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로 주변의 송림.
등 아직 건재한 스키시설.
Angeles Crest Highway상에 있는 등산시작점의 주차장.
필자는 1993년 가을에 도미하여 이곳 LA에 정착했었는데, 아직 할일을 정하지 못했던 그 해 겨울에, 혼자서 매일 2번 Highway (SR-2)를 달려 Mt. Waterman Ski Area에서 난생 처음으로 스키를 익히던 기억이 새롭다. 4계가 뚜렷한 한국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스키를 오히려 겨울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을 상하의 땅 이곳 LA에 와서 배울 수 있었다는 것은, LA가 바로 온갖 다양한 점을 다 갖춘 천사들의 땅임을 증거하는 하나의 예가 된다고도 하겠다.
오늘은 샌게브리얼 산맥의 스키시설의 하나로 이름을 알렸던 곳으로, 산행거리는 왕복 1.5마일로 2시간이 채 안 걸리는 짧은 코스이지만, 정상에서의 전망이 대단히 경이로운, Kratka Ridge를 소개한다.
Lynn Newcomb Sr.가 1954년에 Waterman Mountain의 2마일 동쪽의 Kratka Ridge에 개장한 Kratka Ridge스키장인데, 한 때는 스키장의 아랫부분을 Snowcrest라고 지칭하여 주로 눈놀이 등을 즐기는 구역으로 하고, 윗부분을 Kratka 스키장이라고 하여 스키와 Snowboard를 즐기는 구역으로 구분하여 운영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Lynn Newcomb Sr.는 1939년에 이미 개장한 Mt. Waterman 스키장의 주인으로 바로 2마일 거리의 인근에 또 하나의 스키장을 개장한 것인데, 이 두 개의 스키장은 약 60년간 이 Newcomb 가족에 의해 운영되어 왔으나, 1999년에 두 개의 스키장 모두를 매각하고 손을 떼게 된다. 그러나 불행히 새 주인은 2001~2002년간에 모두 운영을 중단하게 되었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다소 딱딱한 어감을 주는 Kratka 란 이름은, 1925년에 USFS의 Surveyor였던 Donald McLain이, 이곳을 아주 좋아했던 Pasadena 거주의 형제 George H. & Walter E. Kratka 와 이곳에서 함께 야영을 한 것이 인연이 되어 헌정되어진 것이라고 한다. 아마도 이 지역을 잘 알았을 이들 형제의 자세한 설명이나 헌신적인 안내가 산림조사에 크게 도움이 된데 대한, 보은의 발로가 아니었을까 추측해 볼 수 있겠다.
산행을 시작하는 곳의 고도가 이미 6800’(2074m) -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은 1915m임 - 의 고산지역이고, 소나무와 전나무 등 키가 큰 수목이 울창하여 여름에도 시원한 곳인데다가, 순 등반고도가 715’이면서 코스가 짧아, 등산이 익숙하지 않은 연인들이나 가족들의 산행으로도 무리가 없다. 단, 일부구간은 경사가 가파르고 흙이 푸석거리므로 미끄러지지 않을 등산화를 착용해야 하고, 눈이 쌓여 있을 때는 산행을 하지 않아야 겠다.
가는 길
I-210에서 라캬나다의 Angeles Crest Highway(SR-2) 북쪽으로 나와 36마일을 가면, Highway Mile-marker 60.54지점에 ‘Vista Day Use Area’라는 간판이 우측 도로변에 있다. 바로 이곳이나 아니면 뒤쪽 50m지점의 더 널찍한 공터에 주차한다.
SR-2는 주말이면 수많은 스포츠카와 오토바이들이 몰려들어 한껏 드라이브를 즐기는 곳이므로, 제한속도를 지키면서 각별히 안전운전을 해야 하는데, 특히 중앙선 침범은 절대 금물이다.
등산코스
주차한 노변에서 남쪽의 산줄기로 나있는 등산로를 따라 올라간다. 100m 쯤 오르고 보면 자그마한 화장실 건물 두 채가 나란히 서있다. 그 곁으로 난 길을 더 오르면 곧 능선위에 닿게 되는데, 여기까지 5분 내외가 걸린다.
능선의 남쪽 끝에 서면 왼쪽으로 Crystal Lake Recreation Area 북쪽의 39번 도로와 Smith Mountain 등의 전망이 있고, 편히 앉아서 경치를 보도록 배려한 벤치가 하나 놓여 있다.
여기서부터는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서 능선의 북쪽면을 오르게 된다. 가지 끝에 길쭉한 솔방울들을 달고 있는 Sugar Pine들과, 길쭉한 침엽과 곧은 몸으로 은은한 바닐라 향을 간직하고 있는 Jeffrey Pine 들이 무성한 숲을 이루고 있어 싱그럽다. 오르는 도중에 오른쪽(북쪽)으로 대략 3마일 정도의 거리를 두고 Pleasant View Ridge가 소나무 사이사이로 보인다.
