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안보무기력 증세의 대한민국

2017-10-16 (월) 12:00:00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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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기본적으로 체제생존을 위한 것이다.”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개발이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수소폭탄 시험도 성공적으로 마침으로써 레드라인을 넘어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긴장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 정황에서 그 함자(銜字)는 조명균, 직함은 대한민국 통일부장관이라는 사람이 한 말이다.

다시 질문을 던져본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미국에 대한 억지력(deterrence)확보, 다시 말해 미국의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억지하기 위한 것이다. 통상적인 답이다. 어쨌든 틀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후에 오는 것은 무엇일까. 이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논의가 없었다.”

싱크 탱크 지오폴리티컬 퓨처의 산더 스나이더의 지적이다. “미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탄두장착 대륙간탄도탄(ICBM)을 완성하면 북한체제는 안전해진다. 그 다음 북한이 추구할 수 있는 것은 장기적 목적이다. 북한 주도의 한반도 통일이 그것이다.” 계속된 지적이다.

잠깐. 다 망해가는 체제가 북한이다. 그 주제꼴에 북한 주도의 통일을 꿈꾸다니 가당키나 한 말인가. 더구나 미군이 한국에 주둔해 있고 한미동맹이 굳건히 유지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통일을 막는 장애물을 제거하면 가능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꽤나 요원해 보인다. 그러나 그 신념에 흔들림이 없다. 그게 김정은 체제의 북한으로 핵무장이 완성단계에 접어들면서 이미 통일이라는 장기적 목적 하에 대남, 대미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한미동맹을 이간시키는 외교노력과 함께 한국에 대한 압력, 도발 수위를 계속 높여 간다. 전쟁만은 막아야 한다는 한국 사회의 집단 멘탈리티를 파고들어 겁을 주는 거다. 때로는 군사도발도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는 그 때마다 많은 양보를 얻어낸다. 그러다 보면…. 북한의 전략은 이미 이런 방향으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는 거다.

“개성공업지구에 대한 주권은 북한에 있다.” 북한은 6개월 전부터 개성공단을 무단 가동해왔다. 외신의 보도다. 그러자 북한은 ‘우리의 주권이 미치는 개성공단에서 무슨 일을 하든 그 누구도 상관할 바가 없다’며 그 사실을 아주 당당하게 시인하고 나섰다.

이 개성공단 사태가 바로 통일이라는 장기적 목적 하에 취해진 ‘남한 길들이기’의 시작이 아닐까 하는 것이 스나이더의 지적이다. 말하자면 핵무기완성에 따른 대 미국 억지력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가면서 취해진 조치라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그러면. 서해북방도서(島嶼)점령이 아닐까. 연평도나, 대청도가 그 타깃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핵무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도 북한은 연평도 포격도발을 해왔다. 그런데도 제대로 대응도 못했다.

핵무장을 한 북한이 북방도서 점거라는 도발을 감행해온다. 그럴 때 한국군은 과연 응징에 나설 수 있을까. 의문이 먼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항공모함에, 핵잠수함에, 전략폭격기 등 미국의 전략, 전술자산이 한반도에 속속 전개되고 있다. 중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북한과의 국경지역에 병력을 대폭 증강시키고 있다. 계속되는 북 핵 위기와 함께 전운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라운드 제로’ 대한민국은 태평세월이다. 전쟁은 먼 나라 이야기인 것이다. 보통 심각한 안보불감증이 아니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어쩌면 그리도 동요가 없을까. 북한의 미사일이 영공을 지나갔다고 비상경계령을 발령하는 등 경련증세 마저 보이는 일본과 극도로 대조되는 한국 사회의 모습. 이는 외신의 찬탄마저 불러왔었다. 그러나 그 시각이 변해가고 있다. 그 배후에는 뭔가의 의도성이 있지 않은가 하는 의심의 시각으로.

결코 또 한 차례의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 문재인정부의 입장이다. 6.25의 직접 피해자인 한국 정부로서는 당연한 입장이다. 그런데 그 입장 표명이 지나쳐 뭔가 북한에 시그널을 보내는 것으로 비쳐진다는 것이 싱크 탱크 스트랫포의 조지 프리드먼의 지적이다.

만일의 경우에 대한 방공훈련조차 제대로 안할 정도로 전쟁대비 정책부재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무엇을 말하나. 전쟁의사가 전혀 없음을 북한에 알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까 미국의 군사공격은 ‘우리와는 무관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프리드먼은 미국본토 타격능력을 갖춘 핵무장 북한과 응징성의 전쟁,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즉 핵무장 북한이 문재인 정부의 선택이 될 것이라는 비난도 서슴지 않는다. 다른 말이 아니다. 있을 수 있는 대북 군사조치를 둘러싸고 한미동맹이 와해될 수도 있다는 거다.

이는 지나친 미국 중심의 판단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에 남의 일처럼 무관심한 것 같다. 그것도 한국정부 안보부처의 고위 당국자들마저도. 그러니….

통일부 장관이 북한 핵은 기본적으로 체재생존을 위한 것이라는 발언을 한 것이 그렇다. 한국외교의 사령탑인 외교부장관은 ‘전술핵’과 ‘전략핵’의 차이조차 모른다. 안보의 주요 현안에 대한 초보적 개념조차 숙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가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는 ‘생존 배낭’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에서는 초특급의 군사기밀이 줄줄이 새 나간다. 그런데도 쉬쉬해온 것이 대한민국의 고위 장성들이다. 전쟁만 막는다면 동맹이 깨져도 그만이다. 문재인 대통령 측근들이 해온 소리다. 거기다가 평화만 외치던 대통령은 그만 지쳤는지 공개적으로 ‘안보무기력 푸념’을 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과정을 보면 올해 말 위기가 최고조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시시각각 전해지는 한반도 관련 기사다. 한 가지 질문이 새삼 던져진다. ‘그 한국정부를 과연 믿어도 되는 것인지’ 하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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