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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뚝 선 독주암… 선녀 노닐던 폭포… 절경에 취하다 (설악산 주전골)

2017-11-17 (금) 글·사진(양양)=우현석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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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엽전 쌓아 올려 놓은 것 같은 주전바위, 용소폭포~만경대~오색약수 잇는 1.8㎞

▶ 빽빽한 원시림 속 노란 활엽터널 장관, 전망대 서면 탁트인 풍광에 가슴이 뻥


20여년 전 그때도 가을이 깊었다.

설악동에서 비선대를 찍고 양폭산장을 거쳐 대청봉에 올라 대피소에서 잠을 자고 오색으로 내려왔다. 내려오던 길에 들른 주전골은 지금처럼 정비된 탐방로는 아니었다. 하지만 단풍의 색깔은 제각각 노랗고 붉었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주전골은 그때보다 정비된 모습이었다. 단풍철을 맞아 모여든 행락객도 예전보다 훨씬 많아 만경대로 향하는 길은 줄을 서서 올랐다. 세월은 흘렀지만 산세는 의구했고 설악 홍엽은 위세를 잃었어도 붉은 옷과 푸른 옷을 입은 등산객들이 단풍 대신 설악을 수놓고 있었다.

그나마 주전골의 고도가 낮은 탓에 단풍잎은 나뭇가지에 근근이 달려 있었다.


이곳 만경대 등산코스는 47년 만인 지난해 흘림골 등산로가 낙석으로 폐쇄되면서 대신 개방됐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렸던 지난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에는 오는 14일까지 탐방예약제(https://reservation.knps.or.kr)를 실시하고 있다. 양양군은 평일 2,000명, 주말·공휴일은 5,000명으로 인원을 제한하고 있는데 인터넷으로 90%를 예약받고 10%는 현장에서 접수받는다. 마침 기자가 찾은 날은 주말이어서인지 제법 붐볐다.

성국사 앞에서 인터넷 예약을 확인하고 패찰을 받아 입장한 주전골은 단풍의 향연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3주 연속 강원도를 찾은 까닭인지 찾을 때마다 쇠잔해가는 단풍의 기세가 역력했는데 그나마 계곡을 끼고 있는 주전골 잎새들은 불이 붙어 타는 듯했다. 데크길 왼쪽으로 보이는 선녀탕의 물은 풍족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설악이 언제나 그렇듯 우리를 실망 시킬 정도도 아니었다.

20년 전 고개를 숙여 지났을 금강문은 기억에 가물거렸지만 허리를 구부려 맞은 편을 쳐다보니 희미했던 기억이 조금씩 살아났다. 감수성이 무뎌진 탓인지 아니면 인성이 세월에 순응한 탓인지 이번엔 굳이 바위 아래로 몸을 숙여 지나고 싶지 않았다.

오색약수터 탐방지원센터에서 출입증을 수령한 후부터 시작되는 풍광은 이곳이 설악임을 아무런 설명 없이도 입증하고 남는다. 다만 그동안 강수량이 적어 수량이 부족한 게 흠이라면 흠일 뿐이다.

주전(鑄錢)골이라는 계곡의 이름은 용소폭포 입구에 있는 바위가 엽전을 쌓아 놓은 모습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옛날 도적들이 위조 엽전을 만들었던 곳이라 붙은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오색약수를 지나 선녀탕·용소폭포로 이어지는 오색천을 거슬러 올라가는 산길은 용소폭포탐방지원센터에서 포장도로로 이어진다. 포장도로에서는 멀리 왼편으로 한계령휴게소가 올려다보이는데 이곳에서 패용했던 출입증을 반납하면 만경대구간으로 들어서게 된다. 만경대 전망대에 도달할 때까지 사방은 온통 빽빽한 숲인데 노란 활엽들이 터널을 이루고 있다.

이 구간이 바로 용소폭포~만경대~오색약수터를 잇는 1.8㎞의 일부로 설악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1970년 3월24일부터 원시림 보존을 위해 출입을 통제했던 구간이다. 46년간 사람의 발길이 미치지 못한 탓인지 숲의 밀도가 조밀해 만경대 전망대에 다다를 때까지 이렇다 할 경관은 펼쳐지지 않는다. 오색으로 향하는 구간 중간쯤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져 들어가는 만경대 전망대는 불과 200m 정도로 힘들이지 않고 접근할 수 있다.


다만 만경대를 조망하려면 오전에 등반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해를 등져서 어두운 만경대의 디테일을 살펴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만경대 탐방에 앞서 알아둬야 할 것은 설악산국립공원에 만경대가 세 곳이나 있다는 사실이다. 내설악·외설악·남설악 지구에 만경대가 하나씩 있는데 내설악 만경대는 오세암 앞에 있는 것이고 외설악 만경대는 화채능선 아래에 있으며 남설악 오색지구에 있는 만경대가 바로 이곳이다.

만경대를 살펴본 후 내려가는 하산 길에 이렇다 할 경관은 없다. 하산을 바로 앞두고 시야가 트이는 포인트가 한곳 있는데 이곳에서는 눈처럼 떨어지는 낙엽들과 눈 아래에 펼쳐진 성긴 숲들 사이로 오색천이 내려다보였다.

저녁 바람은 쓸쓸했고 오가는 계절 속에 설악은 그렇게 가을과 작별하고 있었다.

<글·사진(양양)=우현석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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