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탈북 러시와 레짐 체인지

2017-10-09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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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다가오는 연말까지 계속 전 세계적인 관심사로 남을 것이다. … 4/4분기 내내 한반도와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미국은 전략 및 전술자산을 증강배치할 것이다. 이에 맞서 중국은 북한과의 국경지역 주둔 병력을 대폭 증강할 것이다.”

“…이 정황에서 북한은 잇달아 미사일실험 도발을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의 예방공격보다도 오히려 더 한반도에서 군사적 갈등을 불러올 개연성을 높이고 있다. …또 한 차례의 핵실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기권에서 핵실험을 할 경우 미국은 그 핵미사일 격추에 나설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싱크 탱크 스트랫포가 발표한 올 4/4분기 아시아태평양지역 정세분석보고서 내용이다. 한마디로 한반도에 전쟁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는 거다.


이 전망을 뒷받침하기라도 하는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 마디하고 나섰다. 북한의 위협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지금의 현 상황은 ‘폭풍전의 고요(the calm before the storm)일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벌써 몇 개월째인가. 한반도에서 전운이 고조되어온 것이. 이와 함께 그동안 자주 거론되어온 것이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전복)론’이다.

“특히 위험한 것은 김정은 같은 인물이 북한의 핵 통제권을 쥐고 있다는 사실이다. 행정부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김정은을 핵무기와 분리시키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CIA)국장의 발언이다. 레짐 체인지를 통한 김정은 제거를 시사하고 있다.

트위터를 통해 시도 때도 없이 전해지는 트럼프의 발언도 그렇다. 김정은 제거, 레짐 체인지 가능성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대화는 시간 낭비다’, ‘그 체제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란 등등의 발언이 바로 그 예다.

엄청난 인명이 희생되는 전쟁을 할 필요가 없다. 달래고, 위협하고, 때로는 매수까지 해야 하는 번거로운 외교노력도 피할 수 있다. 북한 핵문제는 군사옵션을 사용할 경우 전면전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그러니….

그런데 그 레짐 체인지라는 것이 그렇다.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내부정보가 전혀 없다시피 하다. 블랙홀과 같다고 할까. 그런 북한체제를 타깃으로 한 레짐 체인지는 성공 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중국이 동의할지도 의문이다. 그리고 참수작전을 통해 김정은 제거에 성공했어도 김정은이 없는 북한이 핵 제거에 협조적이라는 보장도 없다. 게다가 김정은 참수작전은 실패로 끝날 경우 상황에 따라 전쟁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총 한방 쏘지 않고 북한의 레짐 체인지를 유도할 방안이 있다. 그 답은 중국의 탈북자정책 변경에 달렸다.” 안보전문가 로버트 넬슨이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 기고를 통해 내세운 주장이다.

탈북자들은 요즘 그 어느 때보다 가혹한 시련에 시달리고 있다. 당국의 단속이 심해졌다. 그리고 단속에 걸리면 가혹한 처벌이 기다리고 있는 북한으로 바로 보내지고 있는 것이다.

왜 그토록 엄중한 단속을 펴고 있나. 부분적으로는 북한에 호의를 보이기 위해서다. 탈북자 러시는 난민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외국인권단체들의 간섭이 따르고 조선족은 자칫 시끄러운 소수민족이 될 수도 있다. 그것도 두려운 것이다.

탈북자 러시는 또한 김정은 체제의 붕괴를 불러올 수 있다. 이는 한반도 통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미군이 주둔해 있는 통일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결코 원하지 않는 사태다.

미국이 그 중국에 압력을 가해 탈북자정책을 변경시키라는 것이 넬슨의 주문이다.

1989년 이전 공산국가였던 헝가리는 오늘 날 중국과 같은 입장이었다. 동독을 탈출해 온 사람들을 직접 사살하기까지 했던 것. 1989년 6월27일 오스트리아와 국경철폐협정을 맺은 후 상황은 일변했다. 탈출 동독주민을 포함해 동구권 사람들의 대대적인 서방 행 러시가 이루어졌다. 이와 함께 베를린 장벽도 무너지고 독일통일도 이루어졌다.

북한에 대한 공개적이고, 또 강력한 경제제재 요구 압력보다 탈북자 정책 변경요구가 중국으로서는 수용하기가 더 쉽다. 거기다가 반대급부, 예컨대 확고한 대 중국 안보 공약에다가, 탈북사태에 따른 난민위기 재정지원 안 등을 미국이 제시할 경우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니까 중국의 난민정책 변화 방안 마련이 수령유일주의 김정은 체제 붕괴, 다시 말해 북한 핵문제의 궁극적 해결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미국의 최우선 정책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새삼 한 가지 생각이 스친다. 김일성에서, 정일, 정은, 3대가 집권한 북한이라는 체제를 과연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수령유일주의라는 우상숭배의 덫에 갇혀있다. 컬트집단 비슷한 이 체제는 인권, 자유, 민주주의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관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 역사적 오류라고 할까 하는 것이 바로 북한이다. 그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 한반도 전체를 역사의 어두운 골짜기로 몰아넣으려 하고 있다.

이 정황에서 그 무엇보다 먼저 요구되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가 역사에 대해 올바르고 정확한 인식을 보이는 것이다. 무엇을 통해 알 수 있나. 확고한 인권정책이 아닐까. 다른 말이 아니다. 반(反)인도적인 중국의 탈북자 정책에 대해 먼저 항의하고 그 시정을 촉구하고 나설 책무는 그 누구보다도 대한민국 정부에 먼저 있는 것이다.

중국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진다. 그리고 북핵 위기를 맞아 우왕좌왕이다. 국제사회의 흐름에서도 벗어나. 그 문재인 정부를 바라보면 한숨만 나온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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