 미주 한인들의 의견을 결집해 국회에 전달하겠다는 의견을 모았다.

물론, 선천적 복수국적과 관련한 소수의 피해자들을 위해 징병제인 한국의 국적법과 병역법을 고치는 것은 쉽지 않고 불가능 할지 모른다. 하지만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한인회장들이 각 지역 한인사회의 뜻을 모아 결집 한다면 정치인들과 주요 인사들이 말로만 떠들었던 미주 한인들을 위한 재외동포정책의 초석을 다지는 것은 물론, 재외동포 위상을 바로 세우는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선천적 복수국적 피해자들의 구제안 마련이 정말 그 어느 때보다 기대된다. 머지않아 현실화되길 응원한다.

<김철수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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