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망신 ‘낙서’로 전락한 이름
2017-11-10 (금) 12:00:00
“이런 짓 하지 맙시다”란 제목의 11월8일자 본보 사진고발 보도에 많은 독자들이 “아직도 그러느냐”며 개탄했다. LA 그리피스 팍 내 나무와 시설물에 한글로 쓰인 낙서 사진들이다. 녹색 잎이 무성한 나무의 줄기엔 ‘김 진’이라는 이름이, 푸른 색 목재 시설물엔 ‘100회 등정 기념’이라는 문구가 검은색으로 쓰여 있다.
“아직도…”라는 개탄이 무색할 정도로 유명 관광지에 남겨진 한글 낙서는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해 말 태국 한 국립공원에선 바다 속 산호에 ‘박영숙’이라고 쓰인 한글 낙서가 발견되어 현지 언론들의 강력한 비판을 받았었고, 금년 이탈리아의 유명 대성당에선 “엄마의 바람대로 이렇게 세상 반대편에 홀로 당당히 설 줄 아는 여성으로 성장했어” 등의 한글 낙서들이 발견돼 논란이 됐다고 한국의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한국인만 그런 것은 아니다. 한국인의 낙서벽이 좀 심할지는 몰라도 세계 곳곳에서 온 관광객들이 남긴 이 반갑지 않은 ‘흔적들’ 때문에 몸살을 앓는 것은 미국을 비롯한 각국 관광지의 공통된 문제점 중 하나다. 일부에선 ‘경범죄’를 적용, 벌금을 물리기도 하지만 공중도덕 불감증이나 이기적인 무분별에 가까운 치기를 법으로 단속하기는 현실적으로 마땅치 않다.
캘리포니아 한 캠핑장에서 한 한인이 텐트 옆 나무에 굵은 못을 박아 랜턴을 거는 것을 본 레인저가 달려와 엄중하게 물었다고 한다. “누가 당신 몸에 못을 박는 다면 어떻겠느냐?” 누가 당신 몸에 남의 이름을 새기거나 써넣으면 어떻겠는가.
자신이 다녀 간 흔적으로 자연과 공공시설에 한글로 남긴 ‘내 이름’은 그곳 바닥에 굴러다니는 한글 선명한 과자나 라면봉지 같은 쓰레기와 다를 바 없어진다. 기념으로 삼고 싶어 나무줄기에 진하게 남긴 자신의 이름이, 딸이 당당한 여성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염원이, 국제적 나라 망신의 ‘낙서’로 전락하는 수모를 먼저 생각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