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스카를 향한 도전

2017-11-15 (수) 12:00:00 하은선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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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한국영화 출품작은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이다. 장훈 감독은 ‘고지전’에 이어 두번째로 오스카 캠페인을 위해 할리웃에서 특별상영회 및 리셉션 등 프로모션을 펼쳤다. 6년 만에 다시 아카데미 회원들 앞에 섰던 장 감독은 달라진 분위기 속에서 영화에 대한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어 좋았다고 한다.

‘택시운전사’는 2016년 10월1일부터 2017년 9월30일 사이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들 중 아카데미 출품작으로 결정되었다. 근현대사의 아픔을 간직한 5·18 민주화운동을 독일의 외신기자와 서울의 택시기사라는 외부인의 시선에서 그려낸 영화다.

당시 심사위원단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국의 특수성뿐 아니라 아시아 인권과 민주화 과정을 잘 표현했으며, 인간이 갖고 있는 보편적인 휴머니즘으로 많은 세계인들에게 작품의 의미와 주제를 잘 전달할 것으로 판단했다. 물론 영화적인 완성도 또한 뛰어난 작품이기에 심사위원들 모두 동의했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또 다른 후보작으로 제출됐던 황동혁 감독의 영화 ‘남한산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 않을까 했는데 ‘남한산성’은 개봉일이 10월1일 이후로 연기되면서 후보작에서 제외됐다.

올해의 최고 흥행작으로 천만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아카데미 출품작으로 결정된 것은 처음이다.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한국 인구가 약 5,176만명이니 한국에서는 5명 중 1명 이상이 본 영화라는 말이다. 2003년 ‘실미도’가 처음 천만관객 영화가 된 이후 ‘택시운전사’는 15번째로 천만관 객영화 대열에 올랐다.

한 사람이 여러 번 관람해 천만을 돌파했다기 보다는 정말 천만이 넘는 관객들이 본 영화라고 해서 더 의미가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90회가 될 때까지 한 번도 후보작을 낸 적 없는 한국 영화계가 ‘택시운전사’로 과연 샴페인을 터뜨릴 수 있을까. 1962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첫 출품한 이후 번번이 후보 선정에서 고배를 마셨던 한국이 이번에는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이름이 불리게 될까. 아니면 33회로 가장 많이 후보에 출품했지만 한번도 후보에 오르지 못한 국가 포르투갈의 뒤를 잇게 될까.

미국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18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부문에 출품한 국가는 92개국. 12월 중 최종 명단(Shortlist) 9편이 선정되고 내년 초 후보작(Nominees) 5편이 발표되는 순간이 그 어느 때보다 기다려진다.

한국영화의 힘은 분명 강해졌다.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한국만큼 격변의 시대가 끊이지 않은 국가가 없어서 크리에이터가 자극을 받거나 영감을 얻기 좋다. 게다가 영화산업 매출도 인구 5천만인 나라로서는 엄청나서 세계 7위(15억 달러)다. 한국의 천만관객영화에서 그치지 않고 많은 세계 관객들이 본 한국 영화가 되길 바란다.

<하은선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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