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 청소년들도 사이버 불링 피해 심각
▶ 뉴욕시 공립 학교 발생건수 갈수록 급증
자녀와 적극 대화…상담기관 도움 구해야
한인 주부 이모씨는 부쩍 말수가 줄어든 중학생 자녀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9월초 여름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돼 학교에 다니던 딸이 약 2주 전부터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걱정된 마음에 딸아이에게 학교생활에 대해 물었지만 머리가 아프거나 배가 아프다며 등교를 거부하고만 있다. 이 씨는 “말도 없이 아이가 힘들어 해 상담기관 찾아갔다”면서 “상담 결과, 아이와 같은 반인 친구가 딸의 소셜미디어에 욕설을 올리며 다른 친구들과 함께 딸아이를 괴롭히고 있는 사실을 알아냈다”며 하소연을 했다.
이처럼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 상에서 상대방을 협박하거나 괴롭히는 이른바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 현상이 청소년들 사이에 갈수록 확산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들어 뉴욕시 학생들 사이에 사이버 불링 발생 건수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뉴욕주 교육국의 통계에 따르면 뉴욕시내 학교에서 발생한 사이버 불링 사건은 2016학년도 기간 모두 939건으로 2015 학년도의 787건 보다 19% 가량 증가했다.
이중 뉴욕시 공립교에서 발생한 사이버 불링 발생건수는 동기간 684건에서 804건으로 늘어났으며, 차터 스쿨은 103건에서 135건으로 31%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이같은 사이버 불링 현상은 한인 청소년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로 인한 우울증까지 시달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해 큰 우려를 낳고 있는 실정이다.
퀸즈 베이사이드의 고등학생인 박 모양은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로부터 소셜미디어에서 왕따를 당한 뒤 정신과 치료 상담을 받은 경우다.
몇몇 친구들과 단체 메시지방을 개설해 교류하던 박양은 어느날 친구들이 자신만 소외시킨 채 새로운 단체방을 개설한 뒤 자신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은 사실을 우연히 알고 충격을 받았다. 친구 중 한 명이 험담내용을 실수로 자신에게 잘못 전송하는 바람에 이를 알게 된 김양은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증세가 나타나면서 이를 우려한 부모의 손에 이끌려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만 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사이버 왕따 문제 피해를 당한 학생들이 가정이나 주변에 숨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모들이 더욱 관심과 주의를 갖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학교 폭력과 같은 물리적 괴롭힘은 흔적을 남겨 주의를 기울이면 알 수 있지만 사이버 왕따의 경우 겉으로 드러나는 피해를 알아차리기가 힘들기 때문에 평소 자녀와 꾸준히 대화하는 습관을 갖고 변화를 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만약 피해가 발견됐을 경우, 부모는 일단 자녀를 안심시키고 학교 측이나 관련기관에 신고하고 자녀와 함께 전문 상담기관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한인 청소년 상담 전문가들은 "사이버 왕따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인지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며 "말수가 적어지거나 학교 가기를 꺼리고 우울한 날이 많아진다면 부모는 자녀에게 문제가 있는지 파악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사이버 왕따를 당하는 자녀에게 자신의 잘못이라고 자책하지 말고 괴롭힘을 가하는 학생들이 잘못됐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학교 상담교사나 전문 상담가를 찾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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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