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한산성의 비극

2017-10-19 (목) 이영묵 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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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의 비극

이영묵 문인

요즈음 한국에서 상영되고 있는 영화 ‘남한산성’이 꽤나 많은 관심과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듯하다. 나도 오래전에 김훈의 원작 소설을 읽은바 있는데 빼어난 작가의 글 솜씨로 주화파 최명길, 척화파 김상헌의 입을 빌어 허망한 탁상공론의 한심한 당시 상황을 그려 독자에게 다시 한 번 오늘의 한국을 생각하게 한 소설로 기억된다.

그런데 이 영화가 상영되자 많은 정치가와 역사가들이 한 마디씩 한다. 누구는 지금의 북핵 사태를 들먹이며 유비무환 운운 하면서 미국과 동맹과 핵 무장 군비확장을 이야기 하는가 하면, 광해군 같이 현실을 직시하고 균형 잡힌 외교력이 필요하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다가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S 라는 대학 교수의 논리를 듣고 그만 잠시 멍해 졌다.

이 S교수는 명분을 내세워 망해가는 명나라에 기대어 새로이 일어나는 청나라에 대항하였으니 그런 꼴을 당했다면서 지금 한국이 과거의 은혜 운운 하면서 기울어가는 미국을 등에 업고 새로이 일어나는 중국을 적대시 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내 눈에는 이러한 논리를 펴는 교수는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기는커녕 뒤쫓아 가기도 전에 경제적으로 이미 금이 가기 시작하고 있고, 공산당의 비능률, 부패로 위험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전혀 생각도 못하는 외눈박이의 역사학자로 보였다.

그런데 S교수라는 사람은 어찌 이 정도의 사고를 가지고 있을까? 그러다가 ‘대명천지’(大明天地)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나는 이 단어를 대낮같은 밝은 세상이란 뜻으로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라 명나라가 망하고 청나라에 조공을 받치는 처지에서도 온 천하가 명나라라는 뜻이라며 송시열이 쓴 단어라고 한다. 조선의 지식인들 몸속에는 중국을 어버이 나라쯤으로 섬기는 DNA가 박혀 있었던 것 같다.

어째서일까? 나의 생각은 이렇다. 본래 만리장성 넘어 동쪽에 소위 동이족 중에 한 뛰어난 부류가 있었다. 그들이 만주 땅에는 부여 고구려를, 한반도에는 백제를 세웠고 그리고 일본 땅까지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구석진 곳에 있던 신라가 중국의 당나라 힘을 빌려 백제를 망하게 하고 백제와 일본의 연합군을 일본으로 내 몰았다.

중국에 왜 그리 매달리는지 아무리 따져보아도 그 이유는 소위 중국 덕분에 신라 삼국통일을 한데서부터 그 근원을 찾을 수밖에 없는 듯하다. 나는 S교수나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중국은 시장이 크고 한국과 경제관계가 깊다. 그러나 상호 호혜보다는 이제는 치열한 경제 상대가 되고 있다.

중국은 개인당 빚이 가장 많은 나라이며, 경제구조가 공산당이 마구 찍어내며 부실을 감추어서 그렇지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주 취약하다. 그래서 미국, 일본과 화교, 유대인들은 투자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를 회수하고 있고 무디스 같은 곳에서 신용등급을 내리고 있다. 그리고 공산당 일당 독재의 모순이 이미 드러나기 시작하고 있다.

나는 모두들 중국의 망상에서 벗어나 중국을 다시 한 번 냉철하게 보라고 권하고 싶다. 한국은 과거 중국을 어버이 나라라고 여겼던, 그리고 이제는 G2 라는 생각하는 DNA 인자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국은 여러 가지 면에서 큰 나라이면서 작은 나라이다.

<이영묵 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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