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레짐 체인지’만이 결국…

2017-08-21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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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쫄았다-. “화성-12호 중장거리 미사일 4발로 미군기지가 있는 괌을 포위 사격하겠다. 시행 시기는 8월 중순께로 그 타깃지역은 괌 주변 30~40km 해상이 될 것이다.”

북한전략군 사령부 이름으로 발표 된 성명이다. 말 폭탄이 오갔다. 긴장의 연속이었다. 북한 측의 후속 발표가 나왔다. 김정은이 미사일발사 유예 결정을 내렸다는 거다. 한 가지 토를 달기는 했다. 미국의 행태를 조금 더 지켜보고 계속 망동을 하면 중대결단을 내리겠다고. 나름 체면을 유지하려고 꽤나 애를 썼다.


‘Kim Jong Un just blinked’- 그러자 나온 미국언론의 반응이다. ‘김정은은 쫄았다’는 거다.

“성명서가 한 나라의 행태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지정학적 최우선 과제가 결정한다. 현 시점에서 북한의 지상과제는 체제 생존이다. 괌에 대한 미사일 발사는 체제 생존이라는 지상목표를 위태롭게 한다.” 싱크탱크 지오폴리틱스 퓨처의 지적이다.

“미국은 분명한 시그널을 보냈다. 괌 미사일 공격은 미국의 군사행동을 유발할 것이라는 것. 그리고 또 다른 보다 근본적인 메시지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 무장 능력을 갖추는 상황을 결코 허용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계속되는 지적이다. 그러니까 북한이 결국 꼬리를 내렸다는 이야기다.

반전의 분위기다. 이와 함께 대결보다는 대화 쪽에 힘이 실린다. 그러면서 온갖 외교적 해결안이 제시되고 있다.

“정전협정 체제에서 평화협정체제로 전환을 고려할 때가 됐다.” 워싱턴포스트지의 제안이다. 뉴욕타임스는 “을지 프리덤 가디언 한미 합동 군사훈련 중단이 대북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북한 핵무장을 현실로 인정’하자는 주장들이다. 과거 소련이나, 마오쩌둥의 중국은 현 북한체제 못지않은 무자비한 공산체제였다. 그 공산체제들의 핵무장을 미국은 현실로 인정하면서 공존해왔다. 그러니 북한의 핵 무장을 현실로 인정할 수도 있다는 논리다.

오바마 대통령의 안보 보좌관이었던 수전 라이스도 이런 주장을 펴고 있다. 보수논객인 맥스 부트도 비슷한 입장이다. 북한 핵을 현실로 인정하면서 북한붕괴를 기다리자는 거다.


그런 가운데 특히 많이 제기되는 것이 ‘전쟁억지력’(deterence)강화를 통해 ‘북한 핵 위기를 관리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소련과 중국에는 억지력이 통했다. 관리가 된 것이다. 그 이유는 크렘린이나, 베이징은 ‘이성적 행위자’(rational actor)라는 사실에서 찾아진다. 공포의 균형이 지배하는 상호확증파괴(Mutually Assuredly Destruction- MAD)원칙이 작동, 전면전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던져진다. 김정은은 과연 ‘이성적 행위자’인가 하는 것이다. 억지력 확보를 통한 불안한 평화유지는 상대가 ‘이성적 행위자’란 전제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닌 것 같다’가 워싱턴의 보이고 있는 시각 같다.

“김정은은 아무래도 비이성적 행위자로 보인다. 전쟁 억지력이 북한에도 과연 통할지 의문이다.” 맥마스터 트럼프 대통령 안보보좌관의 발언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언제든지 군사적 모험주의에 나설 수 있는 체제가 북한이다. 그런 핵무장 북한을 이성에 바탕을 둔 정책으로 관리를 할 수 있는 대상인지 알 수 없다는 거다.

그 경우 일단 일촉즉발의 고비는 넘겼지만 옵션은 결국 몇 가지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전격적인 군사개입을 통한 핵 프로그램 파괴, 예방전쟁, 참수작전 등이다. 이 옵션들이 그렇다. 하나같이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

때문에 궁극적인 북한 핵 위기해결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레짐 체인지 전략이다. 전쟁을 통해 김정은 체제를 뒤엎자는 것이 아니다. 북한군부 내 일부세력이나, 북한의 엘리트 계층을 통해 김정은 축출을 유도하는 정책을 말하는 것이다.

“김정은과 핵무기를 분리시킬 필요가 있다.”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CIA)국장의 말이다. 핵무기도 핵무기지만 그 보다는 체제(regime)가 문제라는 이야기로 북한 핵 위기해결방안으로 레짐 체인지를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 최악의 폭정체제가 바로 북한이다. 김일성-정일-정은으로 이어지는 수령유일체제에서 평화기에도 수백만의 북한주민들이 죽어나갔다. 그 북한체제를 유엔은 반(反)인류 범죄 집단으로 고발했다.

김정은 집권이후 처형된 고위공직자만 2016년 현재 34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 공포 통치 하에서 북한 주민들은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있다. 이 사실만으로도 레짐 체인지의 명분은 충분하다.

그 체제가 이제는 핵무기를 휘두르게 됐다. 동북아지역은 물론 세계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를 더 심각케 하는 것은 그 김정은 체제의 북한에게는 종래의 전쟁억지력이 통하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여기서 요구되는 것은 아주 과감한 접근방법이다.” 제이 레프코위츠 전 북한 인권특사의 주장이다. 그 방안으로 그는 워싱턴은 한국주도의 통일을 지지하는 기존 한반도 정책을 포기하고 중국과의 과감한 협상을 통해 김정은을 제거하는 레짐 체인지안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중국의 완충지대로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이해를 보장한다. 그 조건으로 김정은과 핵을 제거하는 안을 베이징에 제시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월 스트리트 저널도 최근 사설을 통해 비슷한 제안을 하고 나섰다. 경제제재에다가 군사적 압박, 정보전, 심리전 등 모든 방법을 통해 김정은과 핵 제거에 나설 때가 됐다는 주장과 함께 중국을 설득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핵과 함께 사라진 김정은. 그날은 언제가 될까,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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