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켜진 신호도 다시 보자

2017-11-17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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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LA 한인타운에서 새벽미사를 마치고 귀가하던 한인 할머니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80대의 할머니는 지난 11일 오전 6시20분께 길을 건너던 중 차에 치어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숨을 거두었다. 매일 새벽미사를 다닐 정도로 건강하던 어머니/할머니를 갑자기 잃고 가족들은 얼마나 큰 슬픔에 빠졌을 것인가.

이들 한인가족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주말 LA에서는 총 4명의 보행자가 차에 치어 숨졌다. 하일랜드 팍에서는 60세 남성이 동네를 산보 중 사고를 당했고, 보일 하이츠에서는 11세 소녀가 가족들과 타코 스탠드 주변에 서 있다 차에 받혀 숨졌다. 11일 밤 사우스 LA에서는 딸의 첫돌 파티를 하던 아빠가 얼음을 사러 나섰다가 횡단보도에서 차에 치어 숨졌다.

보행 중 교통사고 사망이 근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관련 사망자가 거의 6,000명에 달했다. 지난 40년 동안 최고치이자 전년대비 증가율(11%) 역시 최고기록이다. 2010년~ 2015년 사이 전체 교통사고 사망은 6% 증가한데 비해 보행자 사망은 25%나 증가했다. 미 전국에서 1.6시간에 한명 꼴로 누군가 길을 걷던 중 차에 치어 숨지고 있다.


보행 중 교통사고 증가는 보행인구 증가와 상관이 있다. 건강과 체력단련을 위해 걷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이들 보행자 사망 교통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과속이다. 시속 20마일로 달리던 자동차에 치일 경우 사망률은 10%인 반면 시속 40마일이 되면 사망률은 80%로 껑충 뛴다. 특히 동네 길에서 운전 중 안전속도 유지는 필수이다.

두 번째 큰 원인은 알콜. 관련 사건의 거의 절반은 운전자 혹은 보행자가 술에 취한 상태로 나타났다. 보행자 사망 교통사고 중 15%는 음주운전 중, 34%는 술 취해 걷던 중 발생했다.

아울러 근년 가장 큰 문제로 등장한 것은 주의산만이다. 보행자도 운전자도 저마다 셀폰을 들여다보며 걷고 운전을 하니 사고위험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보행 중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정부당국, 운전자, 보행자 모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인도를 안전하게 만들고, 신호등과 가로등을 더 설치하는 등 안전 환경 조성은 정부의 몫이다. 언제 어디서나 보행자를 파악하며 안전운전을 하는 것은 운전자의 몫이다.

그리고 누구보다 조심해야 할 것은 보행자 자신이다. 파란 신호라고 안전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좌우를 충분히 살피며 완전히 안전할 때 길을 건너야 하겠다. 켜진 신호도 다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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