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눈물의 중력

2017-08-31 (목) 12:00:00 신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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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는 높은 곳에 있고

밤은 달을 거대한 숟가락으로 파 먹는다


한 사람이 엎드려서 울고 있다

눈물이 땅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으려고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받고 있다

문득 뒤돌아보는 자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갈 때

바닥 모를 슬픔이 너무 눈부셔서 온몸이 허물어질 때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눈을 감으면 물에 불은 나무토막 하나가 눈 속을 떠다닌다


신이 그의 등에 걸터앉아 있기라도 하듯

그의 허리는 펴지지 않는다

못 박힐 손과 발을 몸 안으로 말아 넣고

그는 돌처럼 단단한 눈물방울이 되어간다

밤은 달이 뿔이 될 때까지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는다

신철규 (1980- ) ‘눈물의 중력’ 전문

이웃이 울고 있다. 구원을 약속하신 신은 너무나 높은 곳에, 아니 어쩌면 너무나 가까운 곳에 있다. 등에 신이 앉아라도 계시는 듯 울고 있는 이는 허리를 펴지 못한다. 눈물방울처럼 동그랗게 몸을 엎드려 우는 이여, 대체 누가 저를 위로할 수 있을 것인가. 그 누가 저 둥글고 작은 눈물의 십자가를 보듬을 것인가.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세상은 그저 제 욕망의 숟가락질만 하고 있을 뿐인 어둠 속, 자비는 얼마나 늦은 열차를 타고 이 절망의 도시에 도착 할 것인가.

임혜신<시인>

<신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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