출발한지 약 25분이 지나면서 0.5마일지점에 오면 작은 Saddle 위에 오르게 되는데, 북쪽 언덕은 아주 작은 둔덕을 끝으로 그 너머는 벼랑이다. 우리는 남쪽(왼쪽)의 꽤 가파른 경사로를 올라가야 한다. 이곳은 경사도 급하지만 흙이 물러 오르기가 쉽지 않으나 다행히 200m 정도만 오르면 다시 완만해 진다. 아마도 스키 활강장으로 조성되어 쓰였을 널찍한 길이다.
10분 정도를 걸어 오르면 앞에 Ski-lift Station Building이 보인다. 2001년에 폐장되었지만, 아직 Rope가 걸려있고 Chairlift도 일정한 간격으로 드문드문 제 자리에 매달려 있다. 스키장의 Chairlift는 거의가 다 2인승이라고 하는데, 이곳은 초기형태인 1인승인 점이 독특하다. 현재 미국에 있는 481개의 스키장 중에 1인승 Chairlift가 운행되고 있는 곳은 오직 두 군데 뿐이라고 하니, 이 또한 역사적인 유물이랄 수 있겠다. Station Building 조금 앞의 왼쪽 Ridge에는 오랜 세월의 풍상을 견디며 삭아가고 있는 피크닉 테이블이 하나 있다. 내려올 때 여기에 들러, 지나간 이곳의 세월과 함께 내 삶의 세월도 반추해보며 한동안 쉬어감직 하다.
Kratka Ridge의 정상은, 이 Station을 지나 서쪽으로 150m 정도를 올라가면 된다. 나지막하게 가지를 드리운 몇 그루의 소나무들과, 그 그늘 언저리에 앉아 남쪽을 바라보고 있는 개구리처럼 보이는 바위들 몇 개가 있는 곳이 바로 Kratka Ridge의 정상 (7515’)이다.
이들 바위개구리들의 곁에 나란히 서서 아스라하게 펼쳐지는 경개를 바라보는 순간, 누구라도 정녕 환희의 찬탄을 금할 수 없을 것임을 확신한다.
남쪽 중앙은 Bear Creek이 흐르는 계곡이 깊고 푸르게 펼쳐있고, 그 좌측으로는 Smith Mountain(5111’)과 아직은 무명인 5470’봉, Islip(8250’), 4개의 Hawkins봉들(8890’etc), Throop(9138’), Lewis(8396’), Williamson(8214’)이 차례로 벌려있고, Mt. Baldy (10064’)도 그 벗겨진 머리꼭지가 살짝 드러나 있다.
우측으로는 톱날처럼 능선의 굴곡이 날카로운 Twin Peaks Ridge가 신비감을 줄만큼 빼어난 자태로 펼쳐져 있는데, 이 줄기의 맨 왼쪽의 돌출부가, 샌게브리얼산맥에서 가장 오르기가 어렵다는 Triplet Rocks(6151’)이고, 오른쪽의 최고봉은 Twin Peaks의 동봉(7761’)이며 그 뒤는 서봉(7696’)이다. 우측의 앞 줄기는 Mt. Waterman(8030’)이고 그에서 흐르는 산줄기이다.
건조한 이미지의 샌게브리얼산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겹겹이 울창하고 유장하다. 이 지역의 가운데를 관통하며 흐르는 물줄기인 Bear Creek의 주위는 San Gabriel Wilderness로 지정되어 보호관리되고 있는 샌게브리얼산맥의 중심이 된다. 인간의 발길이 가장 덜 닿은, 거의 원시림 상태로 잘 보존되고 있는 땅이라는 말이 이해가 간다.
1890년경 까지만 해도 이곳에는 곰들이 아주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자연스레 Bear Creek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것이겠으나, 지금은 다만 Bighorn Sheep들의 마지막 서식처가 되고 있단다.
바로 이 아래의 Bear Creek으로 모여 흐르는 물은, Wilson Mountain 북쪽과 Twin Peaks와 Waterman Mountain의 서쪽에서 모여 흐르는 서강(West Fork)의 흐름에 Cogswell Dam 하류에서 합수된다. 역시 저 아래 왼쪽으로 보이는 Smith Mountain의 동쪽으로 흘러내리는 물은 북강(North Fork) 이다. 또 Mt. Baldy 와 Iron Mountain 의 북서쪽의 흐름인 Prairie Fork, Fish Fork에, Mt. Baden Powell 의 동쪽의 흐름인 Vincent Gulch, Mine Gulch, Iron Fork의 물이 합쳐지는 것은 동강(East Fork)이다. 이 동-서-북강이 합수되어 Azusa쪽으로 흘러드는 물줄기가 바로 San Gabriel River인 것이다.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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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