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시대, 정치성향 양극화 갈수록 심화, 이민·복지·인종 등 핵심이슈 견해 차 확대
▶ 직업관·종교·주거 등 일상에서도 이질감, 상대방 가치 인정하는 온건·중도에 희망

미국인의 정치성향 격차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UC 데이비스 학생들이 대통령 선거 투표를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LA 타임즈]

정치 성향에 따른 직업 선호도 차이
미국인들의 정치성향이 근래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어 사상 유래 없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진보 성향 미국인은 점점 더 왼쪽으로, 보수 성향을 가진 미국인들은 갈수록 오른쪽으로 급격히 이동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어 주요 사회, 정치 이슈들에 대한 격차는 극단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진 이념 격차는 정책이나 정치영역의 거대담론 뿐 아니라 개개인이 일상의 모습까지 변화시키고 있어 반목과 적대감도 증가하고 있다. 갈수록 멀어지고 있는 진보와 보수, 미국인들의 이념 양극화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진보 더 왼쪽, 보수 더 오른쪽
비영리 여론정책 조사기관 ‘퓨리서치 센터’가 지난 10월 발표한 ‘미국인들의 이념격차 실태 조사’를 보면 미국인들의 정치 성향이 얼마나 급변하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민주, 공화 지지 유권자이거나 진보, 보수 성향 미국인들 모두 시대 변화에 따른 의식 변화를 보이고 있지만, 강경 우파 성향의 트럼프 시대에 나타나고 있는 양 진영의 이념 격차는 극단적이다.
특히, 진보층에서 파격적일 정도의 빠른 속도로 좌클릭 현상이 나타나 이념격차는 확대된다.
진보와 보수의 견해 차이를 가장 확연하게 보여주는 대표적 이슈고 ‘빈곤층에 대한 정부 지원 역할 확대’에 대한 입장 차는 극단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빈곤층에 대한 정부 역할 확대’에 진보 성향 미국인은 2011년 54%가 지지했으나, 2017년 이 비율은 71%로 늘어났다. 좌클릭이 빠르게 진행된 것. 반면, 공화당 지지층은 24%에 불과해 격차는 50% 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다. 2011년 54% vs. 25%로 30% 포인트에 그친 격차가 두 배까지 벌어진 셈이다.
■정치적 양극화, 트럼프 반작용?
이념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것은 진보 성향의 민주당지지 유권자들이 급속도로 좌클릭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보수 성향 유권자의 변화에 비해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급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이슈들에 대한 진보 성향 유권자의 좌클릭은 트럼프에 대한 반작용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가 인종과 이민 등 특정 사안에 대한 극단적 주장을 통해 지지층의 몰표를 얻은 만큼 반대 진영에서 ‘반 트럼프 분위기’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는 이민 이슈와 인종 갈등 문제에서 격차는 극단적으로 벌어진다. 진보 성향 민주당 지지층의 경우, 84%가 ‘이민은 근면과 재능을 통해 국가를 부강하게 한다’고 믿지만, 보수 성향 공화 지지층은 42%에 그쳤다.
인종차별 대한 견해차도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 ‘흑인의 빈곤은 인총차별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진보층이 64%로 조사된 반면, 보수층은 14%에 불과해 50% 포인트의 극단적 격차를 보였다. 1994년 격차는 39%대 26%로 13% 포인트에 불과했다. 격차가 3배로 벌어졌다.
■그들은 왜 다른가?
진보와 보수는 ‘옳고 그름’ 또는 ‘선과 악, 정의’의 개념으로 파악할 수는 없다. 정치적 지향과 가치관 또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견해가 다를 뿐이다. 진보와 보수를 명확하게 정의하기는 어렵다. 또, 진보와 보수의 개념을 엄밀한 잣대로 구분 짓는 것도 쉽지 않다. 진보와 보수로 갈리는 이념이 정치사회적 맥락이나 역사적 배경에 따라 상대적이며 모호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진보가 한국에선 보수가 될 수 있고, 한국의 진보가 미국에선 보수 색채로 보일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베를린자유대학 김기원 연구원은 진보와 보수의 특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대체로 진보의 가치관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며, 사회적 약자를 위해 국가가 세금을 더 거두고, 복지지출을 확대할 것을 주장한다.
하지만, 극단이 되면 국가가 경제를 주관하는 사회주의로 흐를 수 있다. 반대로 보수적 가치관은 국가의 역할을 최소화해 사회 구성원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는 일로만 제한하려 한다.
