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공화당에 던지는 질문

2017-10-18 (수) 이형국 정치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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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에 던지는 질문

이형국 정치 철학자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인 라스베가스 학살에 대해 민주당 지도자들은 “기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우리는 이러한 비극에 용기와 단결과 결단력 있는 행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새로운 총기법에 대해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며 총기대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2012년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이후 추진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총기규제 법안이 무산된 것 보다 지금은 상황이 훨씬 더 어렵다. 공화당이 작년 대선과 상하의원 중간 선거에서 승리하여 백악관과 의회에서 권력을 독점하고 있고, 고정 회원만 500만명인 내셔널라이플협회(NRA)가 막대한 로비 정치후원금을 뿌리며 공화당 정치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NRA의 정치 행동위원회 위원장 겸 수석 로비스트 크리스 콕스는 작년 6월 ABC 시사 프로그램 ‘This week’에 나가서 “총기 규제에 찬성하는 의원들은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 이라고 공개적으로 위협했다. 천문학적인 자금과 유권자 표심을 손에 쥐고 있는 NRA의 위협을 무시할 수 있는 현역 의원, 특히 공화당 의원은 거의 없다.


광란의 총기 살인으로 불안과 공포로 돈을 버는 미 총기업체들의 부도덕한 탐욕에 포획된 미국 정치는 의도적 회피로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대규모 총격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엄격한 총기 규제를 원한다. 그런 다음 그들의 관심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거의 사라지고 의회는 아무 것도 통과시키지 못한다. 미국 정치에서 너무 익숙한 패턴이다. 하기야, 공화당 입법자들이 미국 국민 대다수에게 이익을 주기위해 제안했거나 법을 제정한 일이 있었던가? 그러나 오늘만은 모든 정치적 기회주의자들에게 “지금은 침묵의 순간이 아니라 행동할 시간이다”라고 우리는 말해야 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밀집된 공공장소에서 죽어가고 있다. 마약 중독자는 미친 듯한 광기를 내뿜지만 인근 호텔의 콘서트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지는 않는다. 많은 미국인들에게 총은 ‘자유’를 상징한다. 이들은 외부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다소 편집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은 총이 아니라 선한 마음이다. 총이 없이 살 수 없다면 그 사회는 이미 병든 사회이다.

공화당은 정부의 통제권을 완전히 잃을 때까지 아무 것도 행하지 않을 것이 뻔하다. 도대체 전쟁터에서나 사용되는 살상용 총기에 시민들이 수십명씩 희생되는 사건이 연쇄적으로 빈발하는데도 공공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총기 규제에 관한 논의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다.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공화당은 메가 위선자들이다.

미국사회에는 감당할 수없는 8가지 사치가 있다는 말이 있다. GOP, Tea Party Patriots, NRA, FOX, Evangelicalist, Ku Klux Klan, Neo-Nazi, Alt-right 단체들이 그것이다. 이들은 부자 감세정책, 공공예산 집행 방해, 총기범죄 묵인, 팩트 왜곡, 소수자와 약자 억압, 인종차별 등 공동선과 무관한 온갖 행위들을 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왜 이 나라가 인구의 소수를 대표하는 입법자, 로비스트 및 부유한 기부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 대다수가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규제되지 않는 자본주의 자체의 문제만이 아닌 듯하다. 권력의 독점과 그에 따른 필연적인 탐욕이 원인이다.

공화당은 그들이 행동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망자와 부상을 입어야 하는지를 대답해야 한다. 사망자 59명과 부상자 500명이 부족하다면 사망자 100명, 부상자 1000명이면 충분한 것인가? 총기사고에 따른 비용은 비상사태 및 의료와 같은 직접 경비 86억 달러를 포함해 최소 2,29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인 1인당 700달러 꼴이다. 전체 메디케이드 프로그램 연간 지출액과 거의 비슷하며 이 비용의 절반은 미국 납세자가 부담하고 있다.

공화당에 묻고 싶다. 당신들이 행동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총에 집착하는 것은 그 자체로 병리 현상이다. 생명보호의 권리는 총을 소유할 권리보다 중요하다. 대량살상 무기를 규제하지 않으면 전쟁과 유사한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 공화당은 이제라도 행동에 나서야 한다.

<이형국 정치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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