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
2017-11-14 (화) 12:00:00
김선향(1966 - )

손남수,‘무제’
전당포 외벽 철제계단 위로 미끄러지며
커피 배달을 가는 여자 가죽스커트 터진 치맛단 속을 돌아
백반집 앞 양파 다듬는 노부부 검버섯을 지우며
종합병원을 막 빠져나온 영혼에도 잠시 머물다가
저녁내 부엌 쪽창에서 어른거리다
김선향(1966 - ) ‘첫 눈 ’
첫 눈, 참 아름다운 말이다. 연인들의 가슴에 내리는 그것도 그러하고 아수라의 세상에 내리는 그것도 그러하다. 커피 배달 가는 여자, 양파 다듬는 노부부, 그리고 이제 막 저 세상으로 길을 떠나는 이들, 그 모든 풍경의 저 먼 배면에까지 스며드는 차고 흰 눈의 이율배반적인 고요. 여기 어느 여인의 부엌 쪽창에 그 첫 눈이 내린다, 그녀의 따스한 몸속에 깃든 수많은 근심에 어른거린다. 흩날리는 하얀 꽃의 적요. 도대체 왜 아름다움은 슬픔을 배경으로 더욱 깊이 빛나는가.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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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향(196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