세금과 복지 확대를 반대하는 배경이다. 극단으로 흐르면, 시장 경쟁에 사회기능의 대부분을 맡기려는 시장만능 주의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이념 격차가 정치과정의 거대담론이나 정책에서 뿐 아니라 개인의 일상의 모습도 변화시킨다.
■‘빅 하우스’ vs. ‘스몰 하우스’: 일상도 다르다
이념 격차는 사회적 이슈나 정책 등 정치영역에서 갈등과 반목을 낳고, 대립각을 만들어내지만, 개개인의 일상에서도 차이를 만들어 더 낯설고 이질적인 상호 적대자가 되어간다.
급변하는 의식변화 실태를 추적하다 보면, 이들의 이념 격차는 선호하는 주거 환경에서도 큰 차이가 나타난다.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진보 성향 일수록 상호 밀접한 관계가 가능한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집에서 걸어서 오갈 수 있는 학교와 식당이 가까이 있는 커뮤니티를 선호한다.(61%)
반면, 보수층은 65%가 보다 큰 규모의 빅 하우스를 선호하며, 식당과 학교는 수마일씩 떨어진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생활환경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진보는 교사, 보스는 군인
격차는 직업에 대한 가치관에서 나타난다. 보수층이 ‘군인’(92)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진보층은 ‘교사’(86)에 대해 가장 따뜻한 시각을 갖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통적 직업군에 대한 진보, 보수층의 시각을 조사한 퓨리서치에 따르면, 보수층은 군인>경찰>교사>교수 순으로 긍정적이었고, 진보층은 교사>군인>교수>경찰 순으로 나타났다.
또, 보수층은 진보주의자를, 진보층은 보수주의자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 양 진영의 적대감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신앙·연령·인종별 차이 커
신앙이나 연령, 인종에 따른 정치성향 차이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종교의 경우,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가 가장 보수적인 반면, 흑인 카톨릭과 무신론자가 가장 진보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종별로는 흑인이 백인 보다 진보 성향이 강했고, 히스패닉계는 흑인과 백인 사이에서 진보 쪽에 더 기울었다.
연령별로는 예상대로 30세 미만 젊은 층이 가장 진보 색채가 짙었고, 65세 이상 노년층의 보수 성향이 강했다. 하지만, 젊은 층의 진보 색채는 과거에 비해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도 접점은 있다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특정 이슈에 대한 균열이 커지는 현상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어, 양극단을 제외하면 중도나 온건 성향 유권자들의 접점 가능성도 보이고 있다.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진보 성향 민주당 지지층의 경우, ‘반트럼프 견해’, ‘국가의 건강보험 책임’, ‘흑인 권리 확대’ 등 이슈에 대해서는 큰 이견을 보이지 않았으나, ‘근면과 성실로 성공할 수 있다’거나 ‘사기업에 대한 정부규제가 지나치다’ 등 보수의 명제에 동의하는 진보층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화당 색채의 가치관에 기울고 있는 민주당 유권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보수층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났다. ‘트럼프 지지’, ‘정부의 복지지출 확대 반대’, ‘흑인 빈곤은 개인의 책임’ 등의 핵심 명제에서는 골수 지지층과 중도층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동성 결혼 허용’이나 ‘공정한 경제시스템 확립’ 등이 명제에서는 민주당 입장에 기우는 중도 보수성향 유권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단적 성향의 골수 진보와 보수를 제외하면, 중도에서 진보와 보수가 접점을 찾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조사결과다.
정치 성향 판별퀴즈
정치성향 차이를 가르는 11가지 핵심 이슈에 대한 대답을 분석하면, 각 개인의 정치성향을 어느정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대답이 많을수록 진보 성향이 강하고, 두 번째 대답이 많으면 보수 성향이 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 경제 강자에 유리/기업 이윤이 지나쳐
2. 미국의 글로벌 개입 필요/문제 악화
3. 건강보험 정부가 책임/정부개입 반대
4. 동성결혼 합법화 지지/ 합법화 반대
5.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개입 확대/정부 개입 이미 지나쳐
6, 불법체류자 합법체류 허용/ 허용반대
7. 환경보호 개입 확대/간섭 지나쳐
8. 낙태 합법화 지지/ 제한적으로 허용
9. 테러방지 무슬림 규제 종교차별/미국 거주 무슬림 규제해야
10.인종다양성 미국에 도움/삶의 질 악화
11.공익적 기업규제 필요/규제 비효율
(출처:퓨리서치센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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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