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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런 이유 때문에 집을 못산다”

2017-11-16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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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자율 낮지만 주택 가격 올라 모기지 페이먼트 부담

▶ 높은 재산세·보험가입 필수도 내집 장만에‘걸림돌’

미국 전체 가구중 약 37%가 세입자로 주택을 임대중이다. 세입자 비율은 젊은층일수록 높아져 30세미만중에는 약 5,600만명이 남의 집을 임대하고 있다. 사람들이 주택 구입에 쉽게 나서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집값이 너무 올라서다. 부동산 시장 조사기관‘애톰’(ATTOM)에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주택 시장중 약 25% 지역의 주택 구입 여건이 과거 평균에 비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다가 내집 장만이 정말‘아메리칸 드림’으로 끝나지 않을까라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다. 온라인 금융 정보사이트‘고우 뱅킹레이츠 닷컴’이 내집 장만에 쉽사리 나서지 못하는 원인들을 점검했다.

■ 임대료보다 높은 모기지 페이먼트

다달이 납부해야 하는 모기지 페이먼트 금액이 임대료보다 많으면 주택 구입에 나설 엄두가 쉽게 나지 않는다. 모기지 이자율은 여전히 낮지만 주택 가격이 끊임없이 오르면서 모기지 페이먼트 부담은 크게 낮아지지 않았다.


고우 뱅킹레이츠의 조사에서 워싱턴 D.C.를 포함한 전국 약 11개주의 경우 주택 임대 비용이 주택 구입시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구입에 관심이 있다면 무작정 모기지 페이먼트가 비쌀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간단히 비교해보면 주택 구입 결정에 도움이 된다.

구입 대상 주택의 예상되는 모기지 페이먼트와 비슷한 조건의 주택 임대료 시세를 비교해 보는 방법이다. 임대료에는 디파짓, 애완동물 디파짓, 기타 수수료 등까지 포함시켜 비교한다.

■ ‘재산세 폭탄’이 두려워서

주택가격이 오르면 어김없이 동반 상승하는 비용이 있다. 바로 재산세 비용으로 모기지 페이먼트와 함께 주택 소유주들의 등골을 휘게 하는 주거비중 하나다. 주택 가격이 급등한 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에는 오른 시세를 기준으로 재산세가 부과되기때문에 재산세 폭탄을 맞기 쉽다.

모기지 페이먼트가 임대료보다 낮더라도 지역 재산세율이 높으면 전반적인 주거비가 오를 수밖에 없다. 재산세율이 높기로 악명 높은 주로는 뉴저지(약 2.35%), 일리노이(약 2.3%), 뉴햄프셔(약 2.15%) 등이 있는데 모두 2%를 넘는 주다.

뉴저지주에서 약 31만5,900달러짜리 집을 구입하면 연간 재산세로만 약 7,423달러를 내야한다. 임대를 한다고 해서 재산세 부담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지역의 경우 건물주들이 재산세 일부를 세입자들에게 분담하는 관행도 있다.

■ 만만치 않은 주택 보험료


재산세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가 ‘주택 보험료’(Home Owners Insurance) 비용이다. 모기지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하는 구입자는 주택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강제 비용이다. 현금으로 구매하더라도 요즘처럼 자연 재해가 빈번한 시기에는 주택 보험 가입이 필수처럼 여겨진다.

주택 보험료는 보험 회사, 주택 가치, 과거 보험 청구 기록 등의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홍수나 산불 등 자연 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의 경우에는 보험료가 높게 책정될 수 있기때문에 높은 부담이 될 수 있다.

■ 침체에 대한 아픈 기억

이미 희미해져 가는 기억이 되어버렸지만 2008년 주택 시장 붕괴를 생생히 기억하는 사람이 아직 많다. 최근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서서히 거품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2008년과 같은 대규모 침체 위험은 낮은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2008년 주택 시장 침체를 직접 경험한 사람은 주택 시장이 아무리 굳건해도 당시 겪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해 쉽게 내집 장만에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루 아침에 주택 가격이 폭락하면서 정든 집을 잃고 길거리에 나앉을 뻔한 경험을 한 사람중에는 주택 구입의 꿈을 아예 접어버린 경우도 많다.

■ 수리비 많이 나올까봐

새로 지은 집을 구입해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따라 결함이 발생한다. 그래서 주거비에 수리비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필요시 수리에 적절히 나설 수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 구입비의 약 1%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년 주택 수리비와 관리비로 적립하라고 조언한다.

만약 30만달러짜리 집을 구입했다면 매년 3,000달러에 달하는 금액이 수리비와 관리비 적립 금액에 해당된다. 만약 지은 지 오래된 집을 구입하는 경우라면 적립비 금액은 더욱 높게 책정해야 주택 관리가 적절히 이뤄질 수 있다. 자녀 교육비, 은퇴 준비 자금, 기타 생활비까지 감안하면 수리비 적립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다.

■ 무시 못할 주택 판매 비용

주택을 구입할 때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것처럼 팔 때도 적지 않은 비용이 나간다. 가장 큰 비용은 부동산 업체에 지급하는 수수료 비용이다. 이밖에도 눈에 보이지 않게 나가는 비용도 많다. 만약 주택 구입 뒤 얼마 안 지나 집을 파는 경우에는 구입시 소요된 경비가 회수되지 않아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주택 구입 뒤 수년간 거주할 계획이 확실하지 않다면 주택 구입을 미루는 편이 비용 절약을 위한 현명한 결정이다. 이혼, 전근, 발병 등의 이유로 어렵게 구입한 주택을 급매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 주택 구입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 잘 나가는 주식 시장

기타 투자 수익이 높을 때도 주택 구입이 꺼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요즘처럼 주식 시장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시기에는 내집 장만을 위해 모은 다운페이먼트 목돈을 주식에 투자하고 싶은 유혹이 많다. CNBC에따르면 1926년 이후 S&P 500지수의 연평균 수익률은 약 9.8%에 달하는 반면 주택 가치 상승률은 약 3%대에 머물고 있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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