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난 차라리 세입자로 살겠다

2017-11-30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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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렌트비 상승세 꺾이면서‘임대가 싸다’인식 확산

▶ 베이비부머 세대의 82%가 구입보다 임대 선호

치솟는 집값과 매물 부족 탓에 내집 장만은 점차 힘들어지고 있다. 주택 구입난 심화로 내집 장만을 포기하고 주택 임대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사상 최저 수준의 주택소유율이 상승하지 못하는 이유 역시 임대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있는 탓이다. 임대를 선호하는 이유는 단순히 재정적인 이유 뿐만은 아니다. 내집 보유에 따른 불편함이 덜하다는 이유처럼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른 이유도 많다. 주택 임대 선호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으로 앞으로 주택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거리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리얼터 닷컴’과 금융정보매체 ‘크레딧 닷컴’이 점점 강해지는 주택 임대 선호 현상을 분석했다.

■ ‘임대가 구입보다 저렴하다’ 인식

주택 임대비용이 주택 구입보다 훨씬 적게 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주택 임대료 상승세가 최근 한풀 꺾이면서 임대가 유리하다는 인식 더욱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이다.

임대료 상승세가 주춤해진 것은 지난 수년간 아파트와 같은 신규 임대용 주택 공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주택 가격은 끊임없이 올라 주택 구입은 점점 힘들어졌다.

국영 모기지 업체 프레디맥이 지난 8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약 76%의 세입자가 임대비용이 주택 구입비용보다 낮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1년 전 조사에서는 약 65%의 세입자가 임대가 유리할 것으로 생각한다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1년 사이 ‘임대료 정체, 집값 급등’ 현상이 지속되면서 나타난 상승세다.

프레디맥과 ‘전국 다가구 주택위원회’(NMHC)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구입보다 임대를 선호’하는 현상은 당분간 뒤집힐 것 같지 않다.

임대를 선호한다는 이유가 단순히 재정적인 이유에만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재정적인 이유 외에도 주택 매물 부족과 ‘임대가 차라리 속 편하다’는 라이프스타일 변화 등도 임대를 선호하는 이유에 포함됐다.

■ 전 연령대에 걸친 ‘임대 선호’ 현상

프레디맥의 조사에서 임대를 선호한다는 답변은 전 연령대에 걸쳐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임대 선호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베이비부머 세대로 약 82%가 임대를 선호했다. 이어 밀레니엄 세대 중 임대 선호 비율이 약 76%로 두번째로 높았고 X세대 중에서도 약 75%가 임대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대 선호 비율이 지난해보다 크게 높아진 것은 아무래도 집값 급등 현상이 가장 큰 이유다. 설문 조사 응답자중 약 58%가 1년 전보다 주택 가격이 오른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해 임대 선호 현상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 시장 조사기관 코어로직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 전국주택가격은 1년사이 실제로 약 6%나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 ‘베이비부머’ 임대 선호 가장 뚜렷

베이비부머 세대에서 임대 선호 비율이 밀레니얼 세대보다 높게 나타난 것은 라이프스타일과 연관이 있다. 릭 호히 NMHC 부대표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주택 관리 및 보수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비율이 높아져 임대를 선호하는 현상도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노년층의 임대 선호 현상을 설명했다.

조사에서도 25~34세의 젊은층 중 약 7%가 주택 유지비용 때문에 임대를 선호한다고 답변한 반면 65세 이상 응답자 비율은 약 28%를 넘었다.

전 연령대에 걸친 임대 선호 이유 중에서도 재정적인 이유를 든 비율은 낮게 나타났다.

주택 구입에 필요한 다운페이먼트 자금이 부족하다는 답변은 약 18%에 그친 반면 임대가 편리하고 이사에 덜 제한을 받는 점 때문이라는 답변이 23%로 가장 높았다. 이밖에도 최근 주택을 처분하고 이사갈 집을 찾기 위해 임대를 선호한다는 답변 등도 있었다.

이처럼 임대를 선호하는 이유가 재정적인 이유보다 생활의 편리함 때문이라는 이유가 많아 임대 선호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프레디맥 조사에서도 현재 적극적으로 주택 구입 활동에 나서고 있다는 답변은 지난해 약 21%에서 올해 약 14%로 큰 폭으로 낮아졌다.

■ 임대용 단독 주택 수요 단연 으뜸

정책연구소 ‘어반 인스티튜트’(Urban Institute)의 자료에서 최근 수요가 급등하고 있는 주택 형태는 임대용 단독 주택으로 매매용 단독 주택과 아파트 등의 수요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임대용 단독 주택에 대한 수요는 지난 3년간 약 30%나 급등했다고 밝혔다.

임대용 단독주택에 대한 수요가 급등하기 시작한 것은 주택 시장 침체가 발생하면서 부터다. 침체가 대규모 차압사태로 이어져 임대 수요가 급등하기 시작했고 곧이어 임대용 단독 주택 숫자가 불어나기 시작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2006년 전체 임대용 주택중 약 31%를 차지했던 단독 주택 비율은 올해 약 35%로 늘어나 약 4,400만채에 이른다.

■ 밀레니얼 세대 단독주택 임대 증가 전망

임대용 단독 주택 수요 증가 현상은 주로 밀레니엄 세대가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밀레니엄 세대의 경우 한 지역에 장기간 정착하는 비율이 낮고 이사를 자주 하는 경향이 뚜렷해 주택 구입보다는 임대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연령대다. 또 임금 정체 현상과 학자금 융자에 따른 부담으로 인해 임대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밀레니엄 세대가 많다.

일부 밀레니엄 세대 중 주택 시장 침체를 직접 경험한 세대는 주택 구입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임대 주택을 찾게 되는 경우도 있다. 어반 인스티튜트측은 “대부분의 밀레니엄 세대가 곧 독자적인 가구를 형성할 시기로 대부분 주택 수요가 임대용 단독 주택 시장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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