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떤 멋진 삶

2017-10-05 (목) Tracy K. Sm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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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돈 이야기를 마치

신비한 연인이야기라도 하듯 하지.


우유를 사러나가서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그녀,

몇 년씩이나 그녀를 그리워하지.

왜냐하면 그 몇 년을

커피와 빵 만으로 살아야 하니까

배가 고프니까,

월급날이 오면 물을 찾아 헤매는,


우물이 없는 마을의 여자처럼

일터로 걸어가지.

그리고는 모두가 그러듯이

하루나 이틀 밤쯤

붉은 포도주와 로스트 치킨으로

배를 채우지.

어떤 멋진 삶

강영일‘, Overcome 1432’

Tracy K. Smith ‘어떤 멋진 삶’

임혜신 옮김

여기 빈자의 노래가 있다. 돈이란 것은 믿을 수 없는 연인 같다고 고백하는 가난한 노래가 있다. 어쩌자고 밀크를 사러 나가서는 영영 돌아오지 않는가. 어쩌자고 나를 커피와 빵만 먹고 살며 애타게 널 그리게 하는가. 월급날이 오면 목마른 자처럼 일터로 향하는 이, 하루 이틀 사랑하고 나면 또 사라지는 돈이라는 연인이여. 빈자와 부자의 삶은 천국과 지옥만큼 다르다는 데, 만일 세상에 평등이란 것이 조금이라도 존재한다면, 부디 부자들은 돈이라는 신비한 연인을 둔 빈자의 이 멋진 노래만큼은 즐길 수 없기를.임혜신<시인>

<Tracy K. Sm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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