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충격적인’ 남가주 렌트비

2017-10-18 (수) 박주연 사회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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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LA 카운티 노숙자수가 5만 8,000여명으로 집계돼 지난해에 비해 23%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더 충격적인 것은 추가적으로 56만 명이 잠재적인 노숙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방 주택도시개발국(HUD)에 따르면 치솟는 주거비 부담과 높은 생활비로 인해 LA의 전체 극빈층 100만 명의 56%인 56만7,000여 명이 소득의 절반 이상을 렌트비로 지출하거나 열악한 거주 환경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비율은 전국 최악의 수치로, 56만여 명이 잠재적으로 노숙자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있는 것과 같다고 HUD 보고서는 밝혔다. 미 전역에서 LA가 저소득층이 가장 거주하기 힘든 도시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단 저소득층에 국한 된 것은 아니다.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이달 초 미네소타주에서 인턴십을 위해 LA로 온 A씨가 있다. A씨는 미네소타주에서는 안전한 곳에 적당한 아파트를 구할 수 있는 액수인 1,000달러를 렌트비 예산으로 정하고 LA로 왔다고 한다. 하지만 1,000달러를 가지고 LA 한인타운에서 아파트를 구하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웠다.

이처럼 상당수의 한인 및 거주민들이 주거비 부담으로 고통받고 있다. 질로우가 최근 전국 대도시를 상대로 실시한 주택 렌트비 조사 결과 LA와 오렌지카운티의 주민들은 매달 렌트비로 수입의 약 48.7%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수입의 최대 30%가 적정선이라고 본다면 약 20%를 더 지출하고 있어 주거비 부담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이어 최근 몇년 새 LA 다운타운과 LA 한인타운을 중심으로 시 전역에 우후죽순으로 아파트 신축이 진행되고 있다. 한인타운도 윌셔가와 올림픽가를 중심으로 2~3블락 당 한채 꼴로 아파트가 급속도로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신축되는 아파트들의 공실율은 12%에 달하며 심지어 최장 6개월 무료렌트 프로모션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이는 공실율은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수요를 위한 필요한 공급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자 시 정부도 거주민들의 주거비 부담 줄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저소득층 정부보조 프로그램인 섹션 8 바우처 프로그램이 13년만에 재개됐다. 하지만 60만여명에 신청자가 몰릴것으로 예상되며 대기기간도 최대 10년까지도 걸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역시도 실질적인 주거지 대책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처럼 LA시의 급증하는 렌트비로 인해 주거비 부담으로 시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최소한의 의식주가 제대로 보장되는 삶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LA시는 이대로 시민들의 고통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고급아파트 위주의 개발이 아닌 프로젝트 당 저소득층 유닛 비율 할당을 늘리는 등 구체적인 대안을 포함한 무언가 더욱 강력한 시정부의 주거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주연 사회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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